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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디지털 감시’ 포위된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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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5-09 18:45 

CCTV를 비롯한 영상기록장치를 통한 ‘디지털 노동감시’가 일상화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발전소 현장에서는 중대재해 발생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블랙박스가 도입되고 있다. 공공 목적으로 설치된 CCTV가 노동자를 감시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전후 발전소에 도입된 블랙박스
“산재예방 아닌 노동자에 책임 전가하려는 목적”

8일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한국서부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동서발전은 2020년 이후 각각 172대, 387대, 13대의 블랙박스를 구매했다. 해당 블랙박스는 몸에 부착해 바디캠처럼 사용하거나 삼각대에 설치해 CCTV처럼 활용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원청노동자가 직접 하청노동자가 일하는 모습을 블랙박스로 촬영하거나 하청노동자에게 동료가 근무하는 영상을 촬영하도록 하는 ‘감시의 외주화’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노조가 블랙박스 촬영에 문제를 제기한 이후로는 동의서를 받고 있다. 하지만 동의서 작성을 거부하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 하청노동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강제나 다름없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발전사측은 명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분석해 향후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고, 고위험 작업현장에 대한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제거하기 위해 블랙박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는 발전소에서 사고 발생시 촬영한 영상을 바탕으로 과실 여부를 따져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자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블랙박스를 도입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블랙박스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한 이후 발전소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원청이 작업자의 부주의한 행동이나 작업수칙을 위반한 모습을 촬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블랙박스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발전소에서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블랙박스가 아닌 원·하청 안전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전·시설물 보호 위한 CCTV, 직원 근태 감시에 활용”
“설비 설치시 노동자대표와 협의토록 근기법에 명시해야

CCTV를 활용한 디지털 노동감시는 특정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8월 진보네트워크센터가 발간한 ‘디지털 노동감시 실태조사 및 법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 참여자 1천177명 중 699명(59.4%)이 “직장에서 CCTV로 작업장이나 생활공간 등을 촬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인정보 침해와 관련한 신고와 상담은 2016년 9만8천210건에서 2020년 17만7천457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공공 목적의 CCTV를 노동자 감시용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부산지하철노조에 따르면 부산교통공사에서는 올해 초부터 안전과 시설물 보호를 위해 설치된 CCTV를 직원의 근태를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감사실에서 직원이 제대로 근무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지하철 승강장과 대합실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하고 있다”며 “지하철에 설치된 CCTV는 사고가 발생하거나 승객이 다칠 때 대응하기 위해 설치됐는데 감사 목적으로 CCTV를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대응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 권익을 침해하는 디지털 노동감시를 규율하기 위한 관련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정보처리자와 정보주체를 대등한 당사자로 전제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은 사용자가 우월한 지위를 갖는 노동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에서 노사협의회 협의 사항으로 ‘사업장 내 근로자 감시 설비의 설치’를 명시하고 있지만 협의 사항에 불과하고 처벌 규정도 없기 때문에 유명무실하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감시설비로 인한 노동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사생활 권리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3월30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근로계약에 명시해야 하는 사항에 감시설비의 설치 및 감시설비를 통해 수집한 노동자의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내용을 추가했다. 이와 함께 노동자의 안전사고 예방 등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노동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 또는 노동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와의 서면 합의를 통해서만 감시설비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개인정보수집에 관한 사항도 근로조건의 하나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 대표는 “노사관계 내에서는 기본적으로 권력이 불평등하기 때문에 감시설비를 설치할 때 개별적으로 동의를 얻는 방식이 아니라 노조나 근로자대표와 협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노동자의 권리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CCTV를 설치할지 말지가 아니라 어떤 각도를 비추게 할 것인지, 촬영 영상을 얼마나 오랫동안 보관할 것인지, 어떤 목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상세하게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 신훈기자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8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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