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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은 왜 피해자를 구하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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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1-21 09:36 

삼성SDI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 정혜진(가명)씨에게 2019년 7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은 단비와 같았다. 그는 2017년 8월께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고용노동부에 피해사실을 신고한 것은 2020년 3월이 돼서였다. 왜 정씨는 바로 신고하지 못했을까.<본지 2022년 1월18일자 2면 “[직장내 괴롭힘 신고에] ‘법 시행 이전 일’이라며 조치 안 한 삼성SDI” 참조>

20일 <매일노동뉴스>가 정씨가 경험한 일들을 중심으로 피해자 구제에 부족한 직장내 괴롭힘 제도의 한계점을 살폈다.

“괴롭힘 당해도, 노동부에 바로 신고 못해”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는 괴롭힘 자체만으로 노동부에 신고하기 어렵다. 근로기준법 76조의3 1항에 따라 누구든지 직장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애초 법 취지가 사업장의 자율 대응을 유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 가해자가 사업주이거나 사업주의 4촌 이내 인척인 경우는 노동부가 직장내 괴롭힘을 직접 조사한다.

정씨가 직장내 괴롭힘을 신고할 수 있는지 문의하자 노동청은 “법 규정상 노동청에 신고를 해도 1차적으로 회사가 조사하라고 한다”며 사업장 신고를 권유했다. 결국 정씨는 2019년 11월 회사에 괴롭힘 피해 사실을 신고했지만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와 분리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자신의 보직인 보건관리자직에서 해임됐다. 사용자는 직장내 괴롭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취해야 할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정씨는 같은해 3월 보건관리자직 해임을 두고 노동부에 “직장내 괴롭힘 신고 뒤 불리한 처우를 받았다”고 신고했지만 노동부는 ‘법 위반 없음’으로 종결지었다. 우울증이 심해진 정씨는 5월 무급휴직을 사용해야 했다.

정태규 금속노련 법규안전국장은 “직장내 괴롭힘 조사 의무가 회사에 있지만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사후조치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노동부가 근로감독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다 보니 용기를 내 신고를 해도 2차 가해를 당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직장내 괴롭힘법 처벌 ‘미미’
기소의견 송치는 1% 안 돼”

지난해 10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노동부가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늘었다. 사용자가 피해자에게 직장내 괴롭힘 신고 후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뿐 아니라 직장내 괴롭힘 조사를 하지 않거나 근무장소 변경·배치전환·유급휴가 명령 등 피해자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에도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이렇게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피해자 고통을 해소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삼성SDI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 정씨처럼 노동부에 진정을 넣어도 ‘법 위반 없음’으로 종결되는 사건은 차고 넘친다.

노동부가 이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신고돼 종결된 전체 사건은 1만4천327건인데 절반(45.61%)은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제외 노동자, 법 위반 없음 등 기타사유로 종결됐다.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건은 66건(0.46%)으로 1%도 되지 않았다. 노동부의 개선지도 명령은 10건 중 1건(12.98%) 수준이다.

직장내 괴롭힘 피해도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직장내 괴롭힘 신고가 2020년(5천823건) 대비 16% 증가한 6천763건을 기록했다. 이은주 한국노총 조직확대본부 부본부장은 “전국 직장내 괴롭힘 상담센터가 10곳이 운영돼 왔는데 노동부 진정까지 가지 않은 심각한 괴롭힘 상담 사례는 더 많다”고 말했다.

“늘어지는 조사에 속타는 피해자 … 처리기한 명시해야”

이은주 부본부장은 “직장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되면 사내에서 고충처리 절차를 통해 정식으로 조사해야 하는데 그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가 회사 조사에 신뢰를 갖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직장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매뉴얼을 배포했지만, 직장내 괴롭힘 신고 후 처리절차는 결국 회사가 정한다. 30명 이상 사업장은 노사협의회 기구로 고충처리위원회를 운영해 처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노동자는 근로자위원은 물론 고충처리위원이 누군지, 무슨 역할을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기약 없이 늘어지는 조사기간도 문제다. 정씨의 경우 직장내 괴롭힘 신고 후 조사 결과가 나오는 데까지 약 4개월이 소요됐다. 근로기준법 76조의3은 “사용자가 직장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은주 부본부장은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에 따라 고충처리위원은 고충사항을 청취한 뒤 처리기한을 열흘 이내로 명시하고 있다”며 “직장내 괴롭힘도 신고를 접수받은 뒤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처리기한을 명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직장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되면 회사가 정한 사규에 따라 조사 절차가 진행된다. 근로자참여법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30명 이상 사업장은 고충처리위원회를 두게 돼 있다. 고충처리위원이 노동자에게 고충사항을 청취한 경우 10일 이내 조치 사항과 그 밖의 처리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 출처 : 매일노동뉴스 강예슬 기자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70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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