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리아항공이 촉탁직 근로자인 산불방제 헬기사업팀 소속 헬기조종사와의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한 것은 무효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별도의 합의가 없으면 계약이 자동 연장된다'는 조항이 포함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면 문언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근로계약서에서 정한 근로를 제공할 수 있을 때만 근로계약이 연장된다고 보는 것은 해당 조항의 객관적 의미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은 글로리아항공 헬기조종사로 일했던 A 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 중 원고패소 부분을 깨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정년이 지난 상태에서 글로리아항공에 촉탁직 직원으로 채용됐다. 글로리아항공이 산불방제 헬기사업팀을 신설하면서 A 씨를 헬기조종사로 채용한 것이다. 계약기간은 1년 단위였다.
 
그러나 교육훈련 평가 결과 A 씨는 항공종사자로 일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글로리아항공은 A 씨에게 직무상 역량 미달을 이유로 근로계약 갱신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A 씨는 글로리아항공의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해 무효인 만큼 복직하는 날까지 지급되지 않은 임금을 청구해야 한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쟁점은 근로계약서에 담긴 계약 자동 연장 조항이었다. A 씨와 글로리아항공은 근로계약서에 '계약기간 만료 시까지 별도 합의가 없으면 기간만료일에 자동 연장한다'는 조항을 명시했다.
 
원심은 이 조항이 근로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 A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같이 해석하지 않을 경우 A 씨가 정상적으로 근로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해도 근로계약 종료에 동의하지 않는 한 무제한적으로 계약이 자동 갱신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 조항 자체로 'A 씨와 글로리아항공이 별도로 합의하지 않는 한 근로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근로계약서 어디에도 'A 씨가 항공종사자 자격을 유지하고 근로계약상 정해진 근로를 정상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만 이 조항이 적용된다'는 내용이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근로계약서에 적혀 있지 않은 내용을 추가하는 것은 처분문서인 이 사건 근로계약서 문언의 객관적 의미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조항을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근로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된다는 의미라고 해석하더라도 근로계약 체결 당시의 당사자 의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원심 판단에는 계약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출처 : 월간노동법률 김대영기자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17&gopage=&bi_pidx=33900&sPrm=in_cate$$117@@in_cate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