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법원 ‘비종사근로자’ 원청 사업장 출입권리 인정
페이지 정보
대상노무법인 21-12-28 10:04해고된 하청노조 대표와 산별노조 간부가 원청의 출입금지 지시에 반해 행동했더라도 정당한 노조활동을 위한 것이라면 공동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해 지난해 개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노조법)에 새로 규정된 ‘비종사근로자’의 노조활동 범위를 다툰 최초 판결이다.
27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에 따르면 창원지법 3-2형사부(재판장 윤성열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공동주거침입죄로 기소된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과 이김춘택 지회 전략조직부장에게 올해 7월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노조는 “이번 판결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원청 사업장 내 노조활동을 하는 것을 보장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건은 지난해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회는 같은달 16일 하청 조합원들의 상여금 300% 지급을 요구하는 집회를 계획했다. 집회를 위해 사업장 출입을 허가해 달라는 요청을 집회 전 보냈지만, 대우조선해양쪽은 “집회 개시·종료 시간, 진행동선, 규모, 방법이 불분명하다”며 출입을 허가하지 않았다. 집회 당일 김형수 지회장과 이김춘택 전략조직부장은 출입금지 조치를 무시하고, 사업장에 들어가 집회를 진행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두 사람을 공동주거침입으로 고소했다. 종사근로자가 아닌 사람이 공장 안에 들어와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다. 그해 1월 김형수 지회장은 당선 23일 만에 취업규칙 위반을 이유로 해고된 상태로 소속된 하청업체가 없었다. 검찰이 사측 주장을 받아들여 벌금 100만원씩 구약식처분을 하자, 노조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1심 판결은 검찰의 기소 내용을 받아들여 두 사람에게 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법원 판단은 달랐다. 창원지법은 “피고인들(김 지회장과 이 전략조직부장)이 정당한 조합활동을 위해 사업장에 출입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런 조합활동으로 인해 피해 회사의 기업운영이나 업무수행, 시설관리 등에 지장이 초래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집회가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한 점을 들어 정당한 조합활동이라고 봤다. 또 △김 지회장이 지회장으로서 집회를 주도하고 진행해야 했다는 점 △집회 장소가 주요 생산시설이나 사무공간을 점거했거나 그와 인접한 곳에서 개최됐다고 볼 수 없다는 점 △집회가 점심시간 내에 진행된 점 △집회 과정에서 다른 작업자들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 △피고인들이 물리력을 행사하며 강제로 진입했다고 볼 수 없는 점을 무죄 근거로 제시했다.
법원은 노조법 5조2항 취지에 부합한다고 봤다. “피고인들이 이 사건 사업장(대우조선해양)의 비종사 조합원이고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사업장에 들어간 행위가 쟁의행위 일환으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노조법 5조2항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종사근로자)가 아닌 노조의 조합원은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사업 또는 사업장 내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김두현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이번 사례의 경우 비정규직 하청 지회이다 보니 대우조선해양과 단체협약이 없었고, 과거에도 마음대로 사업장을 출입하는 관행이 있었던 곳은 아니다”며 “그럼에도 원칙적으로 사업장 출입권이 인정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무죄로 판결해 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 이전글[기사] “삼성화재-평협노조, 교섭중단해야” 법원 재확인 21.12.28
- 다음글[기사] 서울시 배달라이더 안전교육 13회 걸쳐 506명 수료… 배달 종사자들 “안전운전 습관에 실질적인 도움됐다” 21.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