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지역농협 직원동의 없이 강제전적, 법원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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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11-11 09:46지역농협이 인사교류를 희망하지 않는 직원을 일방적으로 추천해 전적명령을 시행한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협동조합이 인사교류 대상 직원의 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며 “조합이 의무대상자를 전적 대상자로 선정한 것이 불합리하지 않다”고 판단한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뒤집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는 농협 직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전적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지난 5일 판결했다.
육아휴직 신청한 직원, 강제 인사교류 추천
법원 “인사교류 희망서 미제출, 절차적 하자”
전남낙농업협동조합은 지난해 4월 금융업무 담당 차장인 A씨를 포함한 3명을 전남도 내 다른 지역 농협으로 전적하는 내용의 인사발령을 냈다. 당시 A씨는 다른 지역 축협으로 전적하라는 조합장 요구를 거부하며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그런데도 조합장은 이를 반영하지 않은 인사요청서를 전남축산농협인사업무협의회에 제출했다.
이에 A씨 등 3명은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적 구제신청을 했다. 전남지노위는 ‘부당전적’에 해당한다며 이들의 신청을 인용했지만, 중노위는 지노위 판단을 뒤집었다. 중노위는 “교류 대상 조합의 범위가 명시돼 있어 전적할 대상이 특정됐고, 인사교류 희망자가 없는 상황에서 의무 대상자를 전적 대상자로 선정한 것이 자의적이라거나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정했다. A씨는 중노위 판정이 잘못됐다며 지난해 12월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전적에 인사교류 희망서를 제출받지 않는 등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사교류 시기 변경이나 △인사교류 상세기준 미공지 △인사요청서 제출 기한 미준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해당 등을 위법 주장의 근거로 들었다.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조합의 인사교류규정에는 대상 직원으로 선정할 때 해당 직원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장이 인사교류 대상자로 내정된 직원들과 한 면담에서 A씨는 육아휴직 신청서를 제출함으로써 인사교류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도 조합장은 상담 결과 및 A씨가 인사교류 희망서를 제출하지 않은 사정 등을 반영하지 않은 채 A씨를 대상 직원으로 추천해 천거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포괄적 사전동의도 없어, 실체적 하자”
‘부당전적 논란’ 지역농협 사건 영향 주목
전적에 대한 ‘포괄적인 사전동의’도 없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조합 직원이 제출한 인사교류동의서에는 전적 후의 업무·임금 등 근로조건에 대해 명시되지 않았다”며 “A씨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조합의 내부규정을 위반하는 전적까지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특히 “직원의 동의를 얻지 않고 일방적으로 다른 지역 농협으로 전적시키는 관행이 사실상의 제도로 확립돼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 전적에는 절차적 하자가 존재하고, 포괄적 사전동의나 동의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관행이 존재하지도 않으므로 인사재량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살펴볼 필요 없이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존재해 위법하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이 다른 지역의 관내 농축협 간 인사교류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제천농협은 2015년 동의서 없이 직원을 전보했다가 중노위에서 부당전직 판정이 내려지자 소송을 제기해 현재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제주시 한림농협도 지난해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직원 4명을 강제전적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A씨를 대리한 최종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이 사건은 규정상 인사교류 ‘의무 대상자’에 해당하더라도 전적에 앞서 반드시 해야 할 상담과 인사교류 희망서 제출을 누락한 점을 법원이 절차적 하자로 인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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