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중대재해 전문가들] ‘채석장 사고’ 실질 책임자는 ‘삼표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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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2-23 09:50삼표산업의 양주 채석장 토사 붕괴로 노동자 3명이 사망한 중대재해 사고와 관련해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실질적인’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는데도 수사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 회장이 계열사인 삼표산업의 지분을 대부분 갖고 있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노동부, 이종신 삼표산업 사장만 입건
“정도원 회장이 ‘실질적인’ 경영책임자”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의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는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에서 진행된 ‘중대재해전문가넷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서 ‘삼표산업 사례를 통해 본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과 문제점’을 발제하고 이같이 밝혔다.
채석장 붕괴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건이 되면서 형사처벌 대상인 ‘경영책임자’를 누구로 봐야 할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재계는 대상이 모호하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노동계와 법조계는 형식적인 직위나 명칭이 아니라 실질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태다.
중대재해처벌법(2조9호)은 ‘경영책임자’에 대해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에서 “형식상의 직위나 명칭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 안전·보건확보의무 이행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진다고 볼 수 있는 경우 경영책임자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와 관련해 이종신 삼표산업 대표이사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노동부는 지난 9일 삼표산업이 안전보건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정황을 확인하고 이종신 대표이사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종신 사장은 삼표산업 법인등기부에 골재부문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다.
권 변호사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지주회사인 삼표의 최대주주에다 삼표산업의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경영책임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이 삼표산업에 대한 절대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란 통상적으로는 상법상 주식회사 대표이사가 해당하지만, 실질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권한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정도원 회장, 삼표그룹 최대주주
“삼표 단독 지배해 의사결정 절대적”
실제 권 변호사가 이날 공개한 ‘삼표 주요 주주 현황’에 따르면 정도원 회장과 아들 정대현 사장이 삼표그룹의 지분 97.7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계열사인 삼표산업은 삼표그룹의 지분율이 98.25%다. 정도원 회장이 사실상 삼표를 단독 지배하고 있고 절대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권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가 누구인지는 형식적인 직위나 명칭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기업의 의사결정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삼표산업의 경영책임자가 이종신 대표이사인지, 삼표산업의 절대적 지분을 가진 정도원 회장인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월급받는 사장을 처벌하는 것으로만 사건이 종결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이 ‘핫바지 법’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안전보건 전문가·의료인·법률전문가·학자로 구성된 12개 단체와 개인회원 136명이 활동하는 중대재해전문가넷이 공식 출범했다. 공동대표는 권영국 변호사를 비롯해 강태선 세명대 교수(보건안전공학)·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신희주 가톨릭대 교수(사회학)가 맡았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창립선언을 통해 “중대재해에 대한 학술적·전문적 역량을 강화하고 지식과 경험을 나누며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