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출장과 지속적인 인력감축으로 늘어난 업무에 시달리다 뇌출혈을 일으킨 엔지니어가 법원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법원은 과로와 스트레스가 뇌혈관 질환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김국현 부장판사·2020구합73389)는 산업용 기계 제조업체의 엔지니어 A씨(사망 당시 45세)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12년 5월 경기도 안산 소재의 산업용 기계 제조업체에 입사해 자동물류라인 자동화 장비의 조립·설치·테스트 진행 등의 업무를 수행해 왔다. 그러던 중 2019년 6월28일 홀로 기계 장비를 테스트하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다. 뇌지주막하출혈 진단을 받은 지 나흘 만에 결국 세상을 떠났다.

A씨의 아들이 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요청했지만, 공단은 과로와 스트레스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부정했다. 그러자 아들은 2020년 8월 소송을 냈다.

법원은 “잦은 출장업무와 지속적인 인력감축에 따른 업무량 증가로 인해 과로와 스트레스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고인은 사망 전 12개월 중 7개월에 걸쳐 출장업무가 있었고, 총 108일을 출장 근무했다”며 “고인이 속한 생산·제조 부서의 인력이 감소해 업무량 증가를 짐작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A씨의 동료들도 재판에서 “다른 직원에 비해 출장이 많은 편이었다”거나 “출장은 가급적 한 번으로 마치기 위해 주말 출근을 많이 했다”고 진술했다. 다른 직원은 “사망 당시 회사에서 처음 만드는 난도 높은 개발장비를 다루고 납품 기한이 이미 지나서 야근을 하기도 했다”고 증언해 A씨가 스트레스를 받은 정황도 확인됐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과로와 스트레스가 고인의 뇌동맥류 악화 내지 파열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며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 홍준표기자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75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