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노동계, '교섭창구 단일화' 폐지 화력 집중...2차 헌법소원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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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11-01 10:54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이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헌법에 위반된다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지난해 2월 같은 취지의 헌법소원을 낸 바 있다.
1일 노동계에 따르면 화섬식품노조는 최근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규정한 노동조합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화섬식품노조와 민주노총은 지난 29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헌법소원청구서를 통해 노동조합법 제29조 제2항, 제29조의2 제1ㆍ3ㆍ4항, 제29조의5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규정한 조항이다.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2011년 7월 처음 시행됐다. 사업장에 자유로운 노조 설립과 운영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신대한정유산업서 떠오른 '교섭창구 단일화' 논란
화섬식품노조가 헌법소원에 나선 이유는 최근 한 사업장에서 마무리 단계였던 교섭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로 무효화됐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헌법소원에는 신대한정유산업지회(지회)와 김근철 지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지회는 올 초 설립돼 회사와 지난 8월까지 5개월간 14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다. 양측은 단체협약 총 83개 조항을 합의했다.
그러던 중 15차 교섭을 앞두고 신대한정유산업어울림노동조합(기업노조)이 설립됐다. 기업노조는 회사에 교섭을 요구했다. 교섭권은 기업노조가 갖게 됐다. 기업노조 조합원은 70명으로 지회 조합원(52명)보다 많았다.
화섬식품노조 측은 "헌법은 법률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지만 제한할 때도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도록 해 기본권 박탈을 금지하고 있다"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교섭대표노조에 단체교섭권ㆍ협약체결권ㆍ조정신청권ㆍ쟁의행위 투표실시권ㆍ쟁의권 등 모든 권한을 부여하고 소수노조나 신생노조에 대해서는 단체교섭권 등을 완전히 박탈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과거 기본권의 '제한'과 '박탈'을 혼동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잘못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2012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노동조합법이 사용자 동의를 얻을 경우 개별교섭을 허용하고 교섭단위 분리ㆍ공정대표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조합원 수 기준으로 기본권 제한? 법 체계 안 맞아"
화섬식품노조는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단체교섭권에 질적 차이를 두는 것도 우리 법 체계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재산이 많고 적은지에 따라 재산권 행사 범위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재산권이라는 기본권의 질적 차이를 인정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단결권의 본질적 내용도 침해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화섬식품노조 측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기본권 주체인 근로자와 노조가 단체교섭권의 행사방식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권 행사 상대방이자 의무자인 사용자가 권리 행사방식을 정하도록 한다"며 "기본권 주체와 의무자를 전도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용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통해 얼마든지 어용노조를 도와주고 이를 통해 민주노조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어용노조가 소수노조일 경우에는 개별교섭으로 어용노조를 우대하고 다수일 때는 교섭창구를 단일화해 민주노조의 교섭권과 쟁의권을 박탈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또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자기정보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했다. 노조 조합원 수를 놓고 다툴 때 노동위원회에 조합원 명부나 노조 가입원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실제 이 과정에서 노조 가입정보 공개를 원치 않는 조합원들이 탈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민주노총도 지난해 2월 같은 취지로 헌법소원을 냈다. 민주노총은 당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초기업 노조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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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도 최근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로 다수의 사업장이 피해를 봤다면서 제도 폐지를 촉구했다.
금속노조는 이달 25일 "유성기업, 보쉬전장, 콘티넨탈, 한국타이어, 현대성우메탈, APTIV, 디어포스, 대양판지 등 수많은 사업장에서 우리는 이런 사례를 직접 겪고 있다"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사용자들에게 아주 유용한 민주노조 탄압의 무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노동계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지난해 제기했던 헌법소원과 이번에 제기된 헌법소원이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김대영기자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8&gopage=&bi_pidx=33371&sPrm=in_cate$$108@@in_cate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