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하청 노조탈퇴 종용’ 인덕대 부당노동행위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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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11-03 09:25대학 시설관리팀장이 대학 내 용역업체 직원에게 “노조를 탈퇴하라”고 종용했다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중노위는 대학이 용역업체와 직접적인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했다고 봤다. 비슷한 구조로 운영되는 다른 대학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팀장 “노조탈퇴시 집사람·처형 취업시켜 주겠다”
노조 “원청인 학교가 사용자, 부당노동행위 해당”
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중노위는 지난 9월30일 공공운수노조가 학교법인 인덕학원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신청에서 각하로 판정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초심을 뒤집고 노조의 청구를 인용했다.
사건은 10개월 전인 지난 1월14일 인덕대 시설관리팀장 A씨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A씨는 이날 오후 1시30분께 용역업체 영선원인 B씨에게 “노조를 탈퇴하면 집사람이나 처형을 미화원으로 취업시켜 주겠다”고 회유했다. 또 “노조를 방패막이로 해서 아줌마들 목소리가 그렇게 크지”라는 발언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미화·영선·경비 노동자들 23명이 활동 중인 노조 인덕대분회(분회장 김묘순)에 지난해 2월 가입한 상태였다.
분회는 지난해 12월 청소노동자 감축 결정과 관련해 대학과 갈등이 생겼고 그 과정에서 A씨가 상급자인 총장에게 노조탈퇴를 조건으로 충원 계획을 제시하려고 B씨에게 탈퇴를 종용했다고 의심했다. 인덕대는 올해 초 미화용역 입찰 과정에서 정년 퇴직자를 충원하지 않은 채 용역업체 노동자를 31명에서 26명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회는 서울지노위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지만, 지난 6월 각하 판정을 받았다.
중노위 재심 쟁점은 ‘A씨와 대학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사용자성’이었다. 대학이 용역업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했다면 부당노동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은 용역업체 C사와 2019~2021년 미화·영선업무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미화·영선 노동자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업체가 변경되더라도 계속해서 일해 왔다.
분회는 대학이 C사 노동자들의 근로시간 및 장소·내용 등을 실질적·구체적으로 결정하고 있고, C사는 사실상 대학이 정한 업무에 노동자를 배치한 것에 불과하다며 원청인 대학이 사용자라고 주장했다.
중노위 “대학이 노조법상 사용자, 노조 운영 개입”
노조측 “도급계약도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 인정한 판정”
중노위는 대학이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전제한 뒤 A씨 발언은 노조의 조직·운영에 개입하려는 의도에서 이뤄졌다며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했다. 또 근로자파견관계가 아닌 도급계약 관계에서도 원청인 대학이 부당노동행위의 주체가 된다고 봤다. 대학과 C사 노동자들 간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대학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했다는 판단이다. 대학의 실질적인 임금 결정·지급, 휴가나 근로시간단축, 배치전환 권한 행사 등을 했다는 것이다.
A씨 발언에 대해서도 “노조탈퇴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노조의 조직·운영에 개입하려는 의도와 목적에서 행해졌다고 보이므로 노조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라고 못 박았다. A씨는 당시 B씨에게 “내가 그 얘기를 했다고 하면 학교에서 노조를 파괴하는 사람으로 비춰지잖아. 그러면 내가 곤란해지죠”라고 말한 바 있다. A씨가 발언의 의미를 충분히 인식했다는 뜻이다.
결국 중노위는 “인덕대는 즉시 그리고 향후에도 부당노동행위 및 유사한 방식의 행위를 중지하라”고 주문했다. 또 대학은 판정서 송달 즉시 구제명령을 적은 공고문을 30일간 사내 게시판과 직원 휴게실에 게시하라고 명령했다.
노조를 대리한 김요한 공인노무사(노동해방노동법률사무소)는 “파견근로관계 성립 여부를 따진 초심과는 달리 재심에서는 파견근로관계가 아닌 도급계약 관계에서도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이번 판정은 이미 대학이 노조와 실질적인 임금교섭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노조법상 절차에 따른 정식 단체교섭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묘순 분회장은 “애초 팀장이 사과했으면 노동위원회까지 갈 사항이 아니었다”며 “대학이 법대로 하자고 해서 구제신청을 했지만, 앞으로 원만히 해결됐으며 한다”고 말했다. 인덕대 관계자는 “판정서를 아직 공식적으로 송달받지 못해서 답변할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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