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노조 결성하자 “기간제”라며 해고, 법원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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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4-04 09:26근로계약서에 계약종료 시점을 기재하지 않았는데도 기간제라는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한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해고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입사했는데, 노조를 결성하자 근로계약 만료를 통보받았다고 호소했다.
직장내 괴롭힘에 노조 만들자 해고
채용공고에는 ‘정규직 전환 가능’ 기재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는 대구 동구의 한 신협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사건은 신협이 2019년 2월 경력사원을 채용하면서 시작됐다. A씨와 B씨는 각각 경력직 부장과 주임으로 입사했다. 다른 직원 2명도 같은 시기에 채용됐다. 채용공고에는 ‘계약직 1년 후 정규직 전환 가능’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근로계약서에는 입사일만 있고 종료일은 기재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들이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직장내 괴롭힘 의혹이 제기됐다. A씨는 당시 신협의 상임감사가 두 차례에 걸쳐 1천만원과 100만원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거절하자 다른 직원들 앞에서 모욕감을 줬고, 다른 지점으로 발령 나도록 이사장에게 요구했다는 것이다.
A씨는 고용노동부에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하고 2020년 2월 민주노총 사무연대노조 소속 지부를 결성했다. A씨는 초대 지부장을, B씨는 조직국장을 맡았다. 직원 8명도 지부에 가입했다. 신협은 그해 2월과 3월 A·B씨에게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같은 시기에 입사한 직원들은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도 계속 근무했다.
이들은 부당해고라며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경북지노위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 체결’에 해당한다며 신청을 인용했고, 중노위도 초심을 유지했다. 그러자 신협측은 2020년 11월 소송을 냈다.
법원 “근로기간 종료 기재 안 돼”
법원은 A·B씨가 무기계약직에 해당한다며 신협측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근로계약서에 계약의 종기를 정하는 내용이 전혀 기재되지 않았다는 점은 명확하다”며 “계약기간에 관한 사항을 명시한 서면이 작성된 바도 없다”고 지적했다. A·B씨의 근로계약서에는 ‘연봉 및 임금계약기간’과 관련해서만 1년의 기간이 기재돼 있었다.
채용공고의 고용형태에 ‘정규직’이라고 적힌 점도 작용했다. 재판부는 “신협이 채용공고에 기간제 근로자만을 채용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규직이 근로계약 기간과 무관한 의미로 사용됐다는 신협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근로계약서상 ‘연봉 및 임금계약 기간’을 1년으로 정한 것을 근로계약 기간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언상 내용에 따라 근로계약을 확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입사 동료가 A씨와의 통화에서 “계약직이었으면 미쳤다고 들어와요? 정직으로 들어왔죠”라고 진술한 점도 뒷받침됐다.
재판부는 “경력직인 A·B씨의 경우 계약기간 등이 기존 근무처를 떠나는 데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이 됐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근로계약서에 (기간을) 전혀 기재하지 않은 채 막연한 구두 합의만으로 결정했다는 신협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근로계약 만료 통지로써 근로관계를 종료하려 했으므로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해고”라고 못 박았다.
A·B씨를 대리한 김하경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정규직으로 입사한 노동자들이 직장내 괴롭힘 등 신고를 하고 노동조합을 결성하자 이들을 해고한 사건”이라며 “근로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라는 법리를 전제로 사측의 주장을 배척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