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계약만료 야구 감독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 이례적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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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3-11 09:15근무태만을 이유로 계약이 만료된 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의 근로자 지위를 보전하라는 법원의 결정이 내려져 이목을 끈다. 법원은 근로자 지위가 보전되지 않으면 노동자가 입는 손해가 큰 반면, 사용자의 손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송경근 부장판사)는 유아무개 서울고 야구부 감독과 코치 A씨가 서울시 교육감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에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은 근로자가 현저히 손해를 입거나 급박한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을 때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임시적인 지위를 보전하는 제도를 말한다.
후원인 ‘갑질’ 의혹에 계약연장 불가 통보
법원 “결격사유 존재 단정하기 어려워”
유 감독과 A코치는 각각 2015년 1월과 2016년 4월 학교와 1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해 왔다. 사건은 야구부 후원인이 감독과 코치 교체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후원인 ‘갑질’ 의혹이 불거지자 학교는 지난 1월 유 감독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근무가 태만하고 근무성적 평가 결과가 기준 점수인 60점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야구부 학부모들이 유 감독의 계약만료를 반대하면서 재계약 평가점수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측은 개인정보 관련 내용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서울시교육청도 통보 철회를 학교측에 요청했지만, 학교운영위원회 재심의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유 감독과 코치는 지난달 25일 법원에 근로자 지위를 보전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했다. 법원은 이들의 신청을 받아들여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근로계약 해지통보의 효력을 정지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근로계약 연장불가 통보의 무효확인 청구권이 소명되고, 그 보전의 필요성 또한 소명된다”고 밝혔다. ‘정당한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이 있다는 점을 인용의 근거로 삼았다. 유 감독과 A코치는 각각 6차례, 3차례씩 근로계약을 갱신했다. 근로계약서에도 ‘결격사유가 없는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의 재계약 의사를 존중한다’고 적혀 있다.
이를 전제로 재판부는 “유 감독과 A코치가 서울고 야구부 지도자로 근무한 이후 현재까지 보여준 실적·수상이력 등에 비춰 보면, 교육감이 제출하는 자료들만으로는 유 감독과 코치에 대해 결격사유가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특히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이 학교장에 연장불가 통보의 철회·보류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야구부 지도자 활동 못 해” 손해 인정
계약만료로 감독과 코치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을 가능성도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신청이 인용되더라도 채무자가 입게 되는 손해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이는 반면, 기각되면 유 감독과 코치는 올해 3월1일부터 야구부 지도자로 활동할 수 없게 된다”며 “이로 인해 야구부의 훈련, 경기 출전 등에 상당한 지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은 이례적이라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손익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가처분 사건은 본안 소송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에서 승소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며 “하지만 이번 사건은 해당 감독이 프로선수를 다수 배출하고 팀의 성적도 상위권을 유지해 온 반면, 해고 사유를 뚜렷하게 찾을 수 없다는 점이 비교적 명백하게 보이는 사건이라 승소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