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대법원 “버스 견습기사도 ‘시용’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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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4-28 12:11임금을 받지 않고 일한 ‘견습 버스기사’가 운행을 연습한 기간도 시용기간으로서 근로기간에 포함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은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아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면 ‘시용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시용’은 정식으로 채용하기 전에 업무적격성을 평가하기 위해 일정 기간 시험적으로 고용하는 것이다.
운행 연습 중 버스 추락 골절상
근로자 지위 쟁점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2019두55859)는 최근 경북 안동의 버스회사인 A사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보험급여 결정승인처분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건은 견습기사인 B씨가 마지막 테스트 과정에서 사고를 당하며 시작됐다. B씨는 2015년 9월 감독관의 지시로 버스를 운전하던 중 버스가 추락해 요추 골절상을 입었다. B씨는 요양급여를 신청했고, 공단은 이를 승인했다. 그러자 A사는 요양급여를 지급한 것은 위법이라며 2018년 7월 소송을 냈다.
재판의 쟁점은 B씨와 회사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는지였다. B씨가 노동자로 인정되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서 정한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A사는 견습기사가 테스트에 합격하면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시용기간을 거쳐 정식직원으로 채용해 왔다.
1심은 공단이 B씨를 근로자로 판단해 요양급여를 승인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노선견습 기간은 실질적으로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아 운전기사로 근무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을 습득하기 위한 시용기간으로서 근로기간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B씨가 일정한 기간 정식기사에게 업무 지시를 받았던 점 등이 고려됐다. 재판부는 “B씨는 이력서와 운전면허증·운전경력증명서 등을 회사에 제출했고, 사고 당시 이미 면접을 마친 상태였다”며 “B씨는 오전 5시30분까지 사무실에 출근해 정식기사의 지시에 따라 노선을 숙지했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지정한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노선 운행이 종료된 이후 퇴근한 부분도 근거가 됐다. 회사는 노선 숙지 기간에 “내일은 몇 번 버스를 타고 몇 시까지 나오라”고 지시했다.
항소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B씨의 노선 숙지와 운행연습 기간이 채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자격을 평가하기에는 지나치게 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운행 연습은) 채용 후 업무능력 양성 및 교육훈련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 “종속적 관계에서 훈련 이뤄져”
대법원 역시 원심을 따랐다. 시용기간의 근로 내용이 정규직과 차이가 있더라도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가 제공됐다면 ‘시용 근로계약’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B씨가 회사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임금을 지급받지 않았으나, 이것은 모두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용자가 시용기간 중의 근로자에 대해 자신의 의사대로 정할 여지가 큰 사항”이라며 “이러한 사정만을 이유로 시용 근로계약의 성립을 부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B씨와 회사 사이에 ‘시용 근로계약’이 체결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B씨가 노선 숙지만 하고 직접 운전하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이는 피교육자이자 근로자라는 지위를 겸한 채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훈련이 종속적 관계에서 이뤄진 이상 B씨는 시용기간에 회사를 위해 근로를 제공했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이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