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대체인력 없는 급식실은 지옥”] 손가락 금 가고, 목뼈 다쳐도 돌아가는 급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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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4-27 09:27충북 청주의 서현중학교에서 24년차 조리사로 일하는 박미숙(54)씨는 지난 1월 조리대를 옮기다 문에 끼여 새끼손가락에 금이 갔다. 지난해 넘어져 어깨 인대가 늘어난 게 채 낫기도 전에 또 부상을 당한 것이다. 박씨는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하니 파스를 바르고 물리치료를 하며 일할 수 밖에 없다”며 “다쳐도 그저 걸을 수 있거나 움직일 수만 있으면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난주에는 7명의 조리(실무)사 중 3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어도 이틀은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해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다. 박씨는 “나머지 3일은 알바를 구했지만, 초보자가 와 일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교육청이 전담대체인력을 더 많이 확보해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학교 현장에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을 위한 전담대체인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학교비정규직노조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시·도 교육청은 교육공무직 모든 직종에 전담대체인력 제도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대체인력이 없어 곤란했던 경험은 박씨만 겪은 게 아니다. 지난해 6월 경기도 화성의 한 고등학교에서 조리사로 일하던 A씨가 휴게실에서 쉬다 떨어진 사물함에 목을 맞아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고가 있었다. 함께 쉬던 3명의 조리사도 다쳤다. A씨 남편은 청와대 청원을 통해 “부상자 4명이 응급실에 실려 갔어도 학교는 당일 급식을 강행했다”며 “급식실은 노동강도가 높고 한 명이 빠져도 몇 배가 힘들어지는데 4명이나 결원인 상태로 급식을 강행한 것은 제2의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대체인력이 없어 결원인 상태로 급식을 강행한 또 다른 사례다.
본부와 노조는 급식실 전담대체인력 제도를 전국·전 직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급식실 전담대체인력 제도는 몇 개 학교를 묶어 1명의 대체인력을 뽑고, 한 학교에 결원이 생기면 파견하는 제도다. 본부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전담대체인력 제도를 운용하는 곳은 충북도·강원도교육청(충남도·인천시·울산시교육청은 시행 예정)뿐이다. 나머지 교육청은 대체인력 풀을 갖고 있지만 전담대체인력이 없다. 노동자가 다쳐 급하게 결원이 생겨도 대체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