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대법원 “민간위탁에서 직영으로 변경돼도 고용승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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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11-16 10:10공공기관이 민간에 시설을 위탁하며 맺은 고용승계 계약의 효력은 공공기관이 직접 시설을 운영하는 것으로 운영주체가 바뀌더라도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고용승계 거절이 부당해고에 해당하므로 노동자에게 해고 기간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하급심이 근로관계가 변론종결 전에 종료됐는데도 근로자 지위 회복 여부를 파악해 임금을 지급받을 기간을 판단하지 않았다며 이 부분을 다시 판단하라고 주문했다.
은평병원 기간제, 센터 직원 고용승계 거절로 퇴직
“정당한 이유 없다” vs “센터 횡령 막지 못해 정당”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기간제 노동자 A씨가 서울시 은평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정신건강전문요원 자격이 있던 A씨는 2008년 4월 은평병원에 계약직 직원으로 입사해 근무했다. 이후 2016년 11월14일 은평병원과 근로계약기간을 2018년 12월31일로 최종 갱신했다.
서울시 은평구는 2008년 2월께 은평구정신건강복지센터 운영을 은평병원에 위탁하고 3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 왔다. 그런데 2017년 센터 내에서 보조금 횡령 사건이 발생하자 구청은 은평병원과 위탁계약을 해지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구청은 센터의 기존 인력을 고용승계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시간선택제 임기제공무원 채용을 진행했다. A씨도 이에 응시했지만, 최종 탈락했다. 은평병원은 A씨에게 그해 7월 근로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결국 A씨는 9월30일 구청의 고용승계 거부로 퇴직했다. 입사 9년여 만에 계약이 해지된 셈이다.
A씨는 “구청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고용승계를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라며 그해 11월 소송을 냈다. A씨는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사업안내’ 자료를 근거로 들었다. 이 자료는 ‘수탁기관 변경 또는 운영형태 변경시 인력은 원칙적으로 고용승계한다’고 정하고 있다. 아울러 복직할 때까지의 월급을 지급하라고 구청에 요구했다.
반면 구청은 “상임팀장이던 A씨가 회계담당자를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는데도 주의의무를 게을리해서 직원의 횡령을 막지 못한 잘못이 있고, 횡령에 조력한 직원을 밝혀내지 못했다”며 고용승계 거절이 정당하다고 반박했다.
법원 “고용승계 의무 존재, 근기법상 해고 해당”
대법원 “변론종결 전 근로관계 해지 부분 다시 판단하라”
1심은 “위탁계약 종료에 따라 원고에 대한 고용관계를 승계할 의무가 있다”며 A씨의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구청과 은평병원의 위탁계약에는 센터의 운영주체가 변경되는 경우 센터 직원에 대한 고용관계를 원칙적으로 승계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A씨는 위탁계약이 종료될 경우 새로운 수탁기관이나 구청으로의 고용승계에 명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구청이 고용승계를 거절하는 것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과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아 근로기준법상 해고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A씨가 직원의 횡령을 방임했다는 구청 주장에 대해서도 “추측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부당해고 판단을 전제로 재판부는 “2017년 9월30일부터 복직하는 날까지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역시 고용승계 거절이 부당해고에 해당해 무효라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고용승계 거절과 관련해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다만 하급심이 ‘임금 지급 기간’에 대해 잘못 판단했다며 이 부분을 파기했다. 종전 판례는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 또는 변론종결 후에 인사규정 또는 고용계약에 따라 근로자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 해고무효확인 소송은 확인 이익이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A씨는 항소심 심리 중이던 시기 근로관계가 종료됐다.
대법원은 “원심이 A씨의 근로관계가 변론종결 전인 2018년 12월31일 기간만료로 종료돼 A씨가 더 이상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됐는지 등을 심리한 후 A씨가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기간을 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A씨를 대리한 조혜진 변호사(서비스연맹 법률원)는 “민간위탁에서 공공 직영으로 운영주체가 변경되는 경우에도 사전 고용승계 계약의 효력이 공공기관에 미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