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중노위 “하청 노조와 교섭하라”] 부당노동행위 판정받은 현대제철, 교섭 대신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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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3-28 09:09중앙노동위원회가 현대제철에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교섭요구에 응하라고 판정했다. 원청이 직접 계약을 맺지 않은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결정할 정도의 실질적 지배력을 가졌다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사용자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중노위는 지난해 6월에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의 교섭요구에 회사가 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산업안전보건에 한정한 교섭의제
“불법파견·차별시정은 권리분쟁 사항으로 본 듯”
27일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중노위는 지난 24일 “네 가지 교섭의제 중 산업안전보건 의제에 한해 원청이 하청과 공동으로 교섭의무를 부담하므로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현대제철은 노조법상 사용자가 아니다”고 판단한 지난해 11월 충남지방노동위원회 판정을 뒤집은 것이다.
노조는 지난해 7월 원청인 현대제철에 △산업안전보건 △정규직·비정규직 간 차별시정 △불법파견 해소 △자회사 전환 관련 협의 등 4개 요구를 내걸고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현대제철이 교섭이 불응하자 노조는 노동위원회에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를 구제해 달라고 신청했다.
중노위는 다만 교섭의제를 산업안전보건으로 한정했다. 사건을 대리한 송영섭 변호사(금속노조 충남법률원)는 “산업안전보건만 교섭 대상으로 하고 나머지를 뺀 것을 보면 추측건대 (나머지 교섭의제를) 권리분쟁 사항으로 본 듯하다”며 “불법파견은 법원을 통해서 이야기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변호사는 “자회사 문제나 불법파견 해소 문제는 권리분쟁적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근로조건과 결합돼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익분쟁의 성격도 갖는데 권리분쟁 성격만 강조해서 쟁의나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며 “노동법에 대한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판단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노조법은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대상으로 이익분쟁만 정당하다고 본다. 이에 따라 노동위는 이익분쟁이 아닌 경우 조정을 하지 않는다.
중노위 판정에도 교섭 거부하는 원청들
이번 중노위 판정에도 현대제철이 노조 교섭에 응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충남지노위에서는 회사 손을 들어줬는데, 중노위에서는 노조 손을 들어줘 아쉬움이 있다”며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는 대로 회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소명할 예정”이라고 항소 뜻을 밝혔다.
지난해 6월 중노위는 전국택배노조가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한 사건에서 “노조법상 사용자가 맞다”고 판정했는데, CJ대한통운은 이후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교섭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사정도 마찬가지다. 하청노동자로 구성된 지회는 2017년 단체교섭 청구의 소를 제기했지만 2018년 울산지법과 부산고등법원에서 모두 패소했고 4년째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사건을 대리한 정기호 변호사(금속노조 울산법률원)는 “(대법원에 계류된 지) 벌써 4년이 다 돼 간다. 지노위·중노위에서도 계속 판정이 내려지고 있는 상황이니 조속히 판결이 선고돼 법리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별도로 대법원은 2010년 현대중공업을 하청노동자의 노조법상 사용자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미 현대중공업의 노조법상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이다.
중노위 판정과 관련해 이상규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장은 “지난해 원청을 상대로 투쟁한 것에 대한 정당성이 생긴 것”이라며 “원청을 상대로 투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영섭 변호사는 “중노위 판정에 따라 현대제철이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교섭해태로 형사처벌 대상인 부당노동행위가 된다”며 “교섭이 성사되지 않으면 쟁의권 확보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