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대법원 “징계절차 생략한 ‘전직’은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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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12-13 10:16전보 발령이 통상적인 인사발령의 사유에 속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취업규칙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할 경우 징계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징계 절차를 회피하고자 ‘인사명령’의 형태로 징계한 것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세스코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전보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회사가 소송을 낸 지 3년6개월 만이다.
후배가 먼저 승진하자 불만 제기
지사장에서 영업부장으로 발령
사건의 발단은 2016년 12월 세스코 대전동부지사의 지사장으로 근무하던 A씨와 대전서부지사장이었던 B씨 사이에 생긴 갈등이다. 회사가 권역별 지역본부를 확대하면서 B씨는 지사장에서 충청지역본부장으로 승진했다. B씨는 A씨보다 입사 시기가 늦었고 2살 어렸다.
B씨가 승진하자 A씨는 공식 석상에서 불만을 표시했다. 직원들 진술에 따르면 본부장 취임식에서 B씨가 청한 악수를 거부했다. 회의자료에 오타가 있자 A씨가 B씨에게 “이런 부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나. 본부장 역할이나 제대로 해라. 둘 중의 한 명은 그만둬야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자 B씨는 이듬해 3월 상급자인 전무에게 “A씨가 자신에게 무례를 일삼고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다”며 지사장을 교체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전무와 A씨의 면담이 이뤄졌다. A씨는 전무로부터 직책수당 지급 정지와 성과급 축소 사실을 듣자 “일방적으로 나가라고 통보하는 것 같다”며 항의했다.
결국 회사는 2017년 11월11일 A씨를 수도권남부지역본부 영업담당 부장으로 발령했다. 수도권남부지역본부는 경기도 의왕시에 있어 대전에 거주한 A씨가 출근하는 데만 약 2시간이 소요됐다. A씨는 인사발령이 부당전보라며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해 받아들여졌다. 중노위도 초심을 유지하자 회사는 2018년 5월 소송을 냈다.
취업규칙상 징계인 ‘전직’ 해당, 사실상 강등
법원 “실질적 징계, 절차적 하자 존재”
1심은 A씨에 대한 전보 발령이 실질적인 징계에 해당하는데도 징계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이뤄져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며 회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인사명령이 취업규칙이 징계처분으로 규정한 ‘전직’ 또는 ‘기타 징벌’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회사 취업규칙에는 ‘회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직원을 해고·정직·전직·감봉·견책·기타 징벌을 행하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인사발령은 사실상 역량이 부진한 지사장을 대상으로 이뤄진 문책적 조치”라며 A씨가 기존 지위에서 강등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에 대한 전보 발령은 취업규칙이 정한 징계처분 중 ‘전직’ 또는 ‘기타 징벌’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비위행위를 사유로 A씨에 대해 인사명령을 할 수 있지만, 취업규칙상 ‘전직’도 징계의 한 종류라고 예정돼 있고 징계처분에는 소정의 절차를 보장하고 있다”며 “전직에 대해선 A씨에게 소명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A씨에게 징계처분이 아닌 인사명령을 통해 기회를 주고자 했다면 다른 지역의 지사장으로 발령하는 ‘수평적 조치’ 등 인사명령의 범주 내에서 진행해야 했다”며 “만약 비위행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으려 했다면 정당한 징계 절차를 거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사측은 1심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1심이 유지됐다. 항소심은 “인사발령의 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하고 A씨가 생활상 불이익을 감내해야 할 범주를 초과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인사발령의 근거가 된 사유는 징계사유에도 해당하는데, 취업규칙에서 정한 징계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이뤄진 인사발령은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