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코앞인데, 호텔업계 거센 구조조정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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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10-29 09:27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전환을 앞두고 소비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넘쳐 나지만 호텔업계 구조조정 바람은 오히려 거세지고 있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세종호텔은 희망퇴직에 이어 정리해고 수순에 돌입했고, 제주도 호텔·카지노에서도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거리로 내몰리게 된 업계 종사자들은 장기불황에 따른 고통분담을 감수할 수 있다며 일방적 희생이 아닌 ‘함께 살기’ 위한 대안 마련을 모색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세종호텔 정리해고 강행하나
28일 노동계에 따르면 세종호텔은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기준 논란에도 조만간 정리해고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리해고 규모는 40여명 가운데 절반 수준인 20여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섭대표노조인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지부장 고진수)는 사측과 27일 교섭을 진행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렸다. 노조는 고용보장을 전제로 한 고통분담을 하겠다는 입장인 데 반해 사측은 구체적인 자구안을 우선 제시해야 한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호텔은 대면업무가 아닌 식음료부서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외국어능력시험 성적표를 제출하도록 해 논란이 됐다. 사측은 지난 19일 “우리 호텔은 구조조정과 관련해 공정한 대상자 선정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사내에 부착했다. 사측이 밝힌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기준’을 보면 100점 만점에 인사고과 성적이나 근속연수뿐만 아니라 외국어 구사능력이 평가항목에 포함돼 있다. 영어는 3점, 일본어 또는 중국어는 2점으로 상·중·하로 구별해 점수를 부여한다.
지난 12일 세종호텔은 13일부터 15일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공고해 “우리 회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워 정리해고를 앞두고 있는데 2차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올해 9월에 이어 세 번째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것이다. 150명을 넘었던 직원은 40명 남짓만 남게 됐다.
세종호텔은 식음료 사업장을 폐쇄한 채 일부 객실만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노조는 사측이 정리해고를 강행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고진수 지부장은 “지난해 임금·휴가비 반납으로 고통을 분담했는데 올해는 비용부담을 이유로 고용유지지원금도 신청하지 않았다”며 “회사는 최소한의 인력만 남기고 외주화하겠다는 것인데 일방적 희생을 강요할 게 아니라 고용안정을 전제로 한 영업 정상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 칼호텔·신화월드 카지노도 구조조정 우려
제주도 호텔·카지노도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한진그룹이 제주칼호텔을 부동산 투자회사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간접고용 노동자를 포함해 300여명이 대량해고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제주관광서비스노조 칼호텔지부에 따르면 스타로드자산운용사와의 매각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내년 1월1일 이후 객실·연회 예약을 받지 않고 예약돼 있던 행사도 취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3월까지 예약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사측은 지부에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지부는 지난달 8일 제주칼호텔을 운영하는 항공종합서비스 대표이사와 면담했지만 그 자리에서 “전원 고용보장은 어렵고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인수예정 회사는 주상복합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지부는 고용승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투기자본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주 신화월드의 랜딩카지노 노동자들도 1차 희망퇴직에 이어 추가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제주관광서비스노조 LEK지부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달 23일 희망퇴직 공고를 냈고 100여명이 신청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절반 이상을 내보낼 것으로 보이는데 희망퇴직 신청규모가 이에 미치지 못해 추가 구조조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2차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지, 정리해고 수순을 밟을지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텔업계 구조조정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성혁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은 “관광수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유입돼야 업계가 살아날 수 있는데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불황은 앞으로 2~3년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호텔 대부분이 도심 중심가에 위치한 만큼 부동산투자업체에 매각이 용이하고, 투자업체는 임대료만으로도 상당 수익을 취할 수 있기에 용도 전환에 나서려 한다”고 진단했다. 김 원장은 “지불능력이 아예 없는 곳이나 노조가 조직돼 있지 않은 곳은 노동자들이 소리 소문 없이 잘려 나갔을 공산이 크다”며 “특히 파견·용역 등 비정규직은 고용유지지원금 혜택도 받지 못해 어려움이 더 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