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현대차 불법파견, 엇갈린 판결에 ‘혼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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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2-18 11:24현대자동차 공장에서 근무하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문제를 두고 법원이 엇갈린 판결을 내리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법원은 업무형태 · 사업장 종류·입사시기에 따라 근로자파견 관계를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원이 2010년 7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불법파견을 인정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며 세부 쟁점을 두고 또다시 대법원 판단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공장 노동자, 항소심 희비 엇갈려
직·간접생산공정, 1·2차 하청 나눠 판단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전지원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비정규 노동자 A씨 등 30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1차 하청 소속 노동자 12명에 한정해 근로자 파견 관계를 인정했다. 나머지 현대글로비스와 계약을 체결한 2차 하청 소속 노동자 17명의 청구는 기각됐다. 이들은 대부분 서열 · 불출 등 간접생산공정을 수행했다.
이번 판결에서는 간접생산공정 여부와 관계없이 하청업체가 ‘누구와 계약을 맺었는지’로 근로자 지위가 갈렸다. 재판부는 현대차와 직접 계약을 체결한 1차 하청 소속 노동자들은 원청의 지휘·명령을 받았다고 봤지만, 2차 하청 노동자들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면 지난달 28일에는 직·간접고용 여부에 따라 근로자지위가 나뉘었다. 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진숙연 부장판사)는 현대차 울산공장 1·2차 사내하청 소속 B씨 등 32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직접생산공정인 ‘도장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 8명을 직접고용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서열·불출 등 간접생산공정을 수행한 나머지 24명은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직·간접 생산공정 수행과 1·2차 하청 소속 여부에 따라 각 재판부에서 다른 판단이 나온 셈이다. 이는 1심 결과와 배치된다. 현대차 울산공장 불법파견 사건을 병합해 심리한 1심 재판부는 2020년 2월 간접생산공정뿐만 아니라 2차 사내하청도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선고한 바 있다. 당시 1심은 “2차 사내협력업체는 사업장에 근로자들을 파견해 현대차가 근로자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을 뿐 직접 근로자를 관리하거나 지휘 · 명령권을 행사하는 등 업무 수행에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아산공장 사건, 2차 하청에 간접공정까지 인정
현대차의 다른 공장에서는 불법파견이 인정된 점도 논란거리다. 16일 울산공장 노동자 근로자파견 여부를 판단했던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전지원 부장판사)는 지난달 26일에는 아산공장 사건에서 간접생산공정인 출고·이송 업무를 담당한 2차 사내하청 노동자 63명에 대해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했다. 현대차가 해당 업무의 수행에 필요한 업무지시를 하는 등의 지휘·명령권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같은 재판부에서 공장 소재지에 따라 판단을 달리 한 셈이다.
지난달 21일에는 1심에서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근무하는 1차 사내하청 직원 8명이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이들은 차체에 도료를 칠하는 ‘도장공정’이나 컨베이어벨트에서 부품을 조립하는 ‘의장공정’에서 일했다. 1차 사내하청 소속이지만, 직접생산공정을 담당해 현대차와의 직접고용관계가 형성됐다고 본 것이다.
노동계는 직·간접 생산공정이나 하청업체 소속 여부와 상관없이 근로자 지위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홍선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장은 “실제 현장에서는 각 생산공정이 유기적으로 돌아가고 현대차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게 된다”며 “공장에 따라 불법파견 여부를 다르게 판단한다면 재판부가 재벌이 말하는 가이드라인을 따라 판단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