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민간업체가 변경되더라도 기존 기간제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을 승계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센터가 장기간 운영됐으므로 수탁업체가 바뀔 때마다 직원이 교체된다면 기존 직원의 고용안정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장낙원 부장판사)는 사회적협동조합 ‘문화숨’과 사단법인 ‘더좋은공동체’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신규 업체, 면접심사 실시해 4명 고용거부

경기도는 2015년 ‘경기도 마을공동체지원센터(옛 따복공동체지원센터)’를 설립해 민간업체에 위탁했다. 이후 민간업체 두 곳이 센터를 운영하다가 지난해 1월부터 ‘문화숨’과 ‘더좋은공동체’가 센터 운영을 맡았다.

운영업체가 바뀌면서 ‘고용승계’ 문제가 불거졌다. 위·수탁협약에는 ‘센터 직원의 임면권은 수탁자에 있다. 다만 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 우선 고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규 수탁업체들은 기존 직원 19명을 대상으로 우선고용 면접심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두 업체는 장아무개(57)씨 등 직원 4명에 대해 수탁 개시일인 지난해 1월1일을 하루 앞두고 고용거부를 통보했다. 면접심사 합격 기준인 70점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사실상 해고였다.

장씨 등이 탈락하자 해고 직원들과 공공운수노조 공동체지원센터분회는 지난해 1월부터 전원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경기도청 앞에서 천막농성 시위를 벌였다. 사태가 해결되지 않자 탈락한 직원들 중 한 명을 제외한 3명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경기지노위는 “기존 직원들의 채용을 거절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며 인용했다. 중노위도 같은 판정을 내리자 두 업체는 지난해 9월 중노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합리적 이유 없이 고용승계 거절”
“직원 자주 바뀌면 업무 연속성·고용안정 해쳐”

법원은 ‘고용승계 기대권’이 인정된다며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센터 운영기간이 길어질수록 수탁업체가 중간에 변경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그때마다 새로운 업체에 직원의 임면권을 일임한다면 직원들의 잦은 교체로 인해 업무 연속성이 흔들릴 뿐 아니라 해당 직원의 고용안정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판시했다.

위·수탁협약의 ‘우선고용 조항’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우선고용이 면제될 수 있는 의무를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전에 운영했던 수탁업체가 직원 전원의 고용을 승계한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나아가 고용승계 기대권이 인정되는데도 신규 업체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고용승계를 거절했다”고 지적했다. 면접심사가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춘 공정한 절차였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재판부는 “고용거부 통보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참가인들에 대한 고용승계를 거절함으로써 참가인들의 고용승계 기대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해고된 직원 장씨는 “이번 판결은 당연한 결과다. 수탁업체가 면접 당시 원칙과 기준 없이 평가해서 면접 결과 자체가 ‘코미디’나 다름없었다”며 “더구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심사가 거부된 탓에 두 달이 지나 면접을 봤다. 이미 센터 운영이 시작된 이후였다”고 비판했다.

해고 직원들을 대리한 문은영 변호사(법률사무소 문율)는 “이번 판결은 민간위탁기관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기대권을 인정한 것으로서 의미가 있다”며 “지자체 조례에 관련 조항을 두고 있으나 이를 위반하는 수탁업체를 강제할 방안이 없어 피해는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 고용 거절의 합리적 사유를 엄격히 해석한 이번 판결이 알려져 고용문제를 줄이는 데 인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탁법인 ‘문화숨’ 관계자는 이날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표가 부재 중이라 답변하기 힘들다”며 즉답을 피했다.

[ 출처 : 매일노동뉴스 홍준표 기자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