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경비·청소 자회사 81% 시중노임원가 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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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4-01 09:50윤석열 정부에서 공공기관 자회사 노동자 처우개선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자회사 노동자들이 노동환경과 구조적 차별구조 해소를 통한 단계적 개선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자회사를 해소하고 공공기관 직접고용을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31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공공기관 자회사 인건비 저가낙찰 근절 및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이날 토론회는 강은미·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주최하고 공공운수노조와 민주일반연맹이 주관했다. 참석자들은 자회사의 기만적 출범에 공감하면서도 다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직접고용을 외치기 어려운 현실을 진단했다.
모회사 신입직원 임금 대비 48.1% 수준
자회사 노동자들은 외피만 바뀌었을 뿐 용역시절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놓여 있다고 하소연한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공공운수노조 산하 노조가 존재하는 자회사 21곳을 대상으로 임금실태를 점검한 엄진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은 “경비 및 청소 직종 자회사 16곳의 평균임금을 단순노무종사원의 시중노임단가와 비교한 결과 3곳을 제외하고 모두 시중노임단가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시중노임단가 대비 86.5%에 불과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자회사 코바코파트너스㈜를 비롯해 미달 수준이 86.5~99.2%였다. 정부는 사업시설 유지를 위한 경비와 청소 같은 직종 용역노동자에게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도록 했는데, 대다수 자회사가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이다.
모회사와 비교하면 임금수준은 더욱 초라해진다. 자회사 17곳의 노동자 각각 평균임금을 모회사 신입 고정급(기본급+고정수당)과 비교한 결과 가장 격차가 작은 곳은 한국조폐공사 자회사인 콤스코투게더㈜로 89.6%였다. 반면 인천국제공항보안㈜은 48.1%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런 결과가 결코 콤스코투게더 노동자의 높은 임금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콤스코투게더 노동자 평균임금은 190만5천76원이다. 인천국제공항보안 노동자의 임금은 185만원으로 되레 더 적다. 전체적으로 48.1~89.6% 수준이다. 엄 상임집행위원은 “비율 격차는 오로지 모회사의 임금 수준에 따른 것”이라며 “모회사의 임금이 높으면 높을수록 격차가 커질 뿐, 모든 자회사의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기반 표준임금제, 직무가치 평가절하
이런 격차의 원인은 뭘까. 엄 상임집행위원은 “직무임금체계와 노동에 대한 저평가, 그리고 직무급을 설정하고 모자회사 간 위탁계약을 체결하면서 낙찰률을 중복 적용하는 데서 나타난다”고 짚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임금체계 표준모델(표준임금제)을 도입하면서 최저임금을 기반으로 임금 수준을 설계했다. 자회사가 이런 표준임금제를 도입하면서 저임금이 고착화했다. 엄 상임집행위원은 “기존 용역사 임금을 이 체계에 끼워맞추는 과정에서 (최저임금에 미달해) 보전수당을 신설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임금체계의) 가장 하위에 최저임금을 배치해 해당 직무가치 자체가 하락하는 효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실상을 직무에 따른 임금,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으로 표현하며 저임금과 차별적 임금을 합리화했다”고 지적했다.
용역계약시 필요한 낙찰률을 직무임금 설계 과정에 반영하고, 또다시 위탁계약 체결 때 반영하는 것도 문제다. 엄 상임집행위원은 “직무임금 설계 과정에서 시중노임단가를 기준으로 삼는데 이때 기본시급 책정에 낙찰률을 적용한다”며 “이후 수의계약 과정에서도 낙찰률을 또 적용해 처우개선 가능성이 소멸하는데, 낙찰률은 대부분 임의적으로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기준의 근거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지적을 받지 않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법률로 자회사 계약 보호? ‘원칙 강조’ 주장도
이런 문제를 해소할 방법이 있을까. 우선 법령정비가 꼽힌다. 자회사에 대한 낙찰률 적용을 배제하도록 하는 입법조치다. 이 밖에 모·자회사 간 위탁계약 때 인력산정 방식과 노무비 보호, 일반관리비 책정 같은 내용을 계약사항에 포함하도록 하는 행정고시를 하는 방안도 있다.
그러나 이런 해법은 대부분 자회사의 존재를 용인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와 달리 자회사의 존재를 부정하고 원칙적인 주장을 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는 “공공기관 자회사가 수행하는 업무는 국가의 공적 업무 성격이 강한데 이를 상법상 주식회사 형태로 유지하는 게 타당하냐”며 “자회사 자체가 모회사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기 위해 만든 수단에 불과한데 이를 용인하면서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아예 자회사를 해체하고 모회사가 합병하거나, 직접고용을 주장하는 게 자회사 노동자 처우개선 방향으로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날 노조 관계자들은 이런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최동식 공공연대노조 정책국장은 “자회사 노동운동의 최종 목표는 모회사 직접고용이라는 데 모두 동의하지만 현재 자회사와 공무직으로 전환한 노동자 처우를 개선할 필요도 시급하다”며 “근본적 목표를 쟁취하는 데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자회사를 정책성과로 포장하며 열악한 처우를 방치하는 것을 막고 노동운동이 직접고용을 요구할 수 있는 준비를 할 시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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