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9년 만에 뒤집혔다]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판결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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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1-28 09:11항소심 법원이 삼성전자서비스에 협력업체 소속 수리기사를 직접고용하라고 판결했다. 수리기사들이 소송을 낸 지 9년 만에 1심이 뒤집혔다. 삼성전자서비스 전·현직 임직원들이 지난해 2월 ‘노조와해’ 공작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은 부분이 민사소송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수리기사 1천여명 소송, 1심은 패소 판결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전지원 부장판사)는 지난 26일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 A씨 등 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 4명 중 3명에게는 근로자임을 확인한다고 주문했고, 나머지 1명에게는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고 판결했다. 또 협력업체 직원과 정규직 직원의 임금 차액을 수리기사들에게 지급하고 불법파견으로 발생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사내 협력업체 소속 서비스기사로 근무한 A씨 등 1천335명은 “협력업체는 경영상 실체가 없고 노무대행기관에 불과해 삼성전자서비스와 근로계약 관계에 있다”며 2013년 7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협력업체의 독립성 △서비스기사에 대한 삼성전자서비스의 상당한 지휘·명령 여부 등이 쟁점으로 다퉈졌다. 1심은 “협력업체의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아 A씨 등과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다수 수리기사들은 1심 패소 후 항소를 포기했고, 항소심 도중 삼성전자서비스가 일부 기사를 직접고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원고는 4명으로 줄었다. A씨 등은 직접고용 이전에 해고됐거나 사직한 상태였다.
그런데 항소심 진행 중인 지난해 2월 ‘무노조 경영’ 방침을 관철하기 위해 노조와해 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 등이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검찰수사와 형사재판 기록이 이번 사건 재판부에 제출돼 지휘·감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단초가 됐다.
법원 “협력업체 독립성 없어”
이를 근거로 항소심은 삼성전자서비스와 기사들 사이의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 사장을 통해 노조원인 서비스기사들의 개인정보를 보고하도록 하고, 노조 가입·탈퇴를 종용하고 불이익한 처분을 했다”며 “회사는 블라인드 교섭을 통해 협력업체의 노조와 실질적으로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교섭을 지연시키기도 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협력업체의 ‘독립성’도 없다고 봤다. 협력업체가 오직 삼성전자 제품 수리업무를 위해 사업을 하면서 삼성전자서비스에 근로자를 공급할 목적으로 서비스기사를 고용·파견·관리하는 업무를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자시스템을 통해 기사들에게 업무를 배정해 수행하게 한 점과 친절서비스매뉴얼 등을 통해 업무수행 방식에 따르게 한 점 등을 볼 때 삼성전자서비스의 ‘지휘·명령 여부’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기사들을 대리한 조현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형사사건에서 확보된 증거 등을 더해 불법파견이라는 실체적 진실을 확인한 판결”이라며 “협력업체가 독자적인 근태관리 등을 하는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이 있더라도 파견사업주가 권한을 가지는 부분이므로, 이런 사정만으로 파견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청 서비스기사들이 원청의 수리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원청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는 것이 인정됐다”며 “법원이 협력업체 기사들의 업무가 원청 기사들의 업무와 본질적으로 구분되지 않아 별도 업무를 분리해 도급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해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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