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해고자 노조 가입' 둘러싼 공포, 과연 실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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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0-12-15 09:39◆ 커지는 해고자 노조 공포
-노동계 "산별은 어차피 해고자 가입 허용, 의미 없다"
-경영계 "전교조는 해고자 때문에 노조 전체가 법외노조 길 선택"
-전문가들 "일괄해서 얘기할 수 없고, 사업장 마다 온도차 있을 것"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두고서는 그 파급효과에 대해 의견이 상당히 나뉘고 있다. 경영계나 이들을 대변하는 쪽은 "해고자들이 본격적으로 노조에 가입하고 활동에 나설 것"이라며 "업계가 패닉에 휩싸여 있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기존 파업일과 손실액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면서 해고자로 인해 파업이 급증할 것이라는 공포를 강조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런 해고자 노동조합을 둘러싼 공포는 실제일까. 노동계와 재계, 현장 실무자, 교수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추려 봤다.
■ 노동계 "의미 없다"
금속노조 간부 조합원 A는 "해고자 복직만 걸고 파업을 한 적이 있나"라며 "해고자 복직 문제가 파업 사유에 포함되더라도 늘 부수적 이슈였다"고 지적해, 해고자 노조는 실질적 공포가 아닌 경영계의 설레발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고자 중 가장 상징성이 강한 김진숙 씨 복직 이슈를 두고도 별도 파업을 벌인 적이 없다"며 "이런 문제로도 (파업을) 못하는데, 법이 바뀌었다고 갑자기 해고자 복직만 두고 파업을 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특히 민주노총 같이 산별노조 질서를 추구하던 조직에서는 해고자 노조 가입 허용이 별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A는 "산별 질서에서는 해고자들도 이미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이번 개정법 해고자 관련 조항이 영향을 줄 수 있는 곳을 굳이 뽑는다면 기업별 노조 위주 사업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의 말도 비슷하다. 이 관계자는 "금속노조의 경우 누구라도 산별노조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쪽 업계 입장에서는 큰 충격은 아니다"며 "다만 기업별 노조가 주된 사업장은 어떤 결론이 나올지 궁금하다"고 설명했다.
이미 산별 노조의 입김에 강한 자동차 산업 쪽에서는 산별노조 간부들이 현장 노조를 비교적 자유롭게 방문하고 있고, 법원도 이미 이를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법원은 산별노조 간부가 현장 사업장을 출입해 주거침입 등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회사가 산별 간부의 자유로운 사업장 출입을 조합행위 차원에서 허락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도 있다.
한편 A는 "해고자들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한다지만 창구단일화 절차의 다수 노조 산정이나 근로시간 면제에서 비종사자 조합원은 카운트를 하지도 않는다"며 "실제로 대구의 모 회사에서는 금속지회가 다수노조가 될 상황에서 조합 간부들을 해고해 버려서 다수 노조가 되는 것을 막은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장 조직싸움에서 중요한 조합원수 산정을 부정하는 바람에, 해고자 노조 가입이 실제 사업장 투쟁에 영향을 미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A는 "노동조합을 기업 단위로 사고하고 기업 부서처럼 관리하려는 생각에 매몰되니 불안에 떠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경영계 "사업장 마다 온도차 있어"
이에 대해 재계 단체 관계자 B씨는 "사업장 마다 온도차가 있다"고 지적했다.
B는 "해고자 복직 이슈가 본질이었지만 불법파업 시비를 피하기 위해 근로조건 이슈를 껴 넣어 쟁의행위를 한 사례도 많다"며 "해복투(해고자 복직 투쟁)의 공포가 근거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복투 혹은 해고자가 기업단위 노사관계에 개입할 거라는 공포는 기업마다 온도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에 따르면, 심지어 산별 노조 지회라고 해도 기업별 노조의 전통이 강해, 산별노조의 통제를 거부하는 기업들은 해고자들이 개입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평가다. 현대차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B는 "해고자의 기업 노조 가입이 공포인 이유는 산별노조나 상급단체에서 우리 사업장에 들어올 통로가 늘어났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며 "하지만 산별체제 아래라고 해도 오히려 기업별 노조 정체성이 강한 노조는 스스로 해고자들이나 산별의 개입을 막는 경우가 많고, 굳이 규약을 개정해 해고자들의 개입을 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다만 산별 노조 경험이 없는 사업장이나, 해고자를 통해 산별의 영향력 아래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기업별 노조를 보유한 회사는 불안에 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자동차 업계 관계자의 설명과 유사하다.
B는 "해복투와 장외투쟁 이슈로 몇 년씩 고생한 회사, 노조나 산별을 상대한 경험이 부족하지만 적당히 노사관계를 꾸려왔던 기업들에서 최근 경영계 단체 쪽에 문의가 많은 것으로 안다"며 "당연히 조직 활동 경험이나 노하우가 많은 비종사조합원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게 되면서, 기존에는 없었던 문제가 발생할 것에 대한 공포가 크다"고 설명했다.
산별 체제 아래서는 이미 그런 개입이 많지 않았냐는 질문에 B는 "물론 그렇지만, 이번 개정법이 더 자유롭게, 본격적으로 개입을 해도 된다는 시그널을 주게 된 셈"이라며 "해고자가 조합사무실에 늘 나오고 교섭위원에 선정 돼 앉아있다면 그게 보통 일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자동차 업계 관계자도 "현대자동차 지부의 경우에는 해고자가 교섭위원 대표로 나온 적이 있어서, 회사가 교섭을 못하겠다고 강하게 나선 적이 있다"며 "이제는 명문화가 돼서 그런 항변을 할 근거는 없어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제도가 가져올 변화를 두고 B는 "해고자 가입이 일부 우려처럼 엄청나게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앞서 A가 언급했듯, 산별 노조에서는 해고자들도 이미 가입이 가능했던 점, 사업장 마다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는 평가다.
양측의 의견을 종합하면 결국 개별 사업장에서 노조가 어떤 방식으로 해고자 이슈를 활용할지의 문제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현직자로 구성된 기존 노조가 해고자들에게 순순히 주도권을 내주는 일이 많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반면 다른 전문가는 "해고자들이 기존 노조와 반드시 협업하라는 법은 없으며, 구직자들과 연계해 별도 노조를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며 "기존 노조 역시 수세에 몰리는 경우 해고자 활용을 적당한 카드로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전교조는 소수 해고자를 위해 조합 자체가 법외노조가 가는 길을 선택했다"며 "해고자 이슈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사관계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양하게 나뉘는 모양새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곽용희 기자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4&in_cate2=1006&bi_pidx=31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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