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사회적 합의 1년인데]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또’ 과로 추정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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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6-22 09:55CJ대한통운에서 일한 40대 택배노동자가 최근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뒤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들어 CJ대한통운에서 과로사로 추정되는 사망사고만 벌써 두 번째다. 22일 택배노동자의 과로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문이 발표된 지 1년이 되는 날을 앞두고, 또다시 택배노동자 숨지면서 과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합의대로라면 지난 1월부터 분류작업 제외 등 장시간 노동을 막기 위한 조치가 전면 시행됐어야 했는데, 노동자 죽음이 잇따르면서 이행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정부의 이행점검이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유족 “주 70시간 노동 ‘까대기’ 여전”
CJ대한통운측 “주 55시간 안팎”
21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유족에 따르면 CJ대한통운 부평 삼산중앙대리점 소속 전아무개(48)씨는 지난 14일 새벽 5시30분께 출근 준비 도중 자택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틀 만인 16일 새벽 5시10분께 끝내 숨졌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인의 부인 박아무개씨는 “뇌출혈이 심한 상태로 수술조차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대책위원회는 고인이 오전 7시30분에 업무를 시작해 화요일·수요일·목요일은 오후 8~9시, 금요일은 오후 7시, 월요일·토요일은 오후 6시쯤 퇴근해 주 71시간 정도 일한 것으로 추정했다. 평소 오전 6시께 집에서 나와 당일 배송하지 못한 물품을 출근하면서 배송하고 오후 8~9시께 퇴근했다는 유족의 증언을 토대로 산출한 것이다.
해당 대리점에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분류인력이 투입됐지만 간선차량이 도착해 분류작업이 시작되는 오전 7시보다 1시간 늦은 오전 8시부터 일을 했다. 이 때문에 택배노동자들이 ‘까대기(분류작업)’를 위해 2인1조로 조를 짜 교대로 한 달에 일주일가량 분류작업을 했다. 고인의 3~4월 수수료 명세서를 보면 ‘분류작업’으로 6만~7만원이 지급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대책위는 고인이 일한 터미널은 차량을 레일에 대기 어려워 레일과 차량을 오가며 손수레로 물품을 옮기는 등 작업환경도 열악했다고 지적했다.
CJ대한통운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고인은 지난 3월 건강검진에서 동맥경화, 혈압 및 당뇨 의심 판정을 받았고 상담, 추가검진 등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었다”며 “고인의 하루 배송물량은 223개로 같은 대리점 평균 268개보다 약 17% 적고, 주당 작업시간은 55시간 안팎이었다”고 밝혔다.
고인의 아내 박씨는 “남편은 평소 지병이 없었고 건강검진에서도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담당구역이) 엘리베이터가 없는 6층을 오르내려야 했고, (인력 부족으로) ‘왜 분류작업까지 해야 하냐’며 많이 힘들어 했다”고 전했다. 전국택배노조 관계자는 “하루 약 250개가 많은 물량은 아니지만 고인은 일반 및 편의점 집하업무도 했고 현장 증언에 따르면 집하상차를 위한 대기시간도 상당히 길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고인의 과로사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고용노동부에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이사 수사를 요구했다.
올해부터 분류작업 제외하기로 했는데
6개월 새 3명 쓰러져
택배노조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이번 사망사고를 포함해 CJ대한통운에서 올해에만 2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 추정으로 숨졌다. 지난 2월 CJ대한통운 서대문 터미널에서 일한 40대 택배노동자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는데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61시간이었고, 분류인력이 투입되지 않아 분류비를 지급받은 것으로 노조는 파악했다. 지난달 경기도 성남 롯데택배 김아무개(49)씨가 뇌출혈로 쓰러진 것까지 포함하면 과로로 인한 사고가 세 번째라는 게 노조 설명이다. 김씨의 경우 다행히 상태가 호전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1월부터 분류작업 제외 등 사회적 합의가 전면 시행돼야 하는데도 여전히 과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분류인력이 투입되지 않아 여전히 택배노동자들이 ‘까대기’를 하거나 시설 미비 등으로 작업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경호 노조 위원장은 “사망사고가 발생한 터미널은 분류인력이 아예 투입되지 않거나, 이번에 숨진 고인 사례처럼 분류인력이 투입돼도 전체 작업시간이 아닌 일부 시간에만 투입하는 방식으로 꼼수가 행해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분류작업은 택배노동자의 업무가 아니고, 인력 투입을 통해 과중한 업무부담을 덜어 과로를 방지하자는 게 사회적 합의 취지인데 현장에선 제대로 이행이 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대책위는 “국토교통부는 대책위와 함께 상시·불시 점검을 진행하고 사회적 합의가 이행되는지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며 “이를 논의할 회의 단위를 즉각 소집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국토부는 지난 1월 택배현장 불시점검 결과를 발표하며 택배노동자가 분류작업에서 완전히 배제된 곳은 28%에 불과하다고 밝히면서도 전체적으로 ‘양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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