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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채용 고마워 명의 빌려줬는데”] ‘바지사장’ 장애인 운전기사, 벌금 4억원에 노역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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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1-25 09:28 

“단지 장애인인 저를 고용해 준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명의를 빌려줬을 뿐인데…. 벌금을 낼 형편이 못 돼 교도소에 가야 합니다. 대법원에서 아직도 이런 판결을 할 수 있습니까. 세상에 이런 억울한 법이 있나요?”

장애인 운전기사가 실제 사장의 부탁으로 명의를 빌려줬다가 조세범죄에 휘말려 수억원대 벌금형을 받고 노역장에 유치될 상황에 놓인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소아마비 2급인 이아무개(66)씨는 지난 12일 허위세금계산서 교부 등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월급 200여만원을 받으며 사장의 운전기사로 일했던 이씨가 조세범으로 몰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호의 거절 어려워 명의 대여 ‘족쇄’
소아마비로 거동 불편, 300일 노역 상황

2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12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범죄가중법)상 허위세금계산서 교부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4억2천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가 기소된 지 불과 1년2개월 만의 최종 결론이었다. 대법원은 “양형부당만 주장했다”며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로써 4억2천만원의 벌금이 이씨에게 족쇄로 채워졌다. 법원은 이씨가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140만원을 1일로 계산한 기간만큼 노역장에 유치한다고 판시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이씨는 300일을 노역해야 한다. 판결 확정일부터 30일 내에 벌금을 납입해야 한다는 형법 69조1항에 따라 시간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장애인인 이씨에게 이는 ‘무거운 형벌’이다. 그는 목발을 들지 않으면 몇 걸음도 떼기 힘든 상황이다.

이씨는 2015년께부터 경기도 성남의 금속 셔터 제조업체인 A사의 박아무개(73) 대표와 연을 맺고 운전기사로 고용됐다. 그런데 박 대표가 같은해 10월 금속표시판 제조업체인 B사를 설립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당초 박 대표는 자신의 딸에게 B사를 맡기려 했지만, 딸이 개인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씨에게 명의를 빌려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씨는 일자리를 준 호의에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박 대표의 요구를 받아들여 2017년 6월 B사 대표이사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박 대표가 B사의 도장과 통장을 관리했다. B사의 수입과 지출도 모두 A사 경리과에서 담당했다.

이후로도 운전만 해 온 이씨는 이듬해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B사 명의로 허위세금계산서를 발부했다는 내용의 고발이 세무서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후 이씨는 B사의 주식 50%를 보유한 경영 총괄책임자라는 이유로 세무서와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2018년 8월 이씨가 실적을 부풀려 관급공사를 수주받을 계획으로 실거래가 없는데도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취했다며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이씨가 8차례에 걸쳐 40억원 상당의 허위세금계산서를 거래처 C사에 발급하거나 교부받았다고 봤다.


▲ 허위세금계산서 교부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 4억2천만원이 확정된 장애인 운전기사 이아무개씨의 회사 동료들이 실제 사장에게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지난해 12월16일 대법원에 제출했다. <이씨측 제공>
벌금 대납 제안에 ‘허위자백’ 발목
진짜 사장 ‘자금 흐름’ 포착돼

법원은 이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유죄로 판단했다. 유죄가 선고된 것은 이씨가 조세범칙혐의자 심문과 검경 조사, 재판에 이르기까지 ‘허위자백’을 한 영향이 컸다. 이씨는 박 대표가 벌금형을 받더라도 벌금을 내준다고 약속했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박 대표는 1·2심에서 이씨를 대신해 변호사를 선임해 줬다고 한다. 하지만 변호사는 재판 내내 장애를 이유로 형량을 낮춰 달라는 주장만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씨는 제대로 된 재판을 받을 수 없었다. 그마저도 박 대표는 2심이 끝난 후 “벌금을 내줄 수 없으니 알아서 하라”며 이씨의 연락을 모두 피했다. 억장이 무너진 이씨는 상고심 도중에 다른 변호사의 도움으로 상고이유서와 자수서를 대법원에 냈지만, 결과를 뒤집기는 무리였다. B사에서 함께 일했던 장애인 동료 등 2명도 지난해 12월 대법원에 ‘실질적인 책임자는 박 대표’라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박 대표가 실제 행위자라는 증거가 포착됐다. 이씨는 “B사의 세금 담당 직원은 박 대표 누나의 손자였기 때문에 자신의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B사의 통장거래 내역에는 모회사인 A사에서 B사로 자금이 흘러들어온 기록이 있었다. 2016년 2월 17억원이 A사에서 B사로 이체됐고, 이듬달에는 400여만원이 급여 명목으로 A사로 빠져나갔다.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돈이 들어왔다가 빠져나갔다.

이에 이씨측은 박 대표를 범인도피교사죄로 경찰에 고발하는 한편 국세청에 재조사를 요청했다. 이씨에게 허위 자백을 교사하고 박 대표가 은닉·도피했다는 것이다. 이씨를 대리한 한민옥 변호사(법무법인 논현)는 “박 대표에 대한 처벌은 국세청의 고발이 있어야 하므로 이씨가 벌금을 납부하지 못해 노역형에 처해지지 않도록 빠른 조사가 시급하다”며 “실제 행위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이씨에 대한 형 집행정지와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당장 한 달 이내 노역장에 갇힐 상황에 놓였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출처 : 매일노동뉴스 홍준표 기자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7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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