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기간제 임금 누락한 관악지청 ‘셀프조사’ 논란
페이지 정보
대상노무법인 21-12-28 10:09고용노동부 산하 지청이 기간제 직원의 임금을 제때 주지 않고 법정수당도 실제 받을 금액보다 적게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기간제 직원은 임금체불 등 혐의로 지청장을 고소했지만, 지청은 자체 조사 끝에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2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관악고용센터가 올해 4월부터 기간제 직업상담원으로 근무한 A(41)씨의 급여를 두 달 늦게 지급하고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사실도 뒤늦게 확인해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 미입금 항의하자 밀린 급여 이체
퇴사 후 수당 미지급 확인, 불기소 의견
A씨는 센터에서 올해 1월18일 ‘육아휴직 대체 기간제 직업상담원’으로 4개월짜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했다. 주 20시간 일하는 단시간 노동자였다. 보수는 매달 25일 기본급에 정액급식비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받기로 서울관악지청장과 근로계약을 맺었다. A씨는 근로계약서에 자필로 예금계좌번호를 기재했다.
그런데 1월25일 A씨 계좌에 첫 급여가 입금되지 않았다. 다음달 25일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직원에게 사정을 얘기하니 전날 자정에 입금됐다며 지청 담당과에 물어보라고 했다. A씨는 그날 오후 네 차례에 걸쳐 담당과 직원에게 이의를 제기한 결과 급여가 다른 기간제 직원에게 잘못 입금됐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직원은 담당자가 휴가라서 3월2일 이후 처리하겠다고 했다.
퇴근 이후 다시 담당과에 전화하자 직원은 “돈 들어갔을 텐데”라는 말만 남기고 끊어 버렸다고 한다. 계좌를 확인해 보니 이날 오후 4시34분께 미지급된 1·2월 급여가 입금돼 있었다. A씨는 “급여가 누락된 이유를 지청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던 중 센터는 4월14일 A씨의 업무 능력을 높게 평가해 5월 말로 종료 예정이던 계약 기간을 12월28일까지 연장했다. ‘육아휴직 대체’ 딱지를 떼고 ‘기간제 직업상담원’으로 전환된 A씨는 근무시간이 기존 주 20시간에서 주 40시간으로 늘어났다. 최대 1주 12시간까지 사용자가 초과근로를 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계약서 조항에 있어 퇴근시간을 넘어 일하기도 했다. 민원이 많은 실업급여 지급 업무를 담당했다.
A씨는 “이 무렵부터 직장내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상급자 3명이 ‘지능이 낮은 것 같다’는 등 폭언을 하고 무시했다”는 것이다. 스트레스성 위염과 과민성대장증후군 등의 진단을 받은 A씨는 보직 변경 요구가 거절되자 결국 지난 5월3일 퇴사했다.
퇴사 이후 A씨는 급여 내역을 다시 살펴보다 문제점을 발견했다. 계약연장 이후 퇴사 시점까지의 연장근로수당이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A씨는 담당 팀장이 주 52시간을 넘겨 근무한 시간에 대해선 출퇴근 시스템에 기록하지 말라고 지시한 사실을 떠올렸다. 초과근로를 하고 사후 신청한 경우가 많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선 ‘개인 용무’로 수정하란 취지였다. 그는 ‘지급하지 않겠다’는 말로 이해했다.
A씨는 지난 7월 서울고용노동청 감사과에 사용자인 지청장을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청장이 근로기준법 43조2항(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해 지급해야 한다)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사용자가 이 규정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서울지방노동청이 ‘신고할 사항이 아니다’는 답변을 내놓자 A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고 관악지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그런데 지청 근로감독관은 담당 공무원의 착오로 다른 기간제 상담원에게 급여가 이중 지급됐을 뿐 임금체불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근로감독관은 올해 9월 고소 건을 ‘혐의 없음’으로 종결하고 서울남부지검에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건도 마찬가지로 별다른 설명 없이 무혐의로 조사를 종결했다.
퇴사 네 달 만에 초과수당 50만원 미지급 ‘통보’
기간제 직원 “사과·해명 없어” 지청쪽 ‘묵묵부답’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A씨가 지청장을 임금체불로 고소한 지 두 달 뒤인 9월 지청에서 대체근무 시절 ‘초과근무수당’이 잘못 지급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청은 이메일을 통해 “대체근무 기간 중(주 20시간 근무)의 통상임금을 주 20시간(월 105시간)으로 나눠 초과근무수당을 산정했어야 하나, 착오로 주 40시간(월 209시간)으로 나눠 산정했다”며 50만1천770원이 미지급됐다고 통보했다.
A씨는 9월28일 초과근무수당 미지급 건으로 지청장을 추가로 고소했다. 이후 급여 담당 공무원 및 팀장과의 대질조사에서 A씨는 근로감독관에게 출퇴근과 초과근무 기록 원본을 요구했다. 그러나 근로감독관은 수사자료라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재차 자료를 요구하자 담당 근로감독관은 “무례한 행동에 대해 업무방해죄로 고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A씨는 미지급 수당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난 6일 받은 명세서 내용은 의문투성이였다. 추가지급 액수만 적혀 있을 뿐 상세 내역은 없었다. 근로감독관도 계산 내용을 알려주지 않았다. 근로감독관은 미지급 수당에 대한 고소 건도 ‘증거불충분’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항고한 상태다. A씨는 “민원이 많아 공무원이 기피하는 실업급여 지급 업무를 떠맡아 초과근로가 많았다”며 “그런데도 잘못 지급한 수당의 어떤 부분에서 착오가 있었는지 해명조차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많은 기간제 직원들이 노동청에서 근무하는데 다른 직원들도 수당을 제대로 받았는지 의문”이라며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해야 할 노동청이 정작 소속 직원들의 급여 문제는 소홀히 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매일노동뉴스>는 서울관악지청장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지청 관계자는 이날 “(지청장이) 연가 중”이라고 답했다. 연장근로수당 지연지급과 관련해 담당 팀장 역시 “답변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A씨 사건을 조사한 근로감독관은 “월급은 1월분만 지연지급됐을 뿐 나머지 급여는 정상 지급됐다”며 “조사 결과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불기소로 조사를 종결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