[기사] 노사협의회를 둘러싼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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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08-31 13:20[월간노동법률]손보영 대상노무법인 공인노무사
1. 들어가며
우리나라의 집단적 노사관계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제도와 근로자참여및협력증진에관한법률(근로자참여법)상 노사협의회 제도라는 양대 축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단체교섭은 헌법상 노동3권의 주체로서 노동조합이 중심이 되어 헌법 제33조 1항을 구체화한 노동조합법(헌법확인규정 및 창설규정)을 근간으로 해 근로자의 근로조건 유지·개선 등의 제한된 범위 내에서 사용자와 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제도다. 이러한 노사 교섭이 제대로 원만하게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공적 조정기관인 노동위원회에 조정·중재를 요청할 수 있으며, 이 역시 원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경우 찬반투표를 거쳐 각종 쟁의행위를 실시하는 등 실력행사가 가능하다. 또한 노사 교섭에 따라 체결된 단체협약 내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은 노사관계에서 노사 양측을 구속하는 일종의 규범으로 작용하는바 노동조합법 제92조 제2호에서는 단체협약 중 임금·복리후생비, 근로·휴게시간에 관한 사항 등을 위반한 경우 벌칙규정을 두고 노사 양측을 구속하고 있다.
반면 '노사협의회 제도'는 헌법상 노동3권에 기반하지 않고 근로자참여법에 근거해 근로자 30인 이상의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노사협의회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협의회는 근로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이 중심이 되어 근로조건 등에 제한되지 않고 근로자의 경영참가를 기치로 하여 다양한 주제의 협의·의결·보고사항에 대해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노사회의를 진행하게 된다. 이러한 노사협의회 제도는 단체교섭 제도와 달리 일부 의결사항 및 보고사항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규범적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하며 노사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경우라도 근로자들이 그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쟁의행위의 실력행사를 할 수 없다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소결하면 노동조합 제도는 임금·근로조건 개선 중심의 대립적 노사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는 반면 노사협의회 제도는 근로자의 경영참가를 통한 협력적 노사관계를 그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양자는 본질적으로 그 특성을 달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최근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한 이번 정권에 들어서서 노동조합 조직률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2019년 기준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은 12.5% 으로 여전히 10%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노사협의회는 근로자참여법상 근로자 30인 이상 사업장 내 설치 의무화라는 강행규정을 두어 대다수 근로자의 경영에 대한 기본적 참여가 보장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제도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는 노동조합 제도에 비한다면 낮은 수준이다. 그 운영에 있어서도 그 사업장 내에 노조의 유무에 따라 실질적 운영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일부 기업의 경우 노사협의회는 서류상으로만 근거를 남기는 등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있거나 정수기 고장 등 일상적 고충을 접수하는 민원처리반 역할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필자가 만나본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는 사업장의 많은 근로자들은 이러한 노사협의회 제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거나 알고 있더라도 실제 협의회의 구성과 기능 및 그 운영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노동청에 대한 진정, 헌법소원심판 청구 등을 통해 노사협의회 운영에 대한 이슈를 제기한 사례를 최근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적잖이 접할 수 있었다. 모 대기업 노동조합은 지난 8월 사업장이 정상적으로 노사협의회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며 관할 노동청을 통해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진정을 제기했으며, 모 공공기관 노동조합은 지난해 10월 근로자참여법 제6조 제2항 중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의 대표자와 그 노동조합이 위촉하는 자로 한다' 규정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사건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더욱 불거진 노사협의회에 대한 관심은 기업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MZ세대의 경영 참여에 대한 욕구, 현 교섭창구단일화제도 내 교섭대표의 지위를 획득하지 못한 소수노조의 근로조건 개선 요구를 위한 다양한 접근 시도,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기업의 'ESG 경영'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 영역과도 일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하 노동조합 제도와의 비교를 중심으로 이러한 노사협의회 제도가 노사 대의기구로서 오롯이 기능하기 위해 변화가 요구되는 몇 가지 쟁점에 대해서 고찰해보고자 한다.
2. 주요 쟁점
(1) 노사협의회 명칭 문제
노동조합법은 노동조합의 설립, 존속 및 그 운영에 있어 자주성과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동 정책적 고려에서 노동조합의 설립에 관하여 신고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며(제10조), 설립신고를 하지 않은 소위 '법외노조'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의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제7조 제3항) 반면, 근로자참여법은 노사협의회 명칭 사용에 대한 별다른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 개별 사업장별로 노경협의회, 평사원협의회, 직원협의회, 근로자협의회, 종업원평의회 등 다양한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하게 사용되는 각종 명칭은 근로자들로 하여금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시켜 노사협의회 설치와 그 기구의 실질적 정착에 있어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근로자참여법상 설치되는 노사협의회에 한해서는 그 명칭을 통일화 할 필요성이 요구된다.
(2) 근로자위원 지위 및 활동의 보장
현행 근로자참여법상 노사협의회는 근로자와 사용자를 대표하는 같은 수의 위원으로 각 3명 이상 10명 이하로 구성해야 하며(제6조 제1항), 해당 근로자위원은 비상임·무보수로 활동했다.(제9조 제1항)
노사협의회 구성원을 비상임·무보수로 규정한 취지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노사협의회 활동과 관련해서 사용자로부터 근무면제를 받거나 특별한 보수를 받는다면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정 전 노동조합법상 '운영비원조 금지조항'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지난해 6월 9일 관련 규정이 개정된 점을 바탕으로 사업 또는 사업장 내 현실을 고려해 본다면 이러한 고용노동부의 입장은 쉽게 동의할 수 없는 대목이라 할 것이다. 실제로 종업원의 지위에서 본연의 업무를 수행함 동시에 근로자위원의 지위에서 사업장 내 근로자의 다양한 요구나 의견을 수렴·집약해서 충분한 검토 후 노사협의회 안건으로 채택하는 등 제대로 된 위원으로서의 활동 수행을 기대하는 것 그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근로자위원의 협회의 출석 시간과 이와 관련된 시간으로 협의회규정으로 정한 시간만을 근로시간으로 보는 것(제9조 제3항)에 그치지 않고 하위 법령 개정이나 지침 신설 등을 통해 노동조합법 제24조에 따른 근로시간면제한도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이와 유사하게 구체적으로 근로자위원의 활동을 보장하는 방안에 대해 적극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3) 근로자위원 선출 관련
근로자참여법은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 구성과 관련하여 사업장 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유무에 따라 그 선출 방식을 달리 규정하고 있다.(제6조 제2항 및 제4항)
사업장 내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노동조합의 대표자와 그 노동조합이 위촉하는 자가 근로자위원이 되지만,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근로자 10명 이상의 추천을 받은 근로자를 대상으로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근로자위원을 선출하게 된다. 여기서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수성으로 인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작업 부서별로 근로자 수에 비례해 근로자 위원을 선출할 근로자(위원선거인)를 선출하고 위원선거인 과반수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 제3조)
특히 과반수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사업장의 경우 사적 자치의 원칙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근로자위원을 선출할 때 직접·비밀·무기명 투표 방식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 투표방식 등에 대하여는 규정하고 있지 않아 근로자위원 선출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 더 나아가 사용자의 근로자위원 선출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매년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최근에도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도 이에 관한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러한 근로자위원 선출과 관련해 공정성 문제를 방지할 기구나 제재 수단이 없다는 문제 인식에 근거해서 선출과정에 대해 공정하게 관리·감독할 수 있는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입법안이 발의 되기도 한바, 근로자위원 선출과 관련한 보완 입법 및 지침 개정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4) 근로자위원 대표성 확보 관련
근로자참여법은 과반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사업장 내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의 선정은 해당 노동조합에게 그 위촉권을 부여하고 있다.(제6조 제2항)
위의 규정에 따라 사업장 내 과반 노조의 지위를 획득하게 되면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에 대한 위촉권도 부여되기에 단체교섭을 통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등에 국한되지 않고 노사협의회를 통한 적극적 경영참가도 가능하게 된다. 즉, 과반수 노동조합은 대립적 노사관계에 해당하는 단체교섭은 물론 협력적 노사관계를 근간으로 하는 노사협의회의 운영권까지 사실상 독점하게 되는 구조다. 이처럼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형태의 경우 단위 사업장 중심의 조직기반이 동일한 기업별 노조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과반노조의 지위를 획득하지 못한 소수 노동조합의 입장에서는 단체교섭 진행에 따른 교섭대표노조의 선의에 기대서 공정대표의무의 준수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으며 단체교섭 참여는 고사하고 노사협의회 창구를 통한 의견 개진도 그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맥락으로 볼 때 상기에서 언급한 모 공공기관 소수 노동조합의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소결하면 노동조합과 노사협의회는 그 본질을 달리하는 기구이기에, 소수노조의 기본권 침해 관점에서도 접근해 본래의 노사협의회 제도의 진정한 도입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근로자위원의 대표성 확보에 대한 추가적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3. 나가며
노사협의회 운영을 위한 제도적 논의는 결국 근로자참여법상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지위에 대한 적절한 대우 및 조직화 보장 수준과 일부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향후 노사협의회 제도가 협력적 노사관계에 기초한 노사 대의기구로서 대립적 노사관계를 근간으로 하는 노동조합 제도와 함께 사업장 내 근로자를 실질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창구로 재정립될 수 있도록 노사정 모두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손보영 노무사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0&gopage=&bi_pidx=32991&sPrm=Search_Text$$%uC190%uBCF4%uC601@@keyword$$%uC190%uBCF4%uC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