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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무덤서 깨어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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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4-12 09:23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고연봉 사무직에게 근로기준법의 노동시간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사무직 초과근무수당 지급제외 제도’(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무직 노동형태 변화에 따라 기업 생산성을 높이고 고소득자 평가기준을 성과 중심으로 바꾸는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과로노동을 용인하고 주 52시간제(연장근로 12시간 포함)를 무력화할 뿐 아니라 정작 원조격인 미국에서도 제도 보완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노동형태 다변화로 노동시간 변화 필요?
“그걸 왜 초과근무 보상체계에서 찾아”


이 제도는 일정 기준 연간 임금소득 이상인 사무직·전문직에게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내용이다. 고소득의 기준점은 마련하기에 따라 다르지만 금융권 노동자와 대기업 사무직, 일부 전문직을 비롯해 최근 각광받는 IT 개발자 등이 포함될 여지가 크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2020년 12월1일 발의한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소득 상위 3%에 해당하면 노동시간과 휴게, 휴일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안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내용만 환경노동위원장 대안에 반영되면서 폐지됐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노동부가 추진한 적 있던 이 제도가 무덤에서 되살아나기를 거듭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고소득자의 성과보상 시스템을 개선할 뿐 아니라 더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소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스톡옵션을 받는 스타트업 노동자를 사례로 들고 있다. 일한 만큼 기업가치를 높여 자신의 자산도 성장할 수 있는데 근무시간을 제한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황당하게도 스톡옵션을 받는 스타트업 노동자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 도입되더라도 적용에서 제외된다. 제도 적용 기준이 임금소득이기 때문이다. 스톡옵션은 금융소득이다.

유사한 지적은 또 있다. 학계에서는 사무직·전문직의 노동형태가 다양화해 과거에 머무른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택근무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사무직·전문직이 한날한시에 출근해 일정 시간 일하는 형태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8시간 소정근로시간을 설정한 것 자체가 공장노동식 설계”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노동형태 다변화 대응방법이 초과근무수당 삭제일 이유가 없다는 반박이 나온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노동형태가 다양화한 현상과 초과근무 보상체계를 개편하는 것은 논리적인 정합성이 없다”며 “오히려 시간 비례 원칙에 따라 일한 만큼 인정받고 초과근무를 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게 제대로 된 논의 아니겠느냐”고 반박했다. 이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쪽의 진단과 처방이 다른 셈이다.

“고소득자 향한 반감 기대 노동시간단축 훼방”
최저임금 차등적용 엮이면 노동가치 하락


제도 도입 효과가 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도입됐을 때 끼칠 영향은 명확해 보인다. 소득 기준에 따라 많은 사무금융 노동자와 대기업·IT 노동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정책실장은 “2015년 논의 당시 연봉 기준은 6천만원 중반, 현재는 7천만원대”라며 “상당수 사무금융 노동자가 여기에 속해 초과근무에 시달리면서 보상은 받지 못하는 과거가 되풀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는 7천만원 이상부터 1억원까지 기준점 논의는 다양하다.

그렇다고 저소득자가 혜택을 보는 것도 아니다. 김종진 선임연구위원은 “고소득자 초과근무수당을 아껴 저소득자를 주겠다는 것도 아니다”며 “그저 기업의 이윤을 남기기 위해 인건비를 절감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우려는 노동시장 이중화에 따른 노노갈등이다. 이상훈 금융노조 금융경제연구소장은 “재계가 고소득자에 대한 사회적 비호감을 부추겨 노동시간을 전반적으로 유연화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것 아닌가 걱정스럽다”며 “노동시간단축 흐름은 여건이 되는 산업에서 먼저 노동시간을 줄이고 이를 다른 산업으로 확대하는 형태인데, 이 과정에서 고소득자에 대한 비호감 정서를 확대해 이런 시도를 가로막는 사회적 역행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제도가 다른 제도와 뒤섞였을 때도 문제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이나 주 120시간 노동시간 규제완화 같은 정책과 얽히면 전반적으로 노동의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당사자 반발도 크다. 김기원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장은 “연봉에 따라 과로노동을 해도 된다는 것은 무슨 발상이냐”며 “심각한 과로노동에 시달렸던 증권가와 투자은행(IB) 노동자들이 주 52시간 도입 이후 그나마 휴식이 가능하다며 안도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적어도 증권가 당사자들이 원한다는 거짓말은 하지 마라”고 덧붙였다.

원조 미국도 지급제외 대상 축소하려 노력
오바마·트럼프 행정부 꾸준히 기준 인상


이런 가운데 오히려 이 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미국은 제도 보완에 나서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6년 노동부 규칙을 바꿔 사무직 초과근무수당 지급 제외 기준을 주당 455달러(56만1천470원)에서 주당 913달러(112만원5천729원)로 대폭 인상을 시도했다. 기준소득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뒤 2020년 1월1일부로 기준을 주당 684달러(84만4천56원)로 상향됐고 바이든 행정부도 수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노동자가 초과근무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조차 초과근무수당에 대한 인정 비율을 높이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 이재 기자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83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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