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유통공룡으로 자리매김한 쿠팡이 배송노동자와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에는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동자들과의 임금·단체교섭에서 부당노동행위 금지·노조가입 범위·노조사무실 제공을 포함한 노조활동에 대한 내용이 합의되지 못한 채 교섭은 수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24일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쿠팡 로켓배송을 담당하는 배송노동자 ‘쿠팡친구’(옛 쿠팡맨)들로 구성된 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는 2018년부터 사측과 임단협을 하고 있지만 한 번도 합의하지 못했다. 쿠팡친구는 정규직 배송노동자들로, 2014년부터 쿠팡의 대표 배송서비스인 로켓배송을 담당해 왔다. 고용은 안정됐지만 로켓배송이 시작된 이래 기본급은 고정돼 있고 배송 건수별(가구별)로 차등지급하는 인센티브 기준은 노동자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때문에 노동자들은 회사가 주는 대로 임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진영 쿠팡지부장은 “‘사실상 관련 법안에 따른다’는 내용 빼고는 3년이 넘도록 한 개의 조항도 합의하지 못했다”며 “휴게시간·물량 등 모두가 쟁점”이라고 말했다. 정 지부장은 “노조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아 집행부는 병가·결근을 반복해 인사평가는 늘 마이너스점수”라며 “‘단협 후 임협을 할 수 있다’는 사측 때문에 임금은 사실상 동결상태”라고 비판했다.

최근 사측과 기본협약에 합의한 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류센터에는 일용직·계약직·무기계약직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지회는 지난해 8월부터 쿠팡과 교섭을 시작해 열세 차례 만에 기본협약에 합의했다. 그런데 기본협약에는 노조 사무실·게시판 보장 같은 ‘노조할 권리’에 관한 내용은 모두 빠졌다. 교섭위원의 수, 교섭 날짜와 같이 교섭을 위한 기본원칙만 간략히 담겼다. 김혜윤 노조 전략조직차장은 “실질적인 논의가 진척되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라며 “반년여 끝에 기본협약에 합의했지만, 가장 기본적인 노조할 권리에 대해서는 입장이 좁혀지지 않아 쿠팡지부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지부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공동 대응을 준비 중이다.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