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중대재해처벌법 ‘손질’ 정규직화 ‘원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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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5-04 09:23윤석열 정부가 시행 석 달 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손보기로 했다.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에도 드라이브를 건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무위로 되돌릴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국정목표로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내걸었지만, 민간이 주도하는 규제개혁 위주의 산업정책이 빼곡해 ‘공허한 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3일 오전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5대 국정목표 20가지 약속 가운데 노동 분야는 세 번째 국정목표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 아래 ‘약속10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항목으로 들어갔다. 국정과제 대부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과 대동소이했다.
중대재해 처벌 대신 기업자율 안전 지원으로
국정과제의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산업안전 분야에서는 중대재해 처벌 대신 기업 자율의 안전관리체계 구축 지원을 강조했다. 기업의 자율적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확산을 지원해 산업재해예방 강화와 실질적 사망사고 감축을 유도하겠다는 내용이다. 재계가 요구한 ‘현장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관련 법령 정비’도 포함됐다.
인수위는 ‘산업안전보건 관계법령’의 개정과 함께 ‘지침·매뉴얼을 통해 경영자의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 명확화’를 명시했다. 경영책임자 의무를 좁히는 쪽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의미다. 산재예방과 관련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동의 상생형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확산 지원 △산재예방 종합포털 구축 △근로자 휴게시설 설치 지원과 건강센터 확대 추진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산재보험 사각지대 해소 △업무상 재해 신속 결정을 위한 업무 절차 및 재해 인정기준 개선 등을 약속했다.
선택근로제 확대, 국정과제에도 포함
국정과제에는 윤 당선자의 공약인 노동시간 유연화 방침도 포함됐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확대하고 활성화한다는 내용이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1일, 1주 노동시간 상한이 없는 데다 포괄임금제도까지 적용하면 시간외근로수당도 받을 수 없어 장시간 공짜노동의 만능열쇠로 불린다. 현재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3개월까지만 가능한데 윤 당선자는 1년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스타트업과 전문직의 근로시간 규제완화(화이트칼라 이그젬션)도 꺼냈다. 연장근로시간 총량관리와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도 추진한다.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를 위해 노사협의회를 활성화하겠다는 공약도 국정과제에 담았다.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의 대표성·독립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현행법에서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선출할 때 과반수노조가 있는 경우는 노조 대표자나 노조가 위촉한 사람이 근로자대표 지위를 갖는다. 윤 당선자는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직접투표로 선출하겠다’고 공약했다. 노사협의회 제도 개선이 노조의 ‘근로자대표 위촉 권한’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정채용 기회 보장’ 명목으로 정년·장기근속자 자녀 우선채용 등 단체협약상 불공정 채용을 시정하겠다는 공약도 국정과제에 들어갔다. 박근혜 정부에서 노조탄압용으로 휘두른 ‘단협 시정명령제도’ 남용 우려가 벌써부터 높다.
인수위는 여성·노동단체가 요구하는 성별임금공시제 대신 성별근로공시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성평등 일자리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고용서비스 고도화와 전달체계 효율화, 전 국민 생애별 직업능력 개방 등 일자리 정책은 문재인 정부와 큰 차이는 없다. 다만 고용보험기금 재정건정성 확보를 이유로 구직급여 반복수급 제한과 실업인정 제도 변경 등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실업급여 보장성이 지금보다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 자회사 정리하고 자율 구조조정
“이명박·박근혜 정부 실패, 잊었나” 반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무위로 돌리는 계획도 포함됐다. 인수위는 “공공기관 혁신을 통해 질 높은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공공기관에 출자회사 정리를 요구하고 정리하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담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을 한 기관에 자회사를 다시 없애라고 요구하는 셈이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 스스로 인력을 효율화하면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해 사실상 공공기관 구조조정과 자회사 폐쇄를 시사했다.
공공노동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진병우 공공노련 정책실장은 “인력 효율화를 명목으로 출자회사를 정리하는 것은 정규직화 정책으로 전환한 자회사 노동자 생존권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자 선전포고”라며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고용과 노동에 대한 핵심 기조와 사회적 합의를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실망이 증폭하는 것은 물론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와 정부 간 갈등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처럼 극단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동산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팀장은 “공공기관 효율화는 실상 공공기관 구조조정이고 공공성을 약화하는 것”이라며 “공공부문 자회사와 비정규직처럼 취약한 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