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출국대기실 공무직 전환 예정자 ‘탁상행정’에 집단해고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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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4-06 09:458월 민간위탁에서 법무부 공무직으로 신분이 바뀌는 출국대기실 노동자들이 정원 삭감으로 집단해고될 위기에 놓였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입국인원이 감소해 출국관리실 노동자 정원을 줄이겠다는 정부 판단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출국대기실분회(분회장 김혜진)는 5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법무부는 해고 없는 공무직 전환을 책임져라”고 촉구했다.
“42명→15명, 출국대기실 운영 불가능해”
출국대기실은 국내 혹은 제3국 입국을 허가받지 못한 외국인이 일시적으로 공항 안에 머무르는 장소다. 매년 5만3천여명(2019년 기준)의 외국인이 8개 공항의 출국대기실을 거쳐 간다. 이곳에서 외국인 송환을 담당하는 출국대기실 노동자들은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이후 20년간 간접고용 상태였다. 항공사들 연합체인 항공사운영위원회(AOC)와 도급계약을 맺은 경비용역업체에 고용돼 일해 왔다. 간접고용 신분은 고용이 불안정할 뿐 아니라 이들의 업무에도 영향을 줬다. 송환에 불응하거나 거칠게 항의하는 외국인에게 뺨을 맞거나 욕설을 듣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민간인 신분이다 보니 이들을 제재하는 데에 한계가 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4월 법무부가 “입국불허 외국인의 송환업무는 민간이 처리하기에 한계가 있고 (공공이 직접 수행하면) 입실 외국인의 처우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출국대기실 운영을 직접 맡겠다고 발표했다. 그해 8월 출국대기실 설치와 운영에 관한 근거 조항을 담은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처리됐고 공포 1년 뒤인 8월18일 시행한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도 올해 8월 법무부 공무직으로 신분이 바뀐다.
그런데 기획재정부에서 코로나19를 이유로 입국자가 감소했다며 42명이던 정원을 15명으로 감축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현재 일하고 있는 35명 중 20명이 8월부터 집단해고되는 것이다.
분회는 정부가 책정한 인원만으로는 출국대기실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성영 분회 사무장대행은 “코로나19 이전에도 노동자 2명이 승객 15명의 인솔과 송환을 처리해 왔다”며 “근무수칙상 1명의 근무자가 1명을 인솔하는 게 원칙인데 이런 상황 탓에 비상식적인 업무강도를 견뎌야 했다”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출국대기실 이용자는 2019년 5만3천348명에서 2020년 8천181명으로 급감했다. 분회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이들이 있다고 지적한다. 항공사운영위원회가 승객 입실 비용을 부담하지 못해 매달 50여명의 이용자를 면세구역에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성영 대행은 “방치된 이들은 모두 개정된 법이 시행되는 즉시 정부가 관리해야 할 인원”이라며 “15명의 노동자로 출국대기실이 운영될 수 있다고 본 것은 명백한 정부의 오판”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에 의한 정리해고, 지옥 같은 하루하루”
출국대기실분회는 “코로나19로 되레 업무량이 증가한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필요해 잠시 입국하는 승객의 도주를 막기 위해 출국대기실 바깥에서 계호업무도 맡고 있다.
김성영 사무장대행은 “기재부에서 책정한 인원만으로는 출국대기실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며 “노동자들이 코로나19 감염으로 대체 인력이 필요해져도 전혀 대처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2020년 4월부터 순환무급휴직을 견뎌온 노동자들은 허탈하기만하다. 42명이던 노동자들은 휴직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해 35명이 됐다. 현재 19명이 업무에 투입되고 16명은 무급휴직을 계속하고 있다.
법무부는 2021년 4월 “출국대기실 운영주체가 20년 만에 민간에서 국가로 전환된다”며 “인권 친화 법무행정의 일환”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음을 강조했다.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노동자들의 공무직 채용 요구가 계속 있었다는 점도 제시했다. 그런데 20명의 노동자들은 공무직 전환은커녕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김혜진 분회장은 “동료들은 은행권 대출·보험해지 환급금·마이너스 대출로 생계를 이어 가고 그마저 불가능한 이들은 물류센터·건설현장 일용직이나 편의점 야간 알바로 버티고 있다”며 “무급휴직으로 2년 넘게 고통받고 있는데 정부에 의한 정리해고 위기까지 왔다”고 호소했다. 김 분회장은 “우리에게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며 “공무직이 된다는 기대감이 불안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분회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비롯해 행정소송도 검토 중”이라며 “42명의 정원과 현재 남아 있는 35명이 전원 고용승계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결의대회가 끝나고 인천공항지역지부는 법무부에 ‘인천공항 출국대기실 공무직 전환 요구안’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