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서부발전 대표 무죄 이유? ‘사업주’ 아니라는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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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2-15 09:09고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원청’ 한국서부발전의 당시 경영책임자인 김병숙 전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법원은 2019년 전부개정 전 산안안전보건법 규정을 근거로 김 전 대표가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봤다. 원청이 하청업체 노동자의 ‘실질적인 사업주’가 아니라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이에 원청이 하청노동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더라도 안전의무를 부담할 수 있는데도 법원이 법률을 협소하게 해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급인’ 노동자 사망 처벌규정 없어
법원 “주의의무 부담 단정 안 돼”
13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김용균씨 원·하청 관계자들에 대한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2단독 박상권 판사는 김 전 대표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대표가 당시 설비개선과 인력증원을 통해 안전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김용균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공소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판사는 김 전 대표가 협력사 안전사고 현황을 보고받은 부분은 일반적·추상적 의무를 넘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의무’를 부담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 근거로 △컨베이어벨트 방문이 안전점검 성격이 아니었던 점 △현장방문시 사고 당시 컨베이어벨트 모습을 확인했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유사사고가 동종의 사고로 단정할 수 없는 점 △석탄화력발전소 근무 경험이 없는 점 등을 들었다.
특히 서부발전이 하청근로자와 ‘실질적인 고용관계’를 맺지 않았다고 판단한 부분이 김 전 대표에 대한 무죄 선고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를 전제로 박 판사는 서부발전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서부발전이 ‘하청’ 한국발전기술 직원들에게 작업공정을 지시한 것은 인정되지만, 한국발전기술이 독자성·전문성을 갖추고 구속력 있는 지휘·명령을 했으므로 한국발전기술이 노동자의 ‘실질 사업주’라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 배경에는 검찰이 옛 산업안전보건법 66조의2와 23조1항을 적용해 김 전 대표와 서부발전을 기소한 점이 작용했다. 당시 법에 따르면 ‘사업주’가 기계·기구 등 설비에 의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사업주가 아닌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그쳤다. 게다가 도급인의 경우 엄격하게 책임의 제한을 두고 있고, 근로자 사망에 대한 명시적인 가중처벌 규정은 없다. 이후 이른바 ‘김용균법’인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167조)에 도급인의 처벌 조항이 도입됐다.
▲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 <서부발전 홈페이지 갈무리>
유족측 “해당 규정 협소하게 해석”
“원·하청 구별시 책임 빠져나가”
하지만 과거 법률에 따르더라도 서부발전을 ‘실질 사업주’로 볼 수 있다고 법조계는 지적했다. 당시 규정으로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인 김용균씨 사망에 원청이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족측 대리인은 옛 산업안전보건법 조항에서 정한 ‘근로자’는 원·하청을 구별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박다혜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실질적인 고용관계를 원·하청에 따라 판단한다면 원청은 하청근로자에게 실질적인 지휘·명령을 하지만, 발생하는 사망의 결과에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며 “특히 하청근로자가 원청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경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시설·설비를 개선하는 권한은 대부분 원청에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재판에서는 서부발전이 하청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고, 작업지침서 등을 통해 지휘·감독을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용균씨 동료는 “서부발전에서 승인받은 석탄 취급설비 순회점검 지침에서 낙탄 여부를 점검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대법원 판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법원은 2010년 산업안전보건법 규정에 대해 “단순히 사용자의 소속 근로자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가 소속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안전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근로계약 형식이 아닌 실질적·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동자가 업무를 수행했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검찰과 유족측은 재판 과정에서 이러한 주장을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박 판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부발전의 지시에 구속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업무상과실치사죄와 관련해선 원·하청 모두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유족측은 1심 판결이 법률을 보수적으로 해석했다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동일 사업장에서 동일한 위험에 노출된 상태로 일하는 사람이 누구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인지에 따라 보호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위험을 창출한 자가 책임을 진다는 산업안전보건법의 기본원칙에 반한다”며 “법원이 사업주의 의미를 굉장히 협소하게 해석해 입법취지와 배치되는 판결이 나온 것 같다. 무엇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는 “개정 전 법률로 원청을 직접 처벌하기 쉽지 않아 검찰이 ‘불법파견’으로 원청을 기소한 사건”이라며 “김용균씨 사건이 반대로 중대재해처벌법 입법의 필요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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