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의 경영성과급도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올해 1월 현대해상화재보험 항소심 사건에 이어 경영성과급의 평균임금성이 또 인정됐다.

이번 판결은 경총이 지난 22일 경영성과급은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주장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당시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경영성과급의 본질과 임금에 관한 이해’ 토론회에서 “경영성과급은 지급 목적과 성질 등을 볼 때 임금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특별성과급’ 미지급에 퇴직금 소송 제기

2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2항소부(재판장 당우증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서울보증보험 퇴직자 A씨 등 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퇴직금) 청구 등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서울보증보험은 2006년부터 노사합의에 따라 매년 직원들에게 ‘특별성과급’을 지급해 왔다. 2019년 3월 말에도 재직자에 한정해 보험료와 구상금 총액, 당기순이익 목표달성률에 비례하는 성과급을 구분해 지급했다. 그런데 3월 초순께 퇴직한 A씨 등은 2018년도 성과급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자 A씨 등은 특별성과급은 임금에 해당하므로 미지급된 성과급을 반영해 재산정된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2020년 4월 소송을 냈다. 아울러 재직자 조건도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특별성과급은 경영성과와 재무상태를 고려해 지급한 것”이라며 임금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1심 뒤집고 승소 “근로제공 밀접”

1심은 특별성과급의 평균임금성을 부정했다. 근로제공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요소에 의해 성과급 지급이 결정돼 지급 여부가 유동적이라면 임금이라고 볼 수 없다는 2013년 대법원 판결을 따랐다.

그러면서 회사의 임금·복리후생 지침에 성과급 지급기준이나 요건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임금교섭 결과에 따라 특별성과급 지급 여부나 기준·액수 등이 매년 달라진다”며 “특별성과급은 지급사유나 지급조건이 불확정·유동적으로 보일 뿐”이라고 판시했다. 회사의 재무상태나 경영판단과 같이 노동자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에 따라 성과급 지급이 좌우된다는 취지다.

하지만 항소심은 특별성과급은 근로의 대가라며 1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보험료와 구상금 총액은 집단적 업무성과지만, 근로제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근로자 전체의 집단적 업무성과인 점을 이유로 근로의 대가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나아가 특별성과급이 매년 1회씩 지급됐으므로 계속적·정기적 급여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근로제공의 결과로 경영목표를 달성한 것이 지급원인이 됐다”며 “(특별성과급이) 임의적·은혜적 성질이라고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경영목표 달성에 ‘노동력 제공’이 필수 조건이라는 것이다. 당기순이익 달성도 근로제공의 결과물이라고 판단했다.

특별성과급이 관행에 따라 계속해서 지급된 부분도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서울보증보험은 2006년부터 14년 이상 매년 특별성과급을 지급했고, 특별성과급이 도입된 이후 단 한 차례도 지급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장이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다’고 정한 임금·복리후생 지침을 근거로 재량사항에 불과하다는 사측 주장도 배척했다.

‘외부 요인’ 재계 주장 힘 잃을 듯

한편 최근 공공기관의 경영성과급이 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이기선 부장판사)는 지난 9일 한국수력원자력 전·현직 직원 3천875명이 제기한 임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성과급에 대한 평균임금성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따른 판단이다.

재판부는 “경영성과급은 보수규정·직원연봉규정에 의해 지급의무가 있는 것으로서, 근로의 대가로 원고들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해 온 금품”이라고 판단했다. 경영성과급의 최저지급률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성과급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보는 것은 급여지급 실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잇따르는 ‘경영성과급 평균임금성’ 판결은 다른 민간기업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SK하이닉스 소송 이후 삼성그룹 계열사와 LG디스플레이 등으로 소송이 번지고 있다.

재계는 여전히 경영성과급은 외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는 경영성과급의 대가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보증보험 퇴직자들을 대리한 강호민 변호사(법무법인 오월)는 “사기업의 경영성과급도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에 해당한다는 것을 법원이 다시 확인했다”며 “앞으로 유사 소송에서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