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코로나 감원 지상조업사, 결국] 한국공항 정비노동자 혼재작업 중 끼임사고로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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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4-28 12:12대한항공 지상조업 자회사인 한국공항 노동자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정비업무를 하다 항공기 운송차량(토잉카) 바퀴에 머리가 끼이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인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증가한 업무량을 처리하기 위해 혼재작업을 한 것이 사고 원인으로 꼽힌다. 이 회사와 노동환경이 비슷한 항공기 지상조업사들의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현장조사·점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차량 시동 끄고 하는 ‘에어컨 점검’
켜고 하는 ‘누유 점검’ 동시에 이뤄져
공공운수노조 민주한국공항지부(지부장 서명호)는 27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공항이 무리한 작업을 지시해 노동자를 숨지게 했다”며 “인력충원 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와 안전보건공단 중앙사고조사단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5시께 인천국제공항 한국공항 사업장에서 토잉카 바퀴를 점검하던 이아무개(37)씨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차량 바퀴 틈으로 머리를 넣고 연료 누수 여부를 조사하던 중 바퀴가 원위치하면서 바퀴와 바닥 사이에 머리가 끼였다.
사고는 혼재작업 중 발생했다. 당시 토잉카에는 에어컨 작동을 점검하는 전기점검조 노동자와 연료 누수를 점검하는 유압점검조 등 2개 팀이 함께 일했다. 에어컨 점검은 차량 시동을 켰다 끄기를 반복하며 이뤄진다. 연료 누수 점검은 바퀴를 한쪽으로 틀어 놓은 상황에서 차량 밑을 살피는 식으로 진행한다.
토잉카는 시동이 켜진 상태에서만 바퀴 조향이 가능하고, 시동이 꺼지면 일자 형태의 제자리로 돌아가게 설계돼 있다. 에어컨 점검 노동자가 누유 점검이 이뤄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시동을 껐고, 작업 중이던 이씨가 사고를 당했다. 사고가 난 토잉카는 길이 10미터, 폭은 5미터가량이고 바퀴 지름은 1미터에 달한다.
“업무량 맞추려 회사가 2개 팀 동시에 투입”
위드 코로나로 점검 증가, 산재 우려
절대 해서는 안 될 에어컨 점검과 연료 누수 점검의 혼재작업은 왜 이뤄졌던 것일까. 노조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할당된 업무량을 처리하도록 지시한 회사 방침이 배경이라고 주장했다. 지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하기 전 140명 넘던 현장 노동자는 최근 109명밖에 남지 않았지만 최근 회사는 정비업무량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족한 인원으로 일하다 보니 과로에 시달렸고, 그러고도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자 회사는 위험하게도 2개의 작업조를 동시에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서명호 지부장은 “여러 차례 인력총원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응하지 않았다”며 “미루고 미루다 결국 이번 사고로 이어지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부는 △차량 시동을 끈 전기점검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회사 차원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사고 책임 인정과 유가족에 대한 사과, 현장 노동자 트라우마 치료, 안전보건담당자 배치 등도 회사에 촉구했다. 유족측은 기자회견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한국공항은 유족의 대표이사 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노조는 이번 사고가 한국공항만의 일회성 중대재해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감소했던 항공기 운항이 속속 증편하면서 지상조업사 업무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호 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사무국장은 “항공사 하청업체와 다를 바 없는 지상조업사들은 코로나19 국면 중 줄인 인력을 충원하지 않은 채 업무량을 점차 늘리고 있다”며 “연장근로시간을 주 12시간 외 추가로 연장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특례 합의를 한 사업장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과로노동이 이뤄지는 지상조업사에는 중대재해 시한폭탄 시계가 지금도 굴러가고 있다”며 “지상조업사 노동실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인천공항 내 한국공항 사업장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기준 관리직 350여명, 현업직 2천200명가량이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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