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99세에 폐암진단 ‘채탄부’ 법원 산재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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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5-09 18:46채탄 작업을 한 지 47년이 지나 폐암이 발병해 숨진 채탄부가 법원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약 20년 이상 장기간 분진에 노출돼 사망과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는 채탄부 A씨의 자녀 4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공단은 1심에 불복해 지난 2일 항소했다.
기록 없어 입증 난관 ‘근무기간’ 쟁점
법원 “경력증명서보다 장기간 근무”
1920년생인 A씨는 1972년까지 20년 넘게 대한석탄공사 은성광업소에서 근무했다. 그런데 47년이 흐른 2019년 폐암이 발병해 이듬해 1월 세상을 떠났다. 만 99세 나이였다.
유족은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은 “퇴직하고 장기간 경과 후 일반적인 기대여명을 충분히 지나서 폐암이 발병했다”며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20대부터 매일 흡연한 기록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자 A씨 자녀들은 지난해 3월 소송을 냈다.
재판의 쟁점은 A씨의 근무기간과 분진 노출 정도였다. 공단 산하 직업환경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직업성 폐암 환자의 평균적인 분진 노출 기간을 22.9년으로 보고 있어 근무기간이 다퉈졌다. 1951년 이전의 근무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양측의 주장은 엇갈렸다.
공단은 경력증명서를 토대로 A씨의 근무기간을 21년이라고 판단했지만, 유족측은 약 34년간 근무했다고 맞섰다. 1951년 이전부터 일하면서 발암물질인 결정형 유리규산·라돈·용접흄 등에 노출됐다는 것이다. 1949년 태어난 A씨 자녀의 출생지가 광업소 근처로 기재된 제적등본과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제시됐다.
법원은 유족측 주장을 받아들여 A씨의 폐암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내 광산은 라돈 농도가 높은 수준이고, 광산 근로자는 결정형 유리규산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직업군으로 알려져 있다”며 “고인은 탄차공·기관차 운전공 등으로 근무하며 폐암 발암물질에 장기간 노출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실제 근무기간도 경력증명서상 기간보다 길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A씨의 자녀가 광업소의 사택에서 출생하고, 폐광 이후 석탄박물관이 건립된 위치가 사택 근처였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잠복기 35년 연구 결과, 승소 뒷받침
법원 “지하 갱내 근무하며 라돈 노출”
재판부는 자녀가 태어난 1949년께 적어도 A씨가 광업소에서 근무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경력증명서상 확인되는 근무기간 이전부터 근무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23년 이상 장기간 광원으로 근무하고 사원과 노무원의 중간계급인 ‘고원’으로 근무했다면 채탄 부서에서도 근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법원 감정의의 진폐증 소견도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아울러 A씨가 퇴직 후 47년 지나 폐암이 발병했지만, 잠복기 범주 내에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폐암은 잠복기가 최소 10년 이상이고 30년 이후 발병하는 사례도 있다”며 “직업환경연구원 분석 결과에 의하면 폐암의 평균 잠복기가 35.04년이고, 고형암의 잠복기는 10~50년으로 보고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A씨의 흡연 이력도 발암물질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봤다.
유족을 대리한 이창수 변호사(이창수 법률사무소)는 “23년 이상 폐암을 유발하는 분진에 노출돼 발암물질에 대한 평균 노출기간의 범위 내에 있다는 것을 입증한 사건”이라며 “고인의 직무가 대부분 갱도에서 이뤄져 발암물질에 충분히 노출됐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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