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조합원 전원 정리해고 글로벌 제약사, 1년 넘게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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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2-06-21 09:27“진짜 너무 억울한 게 결혼해서 일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새벽 5시, 6시에 일어나고 지방에서 마케팅 세미나 있으면 외근 가고…. 그런데 15년 제 커리어는 다 날아간 거예요.”
글로벌 제약회사 쥴릭파마코리아 계열사인 쥴릭파마솔루션즈서비스코리아 직원으로 일하던 김자연(44·가명)씨가 눈물을 훔쳤다. 지난해 3월 회사는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김씨가 소속된 PC(Patient care)사업부를 폐지했다. 김씨를 포함해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은 18명 노동자 모두가 일자리를 잃었다. 제약업계에서 다져온 김씨의 15년 경력도 멈춰 섰다. 해고 노동자 18명은 모두 민주제약노조 쥴릭파마솔루션즈서비스코리아지부 조합원으로, 노조는 노조탄압용 정리해고로 보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4월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 소송을 벌이고 있지만 길어지는 기다림에 김씨는 울분을 토했다.
“정규직 전환된 지 1년 안 됐는데 정리해고”
쥴릭파마솔루션즈서비스코리아는 제약사의 마케팅를 대행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조합원들이 일하던 PC사업부는 환자나 의료진의 의약품 관련 문의에 답하거나,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에게 의약품 교육을 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PC사업부 직원들은 2019년 고용불안을 해결하고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했다. 노조설립 전 대다수가 기간제 노동자였지만, 결성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지부 조합원 상당수는 정규직으로 전환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해고됐다. 회사는 2020년 12월 PC사업부 폐지와 희망퇴직·정리해고 계획을 최초 통보했다. 정리해고 과정에서 노사가 함께 맺은 단체협약은 무시됐다. 노조는 “단체협약 24조에 따르면 정리해고 사유인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는 파산 등 더 이상 근로관계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급박한 경우라고 정했지만, 회사는 지난해 2월26일까지 희망퇴직을 하지 않으면 정리해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비판했다.
“부당노동행위 수사만 1년 훌쩍”
“대표이사는 7월1일 출국”
노조는 충분한 해고회피 노력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사는 지난해 1월15일과 1월27일 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PC사업부 인력의 전환배치 등은 논의조차 못했다. 결국 정리해고에 응한 조합원 2명을 제외한 18명의 노동자는 해고됐다.
해고 노동자 한 명은 “법적으로밖에 호소할 길이 없어서 고소를 했는데, 결과를 기다리는 일 밖에 다른 수가 없어 힘들다”며 “가해자가 도망가게 (법원과 고용노동부가) 돕고 있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2020년 11월 노조간부에 대한 대기발령 등이 부당노동행위라며 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 사측을 고소했지만 결론이 아직 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4월 제기한 해고무효 소송도 진행 중이다.
노조는 “사법적 판단과 처벌이 유보되고 있는 상태에서 프랑스인 대표이사는 7월1일 출국할 예정”이라며 “노동탄압을 자행하고서도 노동관계법령 위반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당노동행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청 근로감독관은 “검토하고 내용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수사 중인 건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감독관은 “대표이사가 출국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빨리 (처리)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쥴릭파마솔루션즈서비스코리아쪽에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입장을 요청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