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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늘어나는 전자책, 보호받지 못하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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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3-08 09:43 

도서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지만 창작노동자의 저작재산권 보호시스템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은 게걸음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표준계약서를 마련했지만, 출판단체들은 이에 반발해 자체 계약서를 만들었다. 유명 작가가 아닌 이상 출판사가 작가에게 불리한 계약서를 들이밀어도 저항하기 쉽지 않은 탓에 연간 6만원 정도의 저작권료를 받고 자신의 작품을 넘기는 사례도 발생한다.

“전자책·오디오북 출간에 터무니없는 가격 제시
작가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여”


6일 <매일노동뉴스>가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의 도움으로 불공정 계약 사례를 살펴봤다. 불공정 계약은 특히 어린이·청소년 독서논술 사교육업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회원들에게 전자책 제공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데, 회원들은 낮은 대금을 지급하고 작품을 이용한다.

A출판사는 전자책을 제작해 유통 플랫폼(사교육업체)에 1년 공급하는 조건으로 작가에게 54만원을 제안했다. ‘출판사-유통 플랫폼사’ 간 맺은 매절계약 금액 180만원 중 30%를 지급하겠다는 것인데 책이 흥행해도 작가는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없다. 매절계약은 출판사가 작가에게 한꺼번에 일정 금액을 지급한 뒤 남은 저작물 이용 수익은 모두 독점하는 계약이다. 글작가와 그림작가로 나뉘는 어린이책 작가의 경우 공동저작자로 봐 계약금액은 그마저도 반토막이 된다. 1년에 27만원, 한 달에 2만2천500원을 받는 셈이다. B출판사는 전자책 제작과 플랫폼 매절계약 기간 3년을 조건으로 28만원(‘출판사-유통 플랫폼사’ 80만원의 35%) 지급을 제안하기도 했다.

대부분 출판사들은 어린이청소년책 주요 고객인 독서논술 사교육업체의 제안을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오디오북 시장 사정도 다르지 않다. C출판사는 ㄱ유통 플랫폼사가 작가의 책으로 오디오북을 제작하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6년 매절계약 금액으로 75만원(매절가 150만원의 50%) 지급을 제안했다. 이런 제안을 받은 작가는 유통 플랫폼사가 6년 매절가를 150만원으로 책정한 이유를 설명조차 들을 수 없었다. 현행 시스템은 작가가 유통 플랫폼사가 아닌 출판사와 직접 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는 “플랫폼에 콘텐츠인 텍스트를 제공하고 그 플랫폼에서 필요한 형식으로 재가공하는 경우라면 출판사 역할은 저작권대리중개 정도로 판단된다”며 5 대 5로 책정되는 저작권 지분 문제를 지적했다.

오디오북의 경우 순매출액의 일정 요율을 수익배분 방식으로 하기도 한다. 하지만 왜 그런 요율이 책정됐는지 충분한 설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용지물 표준계약서”

불리한 계약이라면 거절하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문제가 간단치 않다. 전자책에 관한 권한을 이미 출판사에 양도한 작가도 있고, 당장 돈이 필요한 경우에는 부당하더라도 응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자신의 책을 독자에게 알릴 기회라고 생각해 손해를 감수하기도 한다.

문체부는 지난해 2월 출판 분야 표준계약서 제·개정안 10종을 고시해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10종에는 ‘출판분야표준계약서’ 6종과 ‘오디오북 제작 및 유통계약서’ 4종으로 구성돼 있다. 일반 종이책 출판 때 사용하는 출판권 설정계약서를 비롯해 전자출판 배타적발행권 설정계약서, 오디오북 제작 계약서, 오디오북 유통 계약서 등이 포함돼 있다. 작가의 개별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출판사들은 종이책 출판계약과 전자책 출판계약을 함께 작성할 것을 요구한다. 어린이청소년작가연대 저작권위원회 유영소 작가는 “종이책은 바로 출간되지만, 전자책은 출간계획이 정해지지 않았음에도 미리 판권을 사두려 출판권 설정계약이나 배타적발행권 설정계약을 쓰자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어떤 형태로 어떻게 팔 것인지,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방식이 너무 다양한데 구체적인 내용을 기재하지 않고 전자책을 계약한다는 내용만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대한출판문화협회를 포함한 일부 출판계는 자체 문체부 표준계약서보다 후퇴한 ‘출판계 통합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발표해 작가단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저작권위원회는 지난해 “출판권 및 배타적발행권 설정계약서의 경우 전자책과 오디오북 판매 촉진을 위한 특약 조항에서 전자책 및 오디오북 판매는 출판사와 제휴한 제휴사를 통해 진행하되 제반 사항은 출판사가 결정하게 돼 있다”며 “작가는 자신의 저작물 사용에 개입조차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유영소 작가는 “배타적발행권 설정은 방법과 조건이 중첩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저작물에 대한 새로운 배타적발행권을 3자에게 설정할 수 있다”며 “발행과 이용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이책·전자책 함께 출간한
2명 중 1명은 인세 못 받아”


이런 상황은 드러나지 않았을 뿐, 어린이청소년책 작가만 경험하는 일은 아니다. 공병훈 협성대 교수(미디어영상광고학)와 조정미 ㈜스토리미디어랩 대표이사가 공동연구한 ‘문학 작가의 전자책 출판 경험과 인식에 관한 연구’를 보면 종이책을 낸 출판사에서 전자책을 함께 출판한 123명 중 62.5%는 전자책 출판계약이 종이책 계약의 부속계약 형태로 이뤄졌으며, 14.2%는 전자책 출판계약서를 별도로 쓰지 않았다. 창작 분야별로 보면 “종이책 계약과 별도로 전자책 계약도 체결했다”는 응답은 장르문학가(31.6%), 순수문학가(19.1%), 비문학 저자(16.7%), 어린이책 작가(5.9%) 순이었다. 장르별로 적게는 70%, 많게는 90% 이상이 전자책 계약을 별도로 체결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상태에서 전자책 출판에 따른 인세를 제대로 받을 리는 만무하다. 해당 연구 심층면접 조사에 응한 소설가 E씨는 “종이책과 전자책을 출간했는데, 전자책 인세를 고지받은 건 딱 한 군데”라고 답했다. E씨처럼 종이책과 전자책을 함께 출판한 123명 중 인세를 받지 못한 경험은 47.2%, 판매현황을 보고받지 못한 경우는 53.3%였다.

인기작가도 저작권 분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출판사 아작은 지난해 한 유명작가와 맺은 계약을 어겨 오디오북을 무단 발행하고 인세를 제때 지급하지 않아 분란이 일자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무명작가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 클 것이라는 의미다.

유영소 작가는 “출판사는 이북(e-book·전자책)이나 오디오북 시장이 성공적으로 안착되지 않았다며 수수료와 개발비용, DRM(콘텐츠 불법복제방지 기술) 비용 등을 제외하고 작가에게 수입을 지급하겠다고 한다”며 “초기시장에서 오는 부담을 작가에게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유통 투명성 높여야”

공병훈 교수는 “우리나라 출판산업 정책은 출판사를 위한 정책으로 전락해 출판사와 작가가 불공정한 계약을 오랫동안 맺어 왔는데, 전자책에서 더 심각해진 것”이라며 “종이책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전자책을 저자 동의도 없이 내기도 하고 얼마나 팔렸는지 보고하지 않고 인세를 주지 않는 문제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공 교수는 “출판사가 작가에게 판매정보 등을 명백하게 공개해야 하지만 하지 않고 있다”며 “문체부가 출판유통통합전산망 시스템을 내놨지만 출판사들이 반대해 소모적이고 퇴행적인 싸움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체부가 지난해 9월 국내 출판유통구조의 투명화를 위해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을 개통하자,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이에 반발해 같은해 독자적인 ‘도서판매정보 공유시스템’을 개시한 일을 두고 한 말이다. 두 시스템 모두 자신의 책 판매내역을 볼 작가의 권한은 없다. 게다가 전자책과 오디오북의 경우 유통시스템이 달라 해당 시스템으로 집계되지 않는 상황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작가들에게도 판매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출판사·유통사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논의를 시작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표준계약서는 지난해 고시해 점차 정착돼 가고 있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며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하는 공모사업에 지원하려면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고 교육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 강예슬 기자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77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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