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2년 새 근로계약 5번 반복, 2년 지나자 갱신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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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4-26 09:302년 사이 근로계약을 다섯 번이나 갱신하며 일한 아파트 경비노동자에게 여섯 번째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해 해고한 경비용역업체의 처분이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초단기 계약을 반복하며 극심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경비노동자 노동환경 전반을 개선하기 위해 고용안정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높다.
부당해고 판정 뒤 다른 아파트로 발령
법원 “근로계약 갱신거절 무효”
25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부산지법 민사단독 김도요 판사는 아파트 경비노동자 A씨가 용역관리업체 B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B사는 미지급 임금 246만원을 지급하라”고 지난 5일 판결했다.
A씨는 2018년 9월 아파트 관리용역업체 B사와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었다.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며 짧게는 2개월, 길게는 8개월가량 모두 다섯 차례 재계약했다. 일한 지 2년 만인 2020년 8월 용역업체는 '근무 불성실'을 이유로 근로계약 갱신거절을 통보했다.
A씨는 근로계약 갱신거절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생각해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부산지노위는 부당해고에 해당해 원직복직과 해고기간 중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용역회사의 괴롭히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복직한 A씨에게 해운대구가 아닌 부산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일하라고 전보발령했다. 해고기간 중 미지급 임금 1천200여만원 중 일부인 975만원만 지급했다. 결국 A씨는 공단의 도움을 받아 용역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경비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김도요 판사는 “전보발령에 의한 복직은 적절한 원직복직 조치로 볼 수 없다”며 “A씨는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었고, B사의 갱신거절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무효”라고 판시했다. 원래 일하던 아파트로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중 임금도 지급하라는 취지다.
초단기 근로계약 관행, 간접고용에
노동자 고용불안·노동조건 악화
A씨가 겪은 초단기 근로계약·고용불안 문제는 많은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이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대전아파트경비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은 지난해 10월 대전지역 500세대 이상 275개 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노동자 2천700여명을 조사했는데 대부분은 3개월 계약을 맺고 일했다. 서울노동권익센터의 2019년 조사에서도 서울지역 경비노동자 30.9%가 3개월 계약을 맺었다.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할 제도는 아직 없다. 지난해 10월20일 시행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은 경비원 갑질금지법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고용불안 문제를 다루지는 않는다. 경비원이 할 수 있는 업무와 해서는 안 되는 업무를 명확히 하는 데 의미를 뒀다. 아파트 관리업무를 하는 경비원은 감시·단속적 노동자에서 제외돼 연장근로수당 등을 받아야 하는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경비원을 줄이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했다. 초단기계약 관행이 고용불안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왔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경비원 고용불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입법적·행정적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 쪼개기 근로계약을 반복할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간주하는 조항을 넣거나, 사업이전시 고용승계를 의무화한 법률을 제정하는 방안 등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제정안이 상정돼 있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경비원 초단기 계약을 근절하는 사회적 여론을 만들어 나가자는 주장도 내놓는다.
공공부문에서 경비원 고용·노동조건을 보장하자는 견해도 부각하고 있다. 이를테면 지방자치단체 시설관리공단처럼 경비원을 고용하는 별도의 공단을 만들자는 얘기다. 이남신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은 “경비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 구조 아래에서는 경비노동자 고용과 노동조건 개선이 매우 어렵다”며 “공공부문이 경비노동자의 고용과 최소한의 노동조건을 보장하고, 노조가 만들어졌을 때 교섭권자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하는 방안도 검토해 봄직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