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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플랫폼 노동자는 근로자”...독일연방노동법원서 최초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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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0-12-15 09:36 

독일서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자라는 판결이 처음으로 나와 화제다.
 
독일 연방노동법원은 지난 12월 1일, 플랫폼 노동자인 '크라우드워커(Crowd worker)'가 독일법 상 근로자로서 법적 지위를 가진다고 판결했다. 이는 유럽을 통틀어 최상위급 법원에서 나온 최초의 판결로 보인다(연방노동법원은 노동법 관련 사건에서 대법원의 역할을 한다). 그간 독일에서도 플랫폼 노동자는 자영업자(Self-employed)로 분류돼 왔다.
 
이 사건을 청구한 원고(52세)는 스마트 폰을 통해 '로믈러(Roamler)'라는 앱을 다운로드 받아 일을 맡아 왔다. 그가 맡은 일은 슈퍼마켓 등에서 상품 진열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사진을 찍어 확인하는 일 등이었다. 이런 식으로 약 14개월 동안 2,978건의 업무를 맡아 약 1,750유로(2,300여만원 가량)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근로시간은 대략 주당 20시간 정도였다.
 
그런데 원고와 플랫폼 회사 사이에 업무상 이견이 발생하면서, 사업주는 원고에게 더 이상 업무를 주지 않을 것이며 계정도 삭제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에 원고는 자신과 플랫폼 사업주 사이에 고용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며, 부당해고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은 근로자이기 때문에 서면 통지 없이 해고 될 수 없으며, 계속 고용하고 미지급 임금을 달라는 취지의 주장도 펼쳤다. 독일에서는 근로자가 아니라면 해고 통지 기한을 지키지 않아도 되고 이메일로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독일 금속노조(IG Metal)가 이번 소송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 역시 기업이 직접 수행했던 업무를 플랫폼 형식으로 익명의 군중(Crowd)에게 외주화 될 경우, 노동법적 기준이 약화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연방노동법원, 원심 뒤집어---"인센티브 시스템이 근로자 구속"
 
1심과 2심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특히 뮌헨 지방노동법원은 "플랫폼 근로자들이 계약을 거부할 자유도 있고 사업주의 지시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점을 결정적인 이유로 들어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는 독일에서는 '예상된 결론'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연방노동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근로자들이 계약상 특정 업무를 반드시 수행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하더라도, 플랫폼 노동자의 계약상 자유가 제한되며 고용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근로자가 '전형적인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점, 회사의 지시에 구속되는 점, 인격적 종속에 따라 업무가 결정되는 점(performed in a manner typical of employees, instructions-bound and externally determined work in personal dependency)' 등을 근거로 들어 플랫폼 노동자들을 근로자로 인정했다.
 
특히 법원은 '인센티브 시스템'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센티브 시스템이란 노동자가 많은 업무를 맡아 경험치 포인트가 쌓이고 레벨이 높아지면, 동시에 여러 업무를 할당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렇게 되면 한번 이동하면서 여러 일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소득을 쉽게 올릴 수 있다.  


◈ 플랫폼 구조는 변화무쌍---종결 국면 아냐
 
알려진 바에 따르면 독일 근로자의 약 2.6%가 플랫폼을 통해 일을 해봤으며, 플랫폼 노동자의 약 1/3이 주당 30시간 일했다고 한다.
 
이번 판결이 긱 이코노미 사업 모델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에 대해서 벌써부터 독일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플랫폼 노동 종사자가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이들에게는 휴가 청구권, 해고 보호 규정 적용, 보수 지급과 같은 권리가 발생한다. 사회보험료도 사업주 입장에서는 추가 비용이 된다. 이번 판결로 플랫폼 사업자들이 사업 모델을 재고하고나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플랫폼 노동자가 완전히 근로자로 분류됐다거나, 근로자의 완벽한 승소로 종결됐다고 볼 수는 없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이 사건의 플랫폼 사업자가 재판 도중 '예방차원'에서 원고와의 계약을 종료했는데, 법원은 이를 "합법"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특히 연방노동법원이 이번 판결을 내리면서 "플랫폼 근로자가 이전에 받아왔던 수입을 그대로 보수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는 바람에, 사업주가 지급해야 할 정확한 보수도 하급심 법원에서 다시 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플랫폼 계약관계가 근로관계로 결론이 난다고 해도, 계약상 지불하기로 한 '요금'을 '임금'이라고 간주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추후 쟁점이 많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국제로펌 Orrick, Herrington & Sutcliffe LLP 역시 분석 기고를 통해 "연방노동법원은 플랫폼 노동자의 일반적인 법적 지위를 분류한 것은 아니"라며 "이 구분은 결국 계약관계의 개별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나온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플랫폼마다 세부적인 구조와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이번 판결로 모든 플랫폼 노동자들을 근로자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해석이다. 때문에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플랫폼 업체들이 플랫폼 근로자들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사업 모델이나 구조를 변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Freshfields Bruckhaus Deringer LLP도 "플랫폼 회사가 업무 수행 방법에 대한 요건을 정했다는 사실만으로 고용관계를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추후 플랫폼 서비스를 관리하는 데 빨간 불이 켜졌다"고 평가했다.
 
물론 현재까지의 결론만으로도 시사점은 충분하다.

결국 이번 독일연방법원의 결정은 "플랫폼 노동자가 법적으로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는 가능성"을 명확하게 열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소송을 지원한 IG Metal 노조 위원장도 "플랫폼 근로자들의 권리가 강화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부분적으로나마 만족스러운 판결"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독일 정부도 판결에 며칠 앞선 11월 말, 정책적 조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노동사회부가 플랫폼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 계획을 발표한 것.

일각에서는 실효성 있는 조치가 아니라고 폄하하는 의견도 보이지만,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의무적인 연금보험 도입, 산재보험 의무가입, 최소 의무기간 보장과 계약해지 예고기간 부여, 출산휴가, 질병 시 급여 계속 지급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독일 플랫폼 영역에 추후 변화가 예상되는 이유다. 독일에서는 2019년부터 플랫폼 노동이 정치적 쟁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으며, 이번 판결의 2심인 뮌헨 판결 이후 그 움직임이 구체화 됐다는 평가다.
 
또 Freshfields Bruckhaus Deringer LLP은 "앞으로 예정될 입법조치도 주시해야 한다"며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 지위 소송에서 지위 입증책임이 근로자에서 사업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소송은 국내 학자들과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플랫폼 노동의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해외 판결일지라도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 플랫폼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를 번역해 국내에 소개한 플랫폼 노동 분야 연구가 이영주 씨(성균관대 박사과정)는 "우리나라에서도 배민커넥트나 쿠팡이츠와 같이 크라우드소싱(Crowd sourcing) 방식으로  일감을 구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법상 보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우리 입장에서도 참고할 수 있는 획기적인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연방노동법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판결의 여러 근거를 제시하면서도 "무엇보다도 계속 일을 하도록 인센티브 시스템을 설정한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스템을 근거로 플랫폼 노동자가 사업에 편입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인센티브 시스템은 플랫폼 근로자들이 계속 일을 하도록 하는 유인책이지만, 이로 인해 높은 임금을 얻게 되면서 플랫폼 근로자를 구속한다는 논리다. 사실상 자유롭게 자신의 활동 지역이나 시간을 결정할 수 없게 되고, 다른 지역에서의 활동도 제한되는 등 플랫폼 노동자들이 플랫폼 사업 안에 편입되는 점을 증명한다는 해석이다.
 
국제로펌 Freshfields Bruckhaus Deringer LLP는 이번 판결에 대한 분석 기고에서 "독일연방노동법원은 인센티브 시스템이 '심리적인 효과'를 발휘했고, 이를 통해 플랫폼 근로자들이 사업주를 위해 계속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고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법원은 플랫폼 사업자가 유인책인 인센티브를 많이 제공할수록 플랫폼 노동자가 근로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인센티브 시스템은 플랫폼 사업 모델에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재점검해야 한다"라고 봤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곽용희 기자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4&in_cate2=1011&bi_pidx=31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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