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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노조 대신 '공제회'...플랫폼 노동자 보호 대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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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노무법인  21-10-27 09:38 

노동자인데 근로기준법 적용은 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어서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도 당연 가입 대상이 아니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면 노동조합도 할 수 없다. 설립신고서를 제출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이기 판단하는 데만 수일이 걸린다. 한 사업장에 종속되지 않고 흩어져 각자 일하는 경우가 많아 노동조합 조직도 쉽지 않다. 플랫폼노동자가 겪는 고충이다.
 
이런 플랫폼노동자에게도 대안이 생긴다. 바로 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26일 오후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출범식을 열고 공제회의 공식 출범을 알린다.
 
공제회 초대 이사장은 김동만 전 한국노총 위원장이 맡는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과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 이창수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이사장,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 등도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가입 대상은 '불안정 노동자'다. 플랫폼노동자나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소규모사업장 노동자, 단기계약직 등 불안정 노동자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공제회는 예산 40억 원 규모 사업을 준비 중이다. 직업훈련이나 전직을 돕고 건강권을 건강검진을 지원하고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등 노동자들의 권익 증진을 위한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공제회, 플랫폼노동자 제도 공백 메꾼다

주목할 점은 공제회가 노동조합 조직이 어렵고 사회안전망이 미비하다는 플랫폼노동자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대안으로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한국노총이 밝힌 공제회 설립 의의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공제회가 플랫폼노동자들을 위한 공적 사회안전망의 보완장치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송명진 한국노총 플랫폼노동공제회설립추진단 본부장은 "현재의 노사관계와 정치적 환경에서 노동법 적용대상을 과감히 확장하는 온전한 입법이 이뤄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제도개선과 실제 적용이 현실적 장애들로 인해 늦춰질 수 있음을 고려할 때 노동공제회가 제도적 공백을 해소하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와 국회는 플랫폼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입법을 추진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플랫폼노동자 보호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해 제정안을 발의했다. 노동부와 국회는 플랫폼노동자보호법을 통해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와 국회의 취지와는 달리 법 적용 당사자인 노동계는 입법을 반대하고 있다. 플랫폼노동자도 노동자인 만큼 새로운 법을 제정할 게 아니라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 포섭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비정형 노동자까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경영계의 반대도 풀어야 하고 새로운 노사관계를 규정하기 위한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
 
한국노총 역시 노동법상 노동자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플랫폼노동자까지도 노동법 체계로 포섭하고 사회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다. 다만 법이 개정되기 까지는 현실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니 공제회를 설립해 그 공백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공제회는 플랫폼노동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공제사업, 건강ㆍ복지증진사업, 직업환경개선ㆍ직업능력개발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초기에는 비정형노동자들의 자산형성 지원사업을 시행한다. 공제회 회원이 시중적금상품에 가입할 경우 금융산업공익재단 지원으로 우대이자를 지급하는 사업이다.
 
한국노총은 더 나아가 공제회가 플랫폼노동자들 스스로 이해대변 역량을 강화하게 하고 조직화 거점으로 역할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송 본부장은 "새로운 고용형태의 노동자들은 대체로 실질적인 단체교섭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파편화된 업무를 개별적ㆍ분산적으로 수행하고 스스로도 노동자로서의 정체성 인식이 낮아 자생적 조직화도 기대하기 쉽지 않다"며 "이러한 특성상 공제회라는 인큐베이터를 통해 당사자들이 모여 스스로 조직화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조직활동을 지원하는 새로운 조직화 경로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원 마련은 어떻게?...재정 지원 법적 근거 생길까

재원은 모금운동과 후원으로 조성됐다. 마련된 예산은 약 32억7000만 원이다. 한국노총은 지난 7월부터 전 조합원 모금운동을 진행해 약 6억 원을 마련했다. 금융산업공익재단이 3년간 연 30억 원 지원을 약속했고 공공상생연대기금, 서울시, 금융산업공익재단, 녹색병원 등에서도 사업에 필요한 기금을 내놨다.
 
안정적인 재원 형성을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달 6일 한국노총에서 열린 '플랫폼이동노동자 건강권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에서는 이같은 주장이 나왔다.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은 플랫폼노동자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공제회 차원의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업 모델으로는 공제회와 병원이 협업을 통해 건강검진 사업 등을 실시하고 정부가 재정을 일부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장 연구위원은 공제회 사업 활성화를 위해 플랫폼노동자보호법에 정부가 재정을 지원할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재 발의된 플랫폼노동자보호법에는 공제회에 관한 규정이 있다. 플랫폼 운영자는 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플랫폼 종사자의 복지 등진 등을 위해 공제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다만 정부가 공제회에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고 국가와 지자체가 조세를 감면할 수 있다는 규정만 있는 상황이다.
 
장 연구위원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노동부에 플랫폼노동자보호법에 공제회 지원 근거를 마련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 한국노총은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법제 범위에 포섭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장 연구위원은 공제회 재정 지원 근거가 마련될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 개정은 단기적인 과제가 아니고 장기적인 과제기 때문에 당장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단기적 과제로 공제회를 통한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노동법 개정과 투 트랙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4&in_cate2=1006&bi_pidx=333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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