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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불법파견으로 발생한 임금 차액, 소멸시효는 10년”...쌓여가는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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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12-10 11:34 

불법파견 노동자가 직접고용됐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경우 임금을 10년치까지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법원 판단이 또다시 나왔다. 특히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파견법상 고용의제 노동자와 고용의무 노동자 모두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소멸시효 10년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자회사 채용에 응했거나 정년이 지난 노동자는 직접고용 이행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봤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제15민사부(재판장 이춘근)는 고속도로에서 수납업무를 하는 노동자 300여 명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에 관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난 10월 7일 도로공사가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으로 인해 지급받지 못한 임금을 최대 10년 치까지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도로공사 외주업체에 고용돼 고속도로에서 수납업무를 하던 노동자들이다. 도로공사를 향해 파견법에 따라 직접고용 의사표시를 할 것(고용의제)과 직접고용 의무를 이행할 것(고용의무)을 요구했다. 그리고 직접 고용됐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도로공사의 불법파견 여부는 이미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은 2019년 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원 304명이 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불법파견 형태로 노동자를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수원지법도 파견관계에 대해서는 대법원과 같은 판단을 했다. 다만 이미 도로공사의 자회사에 고용된 것에 동의한 노동자나 정년이 지난 노동자는 직접고용을 요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주목할 점은 임금 청구에 관한 대목이다. 법원은 불법파견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임금채권 소멸시효가 아닌 민법상 채권 소멸시효가 적용돼 10년 치 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불법파견이면 10년 치 임금청구?..."고용의제에도 확장"

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이다. 받을 수 있는 임금이 있더라도 3년이 지나면 더 이상 청구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불법파견 사건에서 노동자가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다르다. 노동자들이 청구한 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차액이지만 청구 원인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본다면 민법상 손해배상 소멸시효 10년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법리는 고용의제 노동자와 고용의무 노동자를 분리하고 있다. 불법파견 노동자 중 구 파견법에 따라 직접고용된 것으로 간주되는 노동자(고용의제)가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소멸시효 3년이 적용된다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고용의무 노동자의 경우 3년과 10년이 대립된다. 고용의무 노동자는 사용자에게 이들을 직접고용할 의무가 생긴다. 이미 고용관계가 형성된 것이라고 보는 고용의제와 달리 고용관계가 형성돼 있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이때 사용자에게 직접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로 소멸시효 10년이 적용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고용의제와 고용의무 노동자 모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봤다. 특히 고용의제 노동자에 대해서는 도로공사가 파견법상 차별 금지 규정을 위반했고 이에 따라 손해배상 의무가 발생한다고 못 박았다. 고용의제 노동자의 임금 청구일 경우 임금채권 소멸시효를 적용하던 기존 법리와는 다른 양상이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재판부는 고용의제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파견근로자가 비교대상 근로자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받도록 하고 이러한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없는 경우 이는 차별적 처우 금지 규정을 위반한 위법한 행위로서 민법 750조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로공사는 파견근로자인 고용의제 원고들이 도로공사 소속 조무원과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주도적으로 고용의제 원고들의 임금을 설계하는 등의 방법으로 적은 임금을 받도록 했다"며 "이러한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볼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고 봤다.

고용의무 노동자들의 청구에 대해서는 "도로공사가 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노동자들은 사용사업주인 도로공사의 직접고용 의무 불이행에 대해 직접고용 관계가 성립할 때까지의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건을 담당한 고혁준 법무법인 서린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는 청구원인을 파견법상 차별적 처우라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로 구성했고 개정 전 파견법이 적용되는 고용의제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이 조항이 동일하게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이것이 하급심 재판부에서 받아들여져 소멸시효 10년을 기준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가 인용됐다"고 설명했다.

쌓이는 법원 판결...확장 가능성은?

임금 청구에 소멸시효 10년을 적용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처음 주목을 받은 판결은 삼표시멘트 사건이다.

법원은 2018년 삼표시멘트 노동자가 불법파견으로 발생한 차별에 따른 임금 차액과 위자료를 청구한 소송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했다. 지난해 1월과 6월에도 춘천지법에서 같은 취지의 판결이 각각 나왔다. 두 판결 모두 불법파견 사건에서 노동자들이 청구한 임금에 소멸시효 10년을 적용했다.

서울고등법원 춘천제2민사부도 지난 4월 삼표시멘트 노동자 6명이 제기한 근로에 관한 소송에서 소멸시효를 10년이라고 봤다. 특히 이 판결에서는 파견노동자의 직접고용 청구권 소멸시효가 10년이라는 판단도 나왔다.

도로공사 사건 중에는 임금 청구권 소멸시효를 3년이라고 판단한 사건도 있다. 고용의제 원고들의 임금청구 사건이다.
 
법원은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파견법상 고용의무 이행과 위 원고들이 고용됐을 경우 지급받았을 임금과 실제 파견업체에서 지급받은 돈의 차액 상당을 손해배상금으로 청구하고 있는바, 위 손해배상채권은 피고에 관한 임금채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그 소멸시효 기간이 3년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구지법 김천지원은 지난해 5월 고용의무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도로공사 안전순찰원으로 불법파견된 노동자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다. 법원은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 시점 이전에는 차별행위로 인한 불법행위 손해배상금을, 그 이후 시점에는 고용의무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직 불법파견 사건에서 손해배상 소멸시효와 관련해 확정된 대법원 판결은 없지만 하급심 판례가 쌓이고 있다. 하급심 판결 경향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 대형로펌 노동전문 소멸시효를 10년으로 인정한 판례가 정립된 단계로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 변호사는 "삼표시멘트 이후 판례가 명확하게 정리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유사한 판례가 조금씩 나오고는 있어 주목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도로공사 사건은 불법파견의 경우 차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불법행위 범주에 넣고 손해배상 시효를 10년이라고 본 사건으로 논쟁 여지가 있긴 하다"며 "유사한 사건들이 나오고 있지만 대법원이 가닥을 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파견 사건에서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하는 법리에는 문제가 없지만 다른 쟁점을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는 10년인 동시에 불법행위를 안 날로부터 3년 안에 청구권을 행사해야 한다. 실무상으로 손해배상 청구권이 인정된다 해도 3년이 지났는지 여부가 더 큰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도로공사 안전순찰원 사건을 대리한 이정도 법무법인 참본 변호사는 "3년과 10년 둘 중 하나만 지나도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게 판례 법리여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도로공사 고용의제 노동자들의 소송을 대리한 강상현 법무법인 오월 변호사 역시 "차별이 인정되면 10년 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있는 것에 다툼은 없지만 불법행위로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났는지 다툼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과 같이 차별로 인한 불법행위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고의나 과실이 있어야 하고 차별 비교 대상 노동자(비교대상근로자)도 있어야 한다.

고 변호사는 "손해배상청구 인용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의ㆍ과실 여부는 핵심적인 판단 요소여서 사용자의 파견법 위반행위에 어떠한 고의ㆍ과실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손해배상 청구 자체가 인정될 수 없다"며 "동종ㆍ유사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없다면 임금 차액도 발생하지 않아 임금차액 상당 손해배상청구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고 변호사는 "판례는 법률의 부지도 불법행위에 있어서의 과실로 인정하고 있어 사용자가 파견법 위반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불법파견을 행한다 하더라도 불법행위로서 인정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동종ㆍ유사 근로자가 없더라도 다수의 하급심 판례들이 근로자의 기술ㆍ노력ㆍ책임ㆍ작업조건 등을 비롯해서 학력ㆍ경력ㆍ근속연수 등에 비추어 같은 가치의 근로를 제공한다고 평가할 수 있는 근로자도 비교대상근로자로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해석상 문제는 결국 입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권 교수는 불법파견에 대한 논의가 불법파견 인정 여부에서 인정 이후 법적 효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규범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권 교수는 "사실 지금까지의 논의는 불법파견이 맞냐, 아니냐에 집중됐다면 지금 논의 양상은 불법파견 확인 이후 법적 효과로 바뀌고 있다"며 "기간제 근로자에게도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하는지 문제에서부터 시작해서 임금을 소급해서 청구하는 문제 등 법적 효과에 관한 명문 규정이 없어 불필요한 해석론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직접고용 의무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에 관한 문제, 불법파견 인정 이후 발생하는 법적 효과에 관한 규범의 섬세한 완비가 필요한 건 사실"이라며 "본질적으로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4&gopage=&bi_pidx=33548&sPrm=in_cate$$104@@in_cate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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