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고 이선호씨 사고 책임자 전원 ‘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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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1-14 10:06지난해 4월 평택항에서 컨테이너에 깔려 숨진 고 이선호씨(사망 당시 23세) 사고와 관련한 원·하청 관계자들이 1심에서 금고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전부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되고 대법원 양형기준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처벌은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청 안전책임자, 징역 1년에 집유 2년
‘동방’은 구형보다 4배 높은 벌금 선고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1단독(정현석 판사)은 13일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청인 ‘동방’의 평택지사장인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6월 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지 약 6개월 만이다.
함께 기소된 동방 팀장과 대리에게는 금고 5월과 6월을 선고했다. 사고 당시 현장을 지휘했던 하청 직원과 지게차 기사는 각각 금고 4월과 8월이 선고됐다. 이들 모두에 대한 형 집행은 2년간 유예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동방 법인에는 검찰의 구형량인 벌금 500만원보다 4배 많은 벌금 2천만원을 부과했다.
정현석 판사는 “사용자는 안전한 작업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철저히 이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런데도 피해자의 안전을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피고인들의 잘못이 경합해 피해자가 사망하는 돌이킬 수 없는 황망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평택지사장과 동방은 사업주로서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 정도가 무거운 편”이라며 “피해자 유족이 받았을 심정적 고통도 컸을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춰 본다면 피고인들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 판사는 △피고인들이 잘못을 반성한 점 △컨테이너에 하자가 있어 상당한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점 △유족에 합의금을 지급한 점 등을 유리한 양형요소로 참작했다. 특히 동방에 대해서는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 사항을 시정하는 등 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했다고 판단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 발생한 사고인 점도 고려했다.
이선호씨 아버지 “일상 행복 빼앗겨”
“산업안전보건법 취지 맞지 않는 판결”
이선호씨는 지난해 4월22일 평택항 내 ‘FR(Flat Rack) 컨테이너’에서 화물 고정용 나무를 제거하던 중 넘어진 한쪽 벽체에 깔려 숨졌다. FR컨테이너는 비정형화된 화물을 적재하기 위해 바닥과 좌우 벽체로만 구성한 개방형 컨테이너다. 당시 선호씨가 작업한 컨테이너에는 안전핀이 빠져 있었다. 이로 인해 지게차가 뒤쪽 벽체를 접는 과정에서 충돌로 인해 발생한 진동으로 앞쪽 벽체가 접히면서 선호씨를 덮쳤다.
이후 검찰은 사고 관련 책임자들을 기소했고, 지난해 11월18일 결심공판에서 동방에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동방 평택지사장은 징역 2년, 팀장과 대리에게는 각각 금고 1년6월을 내려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청 직원과 지게차 기사에게는 금고 2년을 구형했다.
이날 선고 직후 선호씨 아버지인 이재훈씨는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재판부를 규탄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피해자의 슬픔을 다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며 “판사가 합의금을 얘기했지만 돈이 전부가 아니다. 가장 힘들고 슬픈 부분은 일상의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점”이라고 호소했다. 또 동방에 대해서도 “회사 대표를 만나 팀장의 중징계를 약속받았기 때문에 이번 선고로 어떤 징계가 내려지는지 유심히 볼 것”이라고 말했다.
원청 형량과 관련해 민주노총 관계자는 “벌금 500만원 구형보다 높은 벌금 2천만원이 선고됐지만, 사실 구형이 턱없이 낮았던 것”이라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를 병합하면 벌금 10억원도 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이 원청 직원보다 하청 직원에게 높은 구형을 한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며 “형량이 높고 낮음을 떠나 산업안전보건법 취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선고”라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