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노동자 절반 코로나 확진 ‘한전 콜센터’ 무슨 일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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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3-16 09:42한국전력공사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자회사 한전CSC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도 기준을 자의적으로 적용해 사업장 확산을 사실상 방조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노동자들은 회사가 여러 건의 임금체불과 부당노동행위 및 부당해고를 했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고 지방고용노동청에도 처벌을 요청했다.
코로나19 대응 지침 마련하고도 미이행
사업장 폐쇄 못한 새 확진자 ‘2명→48명’
사건이 발생한 곳은 한전CSC 경기지사다. 15일 한전CSC 노사에 따르면 지난 2일 이곳 고객센터에서 노동자 2명이 코로나19 감염으로 확진됐다. 한전CSC는 지난달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동일일자·동일공간(층·호·실 등)을 기준으로 확진자가 인원의 10%를 초과하면 3일간 고객센터를 폐쇄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었다. 노조는 확진자 2명이 전체 17명으로 구성된 한 팀(실)에서 발생해 10%를 초과한다며 폐쇄를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쪽은 별도의 실로 구분된 공간이 아니고 동료 접촉도 확인하기 어렵다며 폐쇄를 거부했다.
이후 확진자는 계속 늘었다. 노조는 “7일 확진자 10명이 발생했다”며 “기준대로라면 100여명이 근무하는 해당 층을 기준으로 10%를 초과하기 때문에 폐쇄가 됐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또 다른 기준을 가져와 폐쇄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확진자 10명 가운데 4명은 17명이 근무하는 별도의 팀으로 분류해 10%를 초과하므로 폐쇄하고, 나머지 6명은 17명을 제외한 전체 근무자를 모수로 삼아 10%에 미달한다며 폐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렇게 기준을 고무줄처럼 적용하는 사이 지난 11일 기준으로 확진자 48명이 발생했다”며 “확진자가 증가함에도 제멋대로 해석한 제도를 들먹이며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회사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다.
노조간부 특정해 조정수당 미지급?
이곳에서는 코로나19 집단확진에 앞서 임금체불 논란도 불거졌다. 경기지사가 1월 노동자를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하면서 원래 출근시간보다 15분 이르게 출근시키고, 이 시간에 대한 시간외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조는 “시간외수당 지급을 요구하자 경기지사는 돌연 교육을 받는 노동자를 조기퇴근시키는 것으로 대응했다”며 “그러나 조기퇴근 같은 노동시간단축과 시간외수당 지급은 별개”라고 설명했다. 노조가 계속 항의하자 경기지사는 2월 중순께 노조 경기지회에 조기퇴근으로 시간외수당을 갈음하자는 사후협의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노조는 “합의해 주지 않으면 두고 보지 않겠다는 식이었다”며 “해당 사건 이후 코로나19 확산에도 고객센터를 폐쇄하지 않아 앙심을 품은 게 아니가 하는 의구심까지 든다”고 말했다.
임금체불 의혹은 더 있다. 노조는 “용역사에서 자회사로 전환하면서 임금이 깎인 관리자와 일부 노동자를 위해 조정수당을 도입했는데 12월부터 노조간부 2명에 대한 조정수당이 미지급됐다”고 주장했다. 조정수당은 이 회사 사규에도 명시된 것이라 임의로 삭제하거나 지급하지 않는 게 불가능하다. 그런데 유독 노조간부 두 명에 대해서만 지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위원장도 계약만료로 해고돼 논란
보로금(성과급) 지급도 지연하고 있다. “지난해 2차 임금협약을 하면서 특별보로금 지급에 합의했는데 당시 기준 9억5천만원가량을 재원으로 논의했는데 최근 회사쪽은 재원이 2억원 정도밖에 없다며 지급 규모를 대폭 축소한 안을 갖고 왔다”고 설명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9일 합의한 이후 1월24일께 회사가 9억5천여만원 중 7억원가량을 연차수당이나 4대 보험 지급에 소진했다고 해명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그마저도 보로금 지급 지연으로 노동당국에 신고하겠다고 한 뒤에야 가져온 문건”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세 건의 임금체불 진정을 노동부 경기지청과 서울지방노동청, 광주지방노동청에 각각 제기했다.
부당해고 논란도 있다. 당사자는 노조위원장이다. 노조는 “2020년 정년이 도래한 노동자를 계약직으로 2년간 계속근로 하도록 합의했는데 최근 회사가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 회사는 2020년 12월 정년퇴직 예정자 기간제근로 고용계획을 수립하고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2021년 정년이 도래한 노동자 4명을 계약직으로 채용했다. 노조는 “1년 단위 계약이지만 실제로는 2년 근무하는 것으로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회사는 이들에 대한 계약갱신을 거부하고 계약만료를 통보했다. 노조위원장은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2월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한전CSC “절차에 따랐을 뿐, 사실무근”
회사쪽은 노조의 주장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우선 경기지사 폐쇄는 동일기준·동일공간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폐쇄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폐쇄기준은 확진자가 3명 이상 발생했을 때부터 적용하는 것”이라며 “최초 2명 발생은 해당이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해당 지침을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만든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다만 해당 기준을 명시한 자료에는 제주와 경북지사의 경우에만 ‘3명 이상’을 적었을 뿐 다른 지사에 대해서는 해당 조항을 찾기 어렵다. 노조는 해명과 관련해 산업안전보건위 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 지침 마련을 요구했고, 이에 다른 조치라 산업안전보건위 활동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사측은 교육시간에 대한 시간외수당 미지급은 조만간 소급처리 같은 방식으로 해소하겠다고 했다. 회사 관계자는 “전사적으로 직무교육을 하는데 경기지사가 1월 아직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을 실시해 시간외수당 지급 근거가 없었다”며 “현재 교육계획을 수립했고 노조의 문제제기도 있었던 만큼 소급처리 같은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속근로에 대해서는 “부당해고가 아닌 계약만료”라고 주장했다. 1년 계약 뒤 계약만료를 퇴직 전 통보하는 등 절차를 지킨 정당한 조치라는 것이다. 조정수당에 대해서는 “조정수당분에 해당하는 임금인상이 이뤄져 수당 지급 필요가 해소돼 자연소멸한 것”이라며 “노조간부를 특정해 임의로 지급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