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기업 자회사 흔들기?] 한전FMS와 수의계약 체결 미루는 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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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3-29 09:41한국전력공사의 시설관리·환경미화를 담당하는 자회사인 한전FMS가 계약만료 3개월여가 흐른 지금까지 갱신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전쪽은 “원가분석 연구용역 결과를 계약에 반영하느라 시간이 걸린다”고 해명했다.
올해는 과거 계약 준해 용역비 받아
2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한전FMS는 지난해 12월31일자로 끝난 한전과의 사옥 위탁관리용역을 비롯해 지난해 8월31일 만료한 시설방호 용역(특수경비·일반경비·현관안내), 같은해 6월30일 종료한 전기박물관 운영지원용역과 한전아트센터 공연장 운영인력 용역을 갱신계약 없이 지금까지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개 용역계약 규모는 1천193억9천400만원이다. 현재 한전FMS는 이전 계약에 준하는 금액을 한전에서 받는 상황이다. 만약 차후 계약이 체결되면 갱신계약에 따른 차액금은 소급해 지급받게 된다.
수의계약이 지연하는 이유는 뭘까. 한전쪽은 “원가분석 중”이라고 해명했다. 한전은 지난해 7월께 나라장터를 통해 한전FMS 원가분석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계약만료 시점이 지난해 12월5일이다. 말 그대로 한전FMS와 체결하는 시설관리·환경미화 용역계약의 원가를 재산정하는 것으로, 이 내용을 새 계약에 반영하기 위해 계약이 지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수 줄여 낙찰률 높이는 꼼수 의혹
노동계는 이런 답변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한전FMS노조 관계자는 “연구용역 결과를 계약에 반영하는 데 3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쉬이 납득이 어려운데 우리 회사와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 회사나 노조 어느 쪽에도 언질이 없었다는 점을 간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원가분석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미 노동계에는 원가분석을 통해 낙찰률을 대폭 끌어올린 전례가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그랬다. 정부가 지속해서 공공부문 자회사에 대해 임의로 낙찰률을 적용하지 말고 100%를 지급하라고 재촉하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시설관리 자회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낙찰률을 높였다. 모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87.99%였던 자회사 낙찰률을 100%로 바꾼 것이다.
현재 낙찰률은 공공부문 자회사 노동자들의 최대 화두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으로 자회사 60여곳을 설립하면서 고용안정은 일부 이뤘지만 여전히 낙찰률은 용역회사 시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공노련 조사에 따르면 낙찰률 평균은 92.7%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21일 낙찰률을 아예 시중노임단가에 맞는 임금을 지급하라며 서울시내를 행진하기도 했다.
자회사 없앨까, 우려 깊어
일각에서는 낙찰률을 따지기도 전에 자회사 지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공공부문 자회사에 ‘공정’을 잣대로 구조조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윤 당선자는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12월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선거용”이라며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수의계약 지연이 이런 전조가 아니냐는 것이다.
정태호 공공노련 희망노조 위원장은 “자회사와의 수의계약은 법령이 아닌 정부지침으로 허용하고 있다”며 “언제든 정권이 원한다면 자회사를 없애지 않고도 ‘공정경쟁’을 명분으로 입찰계약 방식으로 되돌릴 여지가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자회사를 비롯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안정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런 우려가 실제 실현할지와 관련해서는 이견이 크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우려할 대목이긴 하지만 수만명의 공공부문 자회사 노동자와 척을 지는 전선을 펼 것이라고 전망하기는 쉽지 않고 개별 기관이나 공기업이 책임을 지기도 무거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낙찰률로 하지 않고 모회사가 자회사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는 예산심사제 같은 방식도 있어 이런 부분을 요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