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노동자 병드는 쿠팡 야간노동, 힘 받는 “영업시간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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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11-12 10:18로켓배송·당일배송·새벽배송이 불붙인 배송 속도전쟁으로 심야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의 건강권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쿠팡 같은 무점포판매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형마트처럼 영업시간을 제한해 야간노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비스연맹은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9간담회실에서 ‘유통산업의 야간노동 확산에 대한 법·제도 개선안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이동주·송옥주·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을지로위원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가 공동 주최했다.
유통산업 온라인 비중 커지는데 ‘무점포판매’ 규제는 없어
유통산업은 온라인 비중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을 보면 쿠팡·쓱(SSG)닷컴·마켓컬리 같은 온라인유통 점유율은 2016년 14%에서 올해 36.9%(7월 기준)로 급증했다. 온라인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노동시장도 오프라인에서 축소되고 온라인 영역에서 확대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백화점 종사자는 29.6% 감소했지만 무점포소매업의 경우 같은 기간 25.4% 증가했다. 올해 근로복지공단 전국민고용안전망강화추진TF팀에서 진행한 ‘유통산업 물류 화물차주 등 종사 실태조사’를 보면 유통배송 서비스종사자를 “물류센터에서 점포, 점포에서 소비자, 물류센터에서 소비자에게 상품 또는 식자재를 운송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그 수를 10만명으로 추산했다.
그런데 대형마트와 달리 현행법에는 무점포판매에 대한 별다른 규제 조항이 없다. 대형마트·백화점·복합쇼핑몰 등은 ‘유점포판매’로 쿠팡·쓱닷컴·마켓컬리 같은 인터넷 기반 소매형태는 ‘무점포판매’로 분류된다. 유통산업발전법에는 무점포판매에 대한 정의 규정만 있다. 대형마트나 준대규모점포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는 등 규제 조항을 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규제 공백 속에 현장에서 노동자들을 스러져 갔다. 지난해 10월 쿠팡 대구칠곡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일한 고 장덕준씨는 과로로 사망했다. 물류센터 출고 지원업무 등을 맡았던 장씨는 일주일에 5일 또는 6일 근무로 오후 7시부터 오전 4시까지 야간노동을 했다. 발병 전 1주간 업무시간은 62시간10분이고, 발병 전 2주에서 12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58시간18분으로 확인됐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고인의 사망이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고 장씨 어머니는 토론회에 참석해 “야간노동이라는 게 2급 발암물질이라고 할 정도로 위험하다는 것을 몰랐다”며 “어떤 제재가 가해지지 않으면 또 다른 덕준이가 똑같은 환경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1년 새 쿠팡에서 발생한 과로사 9건 중 7건이 야간노동과 관련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야간노동 금지하는 원칙규정 필요”
무점포판매업에 대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희종 서비스연맹 정책실장은 “유통시장의 주도권이 온라인 판매로 넘어가면서 배송속도 경쟁뿐만 아니라 야간노동과 장시간 노동도 경쟁적으로 증가해 노동자들의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노동자 건강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무점포판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대형마트처럼 영업시간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송봉준 변호사(국민입법센터)가 토론회에서 발표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무점포판매 중 일정 규모 이상의 물류시설을 운영하는 인터넷쇼핑몰이나 사이버몰 같은 전자상거래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과 근로자의 건강권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오전 0시부터 오전 4시까지 범위에서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매월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송봉준 변호사는 “야간근로 전체를 다 중단할 수는 없겠지만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시간 야간노동을 금지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개정도 필요하다”며 “프랑스는 이러한 원칙규정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