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인사개편안 비판 노조 사내메일 발송 차단한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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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11-25 10:40삼성전자가 최근 인사제도 개편안을 비판하는 노조의 사내메일 전송을 제한한 것으로 확인됐다. “허위사실을 유포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비방 발언에 해당한다”며 전송을 막았는데 노조 활동을 지배·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라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을 했지만 삼성 안 자유로운 노조 활동은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인사제도 개편안 반강제적 동의 요구” 비판에
“근거 없는 불안감 조장, 허위사실 유포”
24일 공동교섭단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인사제도 개편 계획에 관해 노조에 설명했다. 개편안에는 부서장과 팀장의 승진·성과급 지급비율 결정권한을 강화하고, 동료끼리 평가하도록 하는 동료평가제 관련 내용이 담겼다. 노조는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문제가 심화하고, 고과권자들의 권력 강화, (고과를 잘 받기 위한) 줄서기 폐해가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동교섭단은 최근 인사제도 개편안에 대한 노조의 우려를 알리는 성명서를 임직원에게 사내메일로 발송하려 했다. 메일은 삼성전자 사측에 의해 막혔다. 삼성전자가 “위 사실을 유포하며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비방 발언에 해당한다”며 메일전송을 차단하면서다. 노조가 보내려 한 메일 내용에는 “지난 시기 회사가 반강제적으로 인사제도를 개악했던 사례들이 비일비재했다. 2009년 리프레시 휴가를 폐지했을 때도 그랬고, 2014년 임금제도를 회사가 일방적으로 변경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삼성전자는 “회사는 당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해 직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었으므로, 작성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이번 인사제도 개편안은 회사의 일방적 발표와 직원들에 대한 반강제적인 동의 요구가 될 것만 같은 불안감이 든다”는 노조 우려에 회사는 “‘반강제적인 동의 요구’와 같은 내용은 아무런 근거 없이 직원들에게 불안감을 조장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이라고 했다. “노조가 있는 회사는 임금과 연동된 평가·승격제도를 변경하려 할 때 상호 논의하고 해법을 찾는다”는 노조의 비판에 삼성전자는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있는 회사들의 경우 과반수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을 근거로 들어 내용 수정을 요구했다. 삼성전자에는 4개 노조가 있지만 모두 합해도 조합원이 5천여명으로 전체 직원의 절반을 넘지 못한다.
▲ 정기훈 기자
공동교섭단 “사전검열이나 다름없어” 비판
삼성전자는 메일내용 수정요청의 근거로 올해 공동교섭단과 체결한 단체협약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단체협약 9조4호에는 “녹스메일(사내메일)을 활용한 대량메일 발송 방식의 사내 홍보활동도 사내 이메일 사용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회사에 따르면 관련 사내 규정에는 “회사나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 및 이메일, 회사 또는 제3자의 지적재산권 등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의 게시물 및 이메일은 삭제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조는 사전 검열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공동교섭단 관계자는 “단체협약서상 사내 인트라넷을 활용한 대량 메일 발송을 할 경우 (회사) 사용규정에 따라 담당자의 승인을 얻기로 했지만 (교섭 당시) 회사는 ‘승인’은 절차일 뿐 대량 메일을 보내는 것과 관련해 사전검열은 없다고 밝혔다”며 “그런데 자꾸 법률검토를 이유로 메일 전송시기를 놓치게 해, 직원들의 귀를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성덕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삼성전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일방적이다’ ‘반강제적이다’는 표현은 주관적 판단에 해당할 뿐 불명예가 될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아니어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핑계로 이메일을 전송을 막았다면 조합활동에 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올해 6월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삼성디스플레이노조가 발송한 이메일 삭제 행위를 일부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공동교섭단에 따르면 사내메일에서 모두가 볼 수 있는 알림기능의 일종인 ‘나우톡’에 인사제도 개편안과 관련한 내용이 올라오자, 회사 인사팀 관계자가 작성자에게 글을 내리라고 연락하기도 했다. 공동교섭단은 올해 임금협약 체결을 위해 매주 화요일 회사와 교섭을 진행 중이다. 노조는 지난 16일 회사에서 인사제도 개편안과 관련한 설명을 들은 뒤 우려를 전달했다. 회사는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노조 메일은 모두 문제 없이 발송됐으나, 이번 메일에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 수정 요청을 한 것”이라며 “게시판(나우톡) 글 삭제요청은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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