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이랜드리테일 인소싱 추진, 비정규직 ‘대량해고’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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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12-14 10:24NC백화점·뉴코아아울렛 등을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이 최근 판매관리비 절반 감소 목표를 위해 도급업체에 맡기던 업무에 정규직을 투입하고 무인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도급비를 감축하는 정황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미화·보안·주차·계산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 300여명이 이달 말부로 해고될 위기에 처했다.
지점장 영업회의서 “도급 축소 및 직접하기”
12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이랜드리테일의 지난달 중순 지점장 대상 영업회의 자료를 보면 “유통 판관비 50% 구조를 만들기 위해 단순 절감이 아니라 구조(사업모델, 프로세스)를 바꿔야 한다”며 “리노베이션팀 주도로 도급 직접하기 등을 진행 중”이라고 돼 있다. 해당 자료에는 도급비 절감을 위해 ‘3대 도급(주차·보안·미화) 축소 및 직접하기’ ‘스피드 계산대 도입’ ‘계산원 직접하기’ 등이 제시돼 있고, 각각 완료기한과 절감 목표 금액도 적시돼 있다.
실제로 각 점포 도급업체들은 이달 계약만료 이후 재연장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점포에서 10년 넘게 미화도급업체에서 일한 전 소장 A씨는 “코로나19 경영악화를 이유로 업체에서 11월 말 계약해지를 통보받았고 직원 절반 정도가 잘렸다”며 “청소뿐만 아니라 보안이나 다른 업체들도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에 있는 점포에서 일하는 계산원 B씨도 이달 말로 ‘해고’를 통보받았다. B씨는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고용승계는 이뤄져 왔는데 지난달 중순 갑자기 계약연장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곧 셀프계산대 기계 5대가 들어온다고 하는데 계산원 10여명의 생계는 막막해졌다”고 전했다.
도급직 축소는 코스트코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영업회의 자료에는 “코스트코는 판관비율 10%로 자사 판관비율 23%의 절반 수준으로 운영 중”이라며 코스트코가 모범 사례로 언급돼 있다. ‘탄력적인 저비용 인력구조’를 코스트코 운영의 핵심원리로 지목하며 “주요 도급(주차·보안·미화)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전문지식 필요 영역(냉동냉장)만 도급 운영한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인력충원 없는 인소싱에
“정규직 업무총량 늘어나”
영업회의 자료에는 인소싱뿐만 아니라 ‘부실매장 철수’ ‘유통 점포 임대주택 전환’ 등도 명시돼 있다. 이러한 상황은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영악화와 무관치 않다. 2019년 2천100억원대였던 이랜드리테일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6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8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뒤 부실점포 폐쇄, 임원 임금반납, 무급휴가 등을 시행했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이 46억원을 기록했지만 회복세를 점치기엔 미진한 수준이다.
정규직들에게도 위기감이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랜드에서 또 다시 비정규직을 대량해고합니다. 도움 부탁 드립니다”라는 제목(현재 회사명은 익명처리 된 상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1990년 말 이랜드리테일에 입사했다고 밝힌 청원자는 “2020년은 법인분리 위장 계열사 설립시도로 몇 개 점포·물류창고를 도급화하고, 2021년은 경영악화를 핑계로 도급직 30% 축소안을 공유했다”며 “매년 비상경영이라는 이름하에 직원들은 안 좋은 조건 속에서 일하게 되고 인원 부족으로 많이 힘들어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회사의 경영위기가 일방적인 구조조정으로 귀결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주원 이랜드노조 사무국장은 “신규인력 채용 없이 업무통폐합에 따른 직영화로 인해 직원들은 기존업무에 새로운 업무까지 더해져 업무총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제도개선 협의회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사측에서는 ‘업무량과 무관하게 적정 근무시간만 잘 지키면 된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근로조건 저하로 단협 위반 소지가 있는 만큼 사측이 적극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