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백신 왜 안 맞아?” 입사 보름 만에 해고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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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3-14 09:54“살면서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직장을 잃는 상황에 놓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사항이었다면 채용공고에 미리 명시해서 백신 접종자만 지원하도록 했어야죠. 전혀 사전에 안내받지 못했어요. 직원 채용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서강대 계약직 직원인 김나율(34·가명)씨는 입사하자마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보름 만에 해고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근무 내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강요받았다. 미국·홍콩·싱가포르 등 외국의 백신 미접종자 해고 사례는 소개된 적 있지만, 국내에서 백신을 맞지 않아 해고된 사건이 알려진 것은 이례적이다.
서강대 계약직 직원, 미접종 알리자
책임교수 “백신 안 맞으면 힘들어”
1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해 11월26일 갑작스럽게 해고를 통보받았다. 그는 채용공고 사이트를 통해 지난해 11월11일 서강대 바이오기술·투자전문인력양성센터에 교육팀장으로 입사했다. 그해 12월31일까지 기간을 정했지만, 이듬해 계약을 갱신해 센터의 프로젝트가 완료될 때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일주일여 만에 사건이 터졌다. 사업단장인 박아무개 교수가 ‘백신 접종 여부’를 묻기 시작했다. 회식 자리에서 동료들에게 백신 미접종 사실을 말한 것이 화근이 됐다. 김씨는 약물에 민감한 체질로 백신을 맞지 않은 상태였다. 친척이 백신을 맞은 지 사흘 만에 호흡곤란으로 숨진 사실도 알게 돼 백신 접종이 두려웠다.
회식 자리에 동석했던 동료는 김씨가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박 교수에게 전달했고, 그때부터 김씨는 백신 접종을 강요받았다. 박 교수는 일주일 뒤 “깜박했는데 코로나 백신 접종을 했는지. 혹시 안 맞았으면 바로 맞을 수 있도록 하기 바람. 교육기관은 필수적으로 안 맞으면 출입이 불가함을 고려하기 바람”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출력해 김씨에게 보여줬다.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백신을 맞으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23일 면담 자리에서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박 교수의 입장은 일관됐다. 병원 상담을 받으라고 했고 접종하지 않으면 새로 사람을 뽑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김씨가 “백신을 안 맞으면 근무가 안 된다는 것이냐”고 재차 물었으나 박 교수는 “진짜 힘들어. 김 선생이 힘들 거야”라고 답했다.
김씨는 확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계약만료 통보가 날아왔다. 박 교수는 “백신 접종을 못 하면 12월 말까지만 하고 나가라”고 했다. 김씨가 “회계기준 때문에 계약기간이 12월로 됐던 것일 뿐 계속 근무하라고 하지 않았냐”고 항의했지만 “시끄럽다”고 호통만 쳤다. 총무팀장도 “주사를 언제 맞을 거냐”며 독촉했다.
백신 미접종 이유로 ‘왕따’ 취급
직장내 괴롭힘에 근기법 위반 정황도
결국 박 교수는 지난해 11월26일 서면으로 계약만료를 통보했다. 입사한 지 보름 만이었다. 통보서에는 “COVID-19 상황 등을 감안해 당초 계약대로 12월31일까지 근무하고, 이후에는 재계약 계획이 없음을 사전에 알려드린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채용공고와 근로계약서에 백신을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는 문구는 없었다.
더구나 해고된 직원은 김씨가 유일했다. 센터에는 총 3명이 근무했는데, 자격팀장은 자진 퇴사했고, 총무팀장은 계약을 갱신했다.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해고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김씨는 센터에서 지워졌다. 계약만료 통보 이후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다고 김씨는 호소했다. 해고통보 이틀 전 이미 새로운 채용공고가 올라왔다. 김씨는 박 교수가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총무팀장에게 “아까 면접 본 사람은 인상이 좋지 않다” “내가 적격자를 점찍어 놨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업무에서 일부 배제됐다. 박 교수는 교육팀장이 담당하는 수강생 모임 업무도 총무팀장에게 지시했다. 백신을 맞지 않아 모임에 데려갈 수 없다는 이유였다. 식사시간에도 ‘왕따’를 당했다. 정부의 방역패스 정책으로 김씨는 식당 출입이 어려운 탓에 박 교수는 나머지 직원들만 데리고 식사하러 갔다. 김씨는 홀로 삼각김밥을 먹으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무엇보다 ‘직장내 괴롭힘’으로 견디기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박 교수가 전부 여직원만 채용해 허드렛일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소 백신 접종을 강조했다면 면접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진행해야 하는데, 박 교수는 지원자들에게 마스크를 내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김씨에게 마실 차를 타오라고 지시했고, 자신이 사무실에 들어오면 하던 일을 멈추고 일어나서 인사하라고 했다. 김씨는 퇴사할 때까지 박 교수의 쓰레기통을 비워야만 했다.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정황도 드러났다. 김씨는 업무 특성상 매주 하루 정도 3~4시간 고정적으로 야근했는데도 박 교수는 출근시간만 조정할 뿐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마저도 후임자들에게는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동의서를 받았다고 전해 들었다. 주말 근무가 잦은 자격팀장도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했다.
▲ 서강대 바이오기술·투자전문인력양성센터에 근무했던 계약직 직원 김나율(가명·34)씨가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입사 보름 만에 해고됐다. <김나율씨 제공>
노동위원회에 신고하고 부당해고 구제신청
임금받고 일단락 “접종은 선택사항”
일련의 상황을 김씨는 ‘가스라이팅’이라고 생각했다. 총무팀장도 박 교수의 비위만 맞추며 월급만 받으면 그만이라고 인식한 것 같다고 김씨는 호소했다.
김씨는 공인노무사 도움을 받아 지난달 16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김씨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자 그제야 박 교수는 손을 내밀었다. 박 교수는 이달 초 해고 기간의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돈을 입금했다. 지난 8일 김씨와 학교측은 계약기간 만료를 전제로 합의금을 건넨다는 화해조서를 작성했다. <매일노동뉴스>는 입장을 듣기 위해 박 교수에게 연락했지만, 박 교수는 “잘 모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현재 구직 중인 김씨는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불이익을 받아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백신 부작용으로 사망한 친척이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집요하게 백신을 강요해 두려웠고 상처가 됐다”며 “백신 접종은 건강 상태를 고려해 선택할 문제이지 직장에서 강요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방역 정책도 꼬집었다. 김씨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코로나 백신을 사실상 국가가 강제하는 상황이 너무 무섭다”며 “부작용에 대해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씨 사례처럼 실제 상당수의 노동자가 백신 접종을 강요받고 있다. 인크루트가 지난해 12월 직장인 9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9%가 접종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미접종자 대상 검사 강요(36.5%)와 구내식당과 카페 이용 제한(21.4%), 복지시설 이용 제한(14.3%)이 뒤를 이었다. 퇴사나 무급휴직 제안도 6%였다.
김씨를 대리한 노무사 A씨는 “개인 자유의 영역인 백신 접종 여부를 들어 근로계약 갱신거절의 사유로 삼는 것은 헌법상 근로의 권리와 직업선택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백신 미접종은 근로계약 갱신 거절의 합리적인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