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노사관계의 새 바람...‘M’ 그리고 ‘Z’
페이지 정보
대상노무법인 21-08-31 13:19[월간노동법률] 김보민 대상노무법인 공인노무사
지난 8월 11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양대 노총 노조만 있는 서울교통공사에 '공정성'을 내세운 새로운 노조가 설립돼 화제를 모았다. 서울교통공사 올(All)바른 노동조합이 그 주인공인데, 주로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에 반발하는 20~30대 근로자로 구성돼 소위 'MZ노조'로 불린다. 현대자동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된 'MZ노조' 열풍이 공공부문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와 같은 노조들은 사업장 내의 기존 노조들과의 차별화를 내세우며 주로 20~30대 사무직 근로자들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노사 문화를 선도하는 주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 내 세대 차이, 그 '동상이몽'의 현장
조직 분위기 형성에 세대 차이가 중요한 고려사항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세대별 직장인 1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직장의 가치 및 세대 차이 현황'에 대한 결과를 보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성공적인 삶을 위해 반드시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하는지'라는 질문에 대해 ▲'베이비붐세대'(1955년~1963년생)의 경우 75%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X세대'(1970년대생)는 54.7%, ▲'386세대'(1960년대생)은 49.0% 순이었으며,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생) 46.6%만이 성공적인 삶을 위해 좋은 직장이 필수라고 응답했다.
또한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세대 차이를 가장 많이 느끼는 세대'로 ▲'베이비붐세대'는 'MZ세대'를 꼽은 비율이 65.4%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이 외에 ▲'386세대'(56.0%)와 ▲'X세대'(39.9%)도 각각 'MZ세대'를 1위로 꼽았다. 한편 ▲'X세대'의 경우 '베이비붐세대'와 차이를 느낀다는 응답도 31.8%로 높았다.
반면, 'MZ세대'는 세대 차이를 느끼는 연령층으로 ▲'베이비붐세대'(32.5%), ▲'386세대'(29.8%), ▲'X세대'(26.9%) 순으로 근소한 차이지만 대부분의 연령층과 가치관 차이를 느끼는 것으로 조사 됐다. 특히 ▲'MZ세대'는 '조직중심 경향'(28.8%)과 '업무방식이 다를 때'(19.8%) 세대 차이를 느끼는 경향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 결과로 조직 내 세대 차이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 내 구성원 간 세대 차이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일어남을 알 수 있다. 이는 기업들이 겪고 있는 신입사원의 조기 이직 현상과 기존의 노조와는 다른 노선의 사무직 노조 설립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현상에 대한 근거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권이 MZ세대를 사로잡는 법
이러한 노사 현장의 변화를 인식하듯, 정치권에서도 앞다투어 'MZ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권 출마를 선언한 노령의 정치인은 '틱톡(TIKTOK)'이라는 SNS에 나타나 여러 의상을 갈아입으며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해시태그를 남긴다. 또 다른 정치인은 '롤(LOL)'이라는 게임을 하며 프로게이머라는 '부캐'를 만들기도 하고, 어떤 정치인은 MZ세대를 대표하는 '민지'라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그들의 요구를 듣고자 하는 '민지(MZ)야 부탁해'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평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공통으로 정치인들은 소위 '꼰대'라 비난받는 권위적인 무게감을 덜고,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소통에 능한 이미지를 얻기 위해 색다른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MZ세대'에 대한 기업 및 정치권의 관심은 'MZ세대론'으로 이어져 진행 중이다.
'M' 그리고 'Z', 정말 하나일까?
그러나 MZ세대인 필자는 이러한 'MZ세대'론에 대해 조심스레 의문을 던지고자 한다. 이쯤에서 다시 MZ세대의 정의를 보면 'MZ세대'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를 의미한다. 앞서 베이비붐세대ㆍ386세대ㆍX세대를 최대 10년 단위로 구분하는 것에 비하면, MZ세대는 무려 20년이 넘는 시간을 호방하게 한 세대로 묶어 분류한 것이다.
이러한 구분이 진정한 '세대' 구분인지 의문이 든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시간 동안 나고 자란 사람들을 하나의 목소리로 대변하도록 말한다는 것이 맞는 것일까.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다지만, 스마트폰이 개발된 시점에 교복을 입고 있었는지, 플로피 디스크의 존재를 아는지 등 사소한 질문에서부터 위 세대는 다르다. 같은 맥락에서 몇 년 전 뜨거운 관심을 받은 책 <90년생이 온다>의 저자 역시 1982년생이다. 같은 세대로 구분되지만 그 안에서도 탐구하는 책이 출간될 정도로 이들은 다르다.
MZ세대가 다르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세대를 다시 구분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들을 단순히 한 세대로 묶어버리는 것은 이제 내기 시작한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단편적인 시선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듣기보다는 그저 '세대론'으로 치부해 가볍게 넘기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들기 때문이다.
또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내에서도 지향하는 바가 충분히 달라질 수 있음에도 이를 쉽게 '분열'로 받아들일 우려 역시 있다. 대선 주자들의 홍보 방식이 어떤 부분에서는 '기만적'이라며 비난받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온 것이다. 정치인들의 행실은 변하지 않은 채 유행하는 홍보 방식으로 2030의 호감도를 높이려는 것이 와닿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기업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노동조합의 설립 원인 분석에 세대 특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지만, 세대론으로만 이해한다면 새로운 이익집단의 주체로 내는 목소리를 그저 '철이 없다'거나 '요즘 애들은 참지 않는다'는 식으로 치부할 수 있다. 이는 그들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으로, 인재 유출과 소통 부재라는 현재의 문제를 답습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됨은 자명하다.
MZ세대가 주축이 된 신설 노동조합을 비롯해 MZ세대가 가진 힘을 어떻게 볼 것인지는 주관적인 생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세대'의 프레임을 넘어 그들이 목소리를 내는 원인과 목적을 경청하고 합리적으로 응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세대를 넘은 건설적인 노사관계를 기대해본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김보민 노무사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4&gopage=&bi_pidx=32984&sPrm=in_cate$$104@@in_cate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