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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국가에 외면당한 코로나 대응 30대 공무원의 ‘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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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6-29 09:48 

“코로나로 1월 말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일했다. 나도 사람인데 솔직히 너무 힘들다. (중략) 나에게 한마디만, 그거 한마디만 해 주세요. 고생 많았다고. 그동안 많이 애썼다고. 안녕.”

2020년 2월25일 법무부 공무원인 이아무개(사망 당시 30세)씨는 유서 한 장을 남기고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가족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마지막이었다. 이씨는 투신 전 “좋은 아들이 돼 주지 못해서 미안해요”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예약 발송했다.

경력채용으로 법무부에 임용된 지 약 7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씨는 상당 기간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혁신처는 공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유족이 소송을 이어 간 끝에 법원에서 순직이 인정됐다. 공무원으로 일한 7개월 동안 이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휴일 없이 ‘12시간 이상’ 근무

2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고인의 아버지가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낸 순직유족급여 불승인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씨가 목숨을 잃은 지 2년4개월 만이다.

사건은 2019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던 이씨는 2019년 7월29일 법무부 경력채용 공무원으로 임용되자마자 코로나19 대응 업무에 투입됐다. 법무부 비상안전기획관실의 재난·안전 분야 담당자는 5급 1명과 9급인 이씨뿐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쉬는 날이 없었다. 이씨는 2020년 설연휴 마지막 날(1월27일)부터 사망 당일까지 한 달간 휴일 없이 매일 출근했다. 코로나 관련 일일 상황보고를 준비하고,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지침을 수시로 전파했다.

근무시간은 상상을 초월했다. 상시 대기근무를 하며 2020년 1월부터 평일은 격일로 16시간(오전 7시~오후 11시) 일했고, 주말에도 12시간씩 근무했다. 초과근무·휴일근무는 2019년 9월(38시간)부터 늘기 시작해 이듬해 2월에는 112시간을 찍었다.

법무부 경위조사서를 보면 상황은 더욱 열악했다. 사고 발생 전 4주 동안 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62~74시간으로 고용노동부 고시의 만성과로 인정기준(4주 평균 64시간 초과)을 넘어섰다.

특히 이씨가 숨지기 이틀 전인 2월23일부터 코로나 위기경보가 심각단계로 상향되자 연장근무가 이어져 사고 발생 전 일주일 동안 39시간을 초과근무했다. 공무원의 시간외근무수당 상한선이 월 57시간인 점을 볼 때 실제 근무시간은 훨씬 길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죽고 싶다” “가슴 철렁” 고통 호소

이씨는 지인들에게 자주 고충을 토로했다.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한 2020년 1월부터 “매일 야근하고 주말에 근무한다. 출근도 힘들지만 퇴근하고 전화받는 게 더 힘들다. 그냥 죽고 싶다”고 호소했다. 결국 그는 2월24일 오전 6시47분께 출근해 다음날 오전 12시까지 근무하고, 4시간 만에 다시 출근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서에는 고통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씨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가 지금 나에겐 너무 힘들다.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겠고, 이젠 정말 모든 것이 무섭다”며 “쉴 새 없이 오는 전화, 핸드폰 진동 등등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호소했다. “확진자는 열심히 파악하고 정작 나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응도 할 수 없는 게 참 안됐다고 느껴졌다”고도 했다.

법무부는 이씨가 숨지자 그제야 비상안전기획관실에 4명의 인력을 충원했다. 유족이 청구한 순직유족급여는 거절됐다. 인사혁신처는 사망과 공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했다. 2018년 2월부터 개인적으로 우울증이 발병했는데도 2019년 12월부터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했다는 이유다.

법원 “기약 없는 업무에 고통 가중”

그러나 법원은 인사혁신처 처분이 위법하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고인의 사망 이틀 전 코로나 대응 위기경보가 ‘심각’단계로 상향되며 종식 시기가 더욱 불확실해졌다”며 “기약 없는 과중한 업무의 연속에 대한 부담감이 극에 달하면서 정신적 고통이 가중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중한 업무와 정신적 스트레스 이외에 고인이 자살을 선택할 만한 다른 특별한 사유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우울증도 장시간 노동으로 악화됐다고 판단했다. “업무량 증가 등이 우울증 악화와 자살에 상당한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법원 감정의 소견을 참고했다.

유족을 대리한 김용준·이요한 변호사(법무법인 마중)는 “이번 사건은 재판부가 초과근로시간이 너무 많은 점을 고려해 조정을 권유하기도 했다”며 “근로시간이 노동부의 만성과로 인정기준을 훨씬 초과한 만큼 당연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공무원의 극단적 선택은 끊이지 않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지난 3월 인사혁신처에서 받은 공무원 재해 현황을 보면 지난해 공무원 순직 중 자살 비중은 62건 중 10건으로 16.1%를 차지했다. 올해 2월에는 전주시 신규 공무원이 임용 한 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지난해 9월에는 인천 부평구보건소의 고 천민우 주무관이 과로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 홍준표 기자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9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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