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파업 노조에 ‘억대 손배소’ 낸 지자체 출연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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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4-12 09:22서울 강동구가 출연해 설립한 문화재단이 파업으로 공연을 진행하지 못했다며 노조에 3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재단은 노조간부들을 업무방해죄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노조는 적법한 쟁위행위인데도 재단이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임금 개선 요구 묵살되자 파업
주말 전후로 전야제 열고 파업
1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강동문화재단은 올해 1월 민주일반노조 강동문화재단분회 전·현직 간부와 조합원 8명을 상대로 서울동부지법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금액만 3억4천500만원이다.
강동구는 2020년 1월 지자체 직영으로 운영하던 강동아트센터와 강동구도시관리공단 소속 구립도서관 다섯 곳을 통합해 재단을 출범했다. 초대 이사장은 이정훈 강동구청장이 맡았다.
그런데 같은해 2월 재단에 분회가 생기면서 노사 갈등이 촉발됐다. 분회에 따르면 재단 통합 이전의 경력이 인정되지 않는 등 임금체계에 문제가 발생해 교섭을 요구했다. 6월 구청을 방문해 △호봉제 적용 △고령친화직종에 정년 65세 보장 △성실교섭을 요청했다.
분회는 그해 11월 구청과 호봉제 태스크포스(TF) 구성과 임금체계 연구용역 시행에 합의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나서도 구청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급기야 재단은 지난해 6월 임금교섭 요구에 ‘전부 수용 불가’라고 답변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회의에 안건이 올라갔고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분회는 그해 6월23일 파업권을 획득했다.
조합원 대부분(96%)이 파업에 찬성했으나 곧바로 쟁의행위에는 나서지 않았다. 수차례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구청은 조합원의 의견을 배제한 채 연구용역을 실시했고, 지난해 10월 연봉을 동결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분회는 결국 파업을 선택했다. 파업 전야제를 지난해 11월10일 열기로 했지만,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자 이틀 뒤인 12일로 미뤘다. 11월11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렸고, 주말인 11월13~14일을 이용해 파업을 한다고 소식지로 밝혔다.
사내에 공지한 분회는 12일 오후 6시30분 구청 앞에서 전야제를 열었다. 파업도 아트센터 무대 설치 담당자가 오전에 참여하고, 나머지 조합원들은 정상적으로 진행했다. 파업 이후 12월 노사는 호봉제로 전환한다는 내용의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무대 직원 출근에도 공연 취소
재단측 “구동장치 잠그고 퇴근”
문제는 전야제와 파업 날짜의 공연이 취소되면서 발생했다. 전야제 당일인 12일 계획됐던 공연 3건 중 2건이 취소됐다. 전야제 이전의 공연은 정상적으로 진행됐지만, 오후 7시30분 이후의 공연은 모두 열리지 못했다. 파업이 진행된 주말에는 공연 4건이 취소됐다. 나머지 1건만 장소를 변경해 진행했다. 무대 파트 조합원들이 파업 시작일 오전에 정상출근한 상태였다.
그러자 재단은 공연이 취소된 책임이 노조에 있다며 지난 1월3일 민사소송을 냈다. 무대기술 파트 직원 8명이 필수적인 ‘메인 구동장치’를 잠그고 그대로 철수해 공연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재단측은 “파업 전야제 당일 저녁 공연을 저지하고자 무대 메인 구동장치 일체를 셧다운한 뒤 철수해 비조합원과 공연단체 관계자가 무대를 조작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며 “당일 공연뿐만 아니라 주말에 예정한 공연 일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조업을 방해하며 쟁의행위를 할 수 없도록 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38조1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공연전시팀장이 직원들에게 연장근로를 거부하더라도 저녁 공연에 차질이 없도록 지시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도 했다.
노조 “적법한 파업, 민·형사 책임 부적절”
재단 “공연 취소에 법적 책임 따져야
분회는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야제와 파업은 노조법의 요건을 충족한 적법한 파업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법(3조)은 사용자가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었을 때 노조에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분회 간부 A씨는 “최대한 재단과 교섭하기 위해 파업권을 얻고도 5개월 정도 기다렸다”고 말했다.
특히 전야제 당일 정시에 퇴근한 점도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재단이 저녁 공연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초과근로를 강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1주 5일 40시간(1일 오전 8시~오후 6시)으로 근로계약을 맺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적법하게 퇴근해 전야제에 참석한 것이므로 재단의 업무를 방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분회 조합원들은 전야제 2주 전에 소정근로시간 8시간을 신청해 승인을 받았다.
나아가 재단이 잠그고 퇴근했다고 주장한 ‘메인 구동장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무대에는 음향·조명 부스 등 공연 관련 설비만 있다는 것이다. 분회측은 “공연장과 조정실을 걸어 잠그거나 장비를 사용할 수 없도록 조작해 공연을 방해하는 행위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무대기술 파트 직원들은 파업 시작일 오전에 조기 복귀했는데도 재단이 스스로 공연을 포기했다고 항변했다. 분회 간부 B씨는 “아트센터 조합원들은 심적 부담이 있어 파업 시작 직후 전원 출근했다”며 “충분히 공연을 할 수 있는데도 재단이 세트를 철수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분회측은 재단과 구청이 노조 요구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A씨는 “그동안 불리한 근무환경을 참다가 노조가 만들어졌는데, 재단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구청도 노동친화를 내세우지만, 정치적으로 이용하지만 말고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분회 간부들을 대리하는 최종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사실상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하는 공공기관에서 적법한 파업에 대해 민·형사 책임을 묻겠다는 조치는 대단히 이례적이고 부적절하다”며 “재단은 조합원들이 민사소송과 형사고소로 겪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대해 사과하고 법적 대응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단측은 법적 판단을 따르겠다는 반응이다. 재단 관계자는 “통상 야간 공연이 있으면 연장근로를 해야 하는데도 그대로 철수한다면 무대기술 파트 직원들이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파업에 따른 공연 취소에 법적인 문제가 없는지 따져보자는 취지의 소송”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노조간부들을 불러 정당한 쟁위행위인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